그 추억 속의 무성 영화가 무대 위에서 부활한다. 국내 16mm 무성영화 중 유일하게 보존이 돼 있는 1948년작 <검사와 여선생>이 연극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무성영화의 영상과 연극이 만난 일종의 연쇄극(連鎖劇 : 무대에서 나타낼 수 없는 장면을 영화로 보이는 극) 형식으로 재현된다.
이번 작품에서 무성영화의 꽃인 변사 역할을 맡은 배우는 1969년생인 장우진. 그는 변사 역의 제의를 받은 뒤 "난생 처음 무성영화란 것을 보고 그냥 웃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그때의 연기가 코믹하게 보일 수 있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절실함이 느껴지는 장면장면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또한 생소한 무성영화의 변사 역을 준비하면서 "마지막 변사인 신출 옹의 공연을 자료 화면으로 보면서 진실된 감정을 표현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했다.
지난해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검사와 여선생>의 문화나눔 사업을 통해서는 어르신들의 눈물을 접하고, 헐벗었던 시절의 아픔을 간접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검사와 여선생>을 보고 난 뒤 그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에 눈물을 떨구는 어르신들 앞에서 아무런 말도 움직임도 할 수 없었다"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부모 세대와 자녀 등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이 함께 와서 보기에 더없이 좋은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어르신들은 무성영화와 변사의 속깊은 수다를 통해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던 그때 그 시절 향수에 젖고, 젊은 세대는 옛날 화면을 통해 근대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옛 추억을 일깨우는 <검사와 여선생>은 한 여인의 희생으로 빚어내는 사랑의 원형을 제시한 작품. 비극적인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담았다. 탈옥수를 숨겨준 일로 오해한 남편이 흥분해 칼부림하다가 실수로 죽고 만다.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나 현재는 전체 영화 68분 중 52분 분량만 남아있다. 배우들은 소실된 16분을 무대 위에서 연기로 채울 계획이다.
새해 벽두 신선한 복고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검사와 여선생>은 2월28일까지 대학로 제로원디자인센터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02) 545-0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