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한반도는 동장군 세상이다. 수은주는 걸핏하면 영하 10도를 밑돌고, 한번 떨어진 수은주는 잘 오르지도 않는다. 지구 온난화 걱정은 잠시 주춤하고, 지구에 소빙하기가 찾아온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한다. 이렇게 칼바람 부는 엄동설한엔 따뜻한 남쪽나라가 그리운 법. 한겨울에도 수선화와 해국이 피어 있는 남국의 섬 제주, 그곳에서도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우도로 떠나보자.

제주엔 우도 마라도 비양도 등 사람이 살고 있는 섬 속의 섬이 여덟개나 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섬은 제주 동쪽에 있는 우도(牛島)가 아닐까. 우도는 섬마을, 초원, 해안 등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무척 인상적인 여행지다. 사시사철 둘러보기 좋지만 요즘 같은 한겨울에도 사람들은 우도를 찾는다. 그만큼 풍광이 빼어난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도8경으로 빛나는 제주의 새끼 섬

섬의 모양새가 마치 드러누운 소와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우도는 제주에 딸린 섬들 중에서 가장 크다. 전체 둘레는 약 17km,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는 약 12km다. 천천히 구경하며 걸어도 5시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는 거리다.

우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인 1697년 무렵 나라 소유의 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다. 1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1843년 우도에서 기르던 마필을 다른 목장으로 반출하자 제주 주민들은 나라의 허락을 받아 하나둘 우도로 들어가 땅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844년 김석린 진사가 섬에 들어와 주민 교육에 힘쓰면서 본격적으로 정착민들이 몰려들었다.

우도에는 '우도 8경'으로 불리는 여덟개의 절경이 있다. 우도 남쪽 광대코지 암벽 아래 해식동굴에서 대낮에 만나는 환상적인 달빛이 제1경이요, 밤 고깃배가 은하수처럼 수놓은 밤바다 풍경이 제2경이다. 또 천진리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는 경치가 제3경이요, 우도봉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전경이 제4경이다.



그리고 제주 성산포 해안에서 바라본 우도 전경은 제5경, 우도 남쪽의 줄무늬바위로 형성된 우도봉 기암절벽은 제6경, 우도봉 아랫마을 검멀래 해안에 있는 콧구멍 동굴이 제7경, 우도 서쪽의 흰 모래톱인 산호백사장이 제8경이다.

이 우도8경을 낮과 밤(주간명월, 야항어범), 하늘과 땅(천진관산, 지두청사), 앞과 뒤(전포망대, 후해석벽), 동과 서(동안경굴, 서빈백사)로 구분하기도 한다.

우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다. 지난해 우도 올레가 개척되면서 걷는 이들이 제법 많아졌다. 자전거도 괜찮다. 우도의 최고봉인 소머리오름(우도봉) 외엔 오르막이 거의 없어 초보자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좀 더 빠르게 돌아보려면 스쿠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시계 방향으로 돌든 반시계 방향으로 돌든 괜찮지만, 보통 관광객들은 경사가 완만한 시계 방향으로 돈다. 지도는 선착장이나 자전거 대여점 등에서 무료로 나눠준다. 이 외에도 우도를 한바퀴 도는 관광버스(5000원)를 타거나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우도 여행은 선착장(하우목동항)에서 시작한다. 항구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뻗은 길을 따른다. 길은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 사이를 지나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해안으로 이어진다.

북쪽의 오봉리로 가는 해안길, 운이 좋으면 푸른 바다에서 태왁에 몸을 의지하고 물질에 여념 없는 해녀의 숨비소리도 들을 수 있다. 쇠꼬리 부분에 속하는 오봉리는 앙증맞은 등대와 초소 역할을 한 망대(望臺)인 답다니탑이 눈길을 끈다. 근처 해안은 배우 전도연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인어공주> 촬영지다.

풍광이 여전히 아름다운 해안 길을 따르면 우도에 딸린 새끼섬인 비양도다. 제주도 북서쪽 협재해수욕장 앞바다의 유인도인 비양도와 이름이 같다. 우도에서 비양도까지는 120m의 좁은 콘크리트 포장길이 이어져 있다. 길 양쪽으로는 까만 현무암들이 깔려 있어 동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 길 끝엔 등대 하나가 외롭다.



비양도를 벗어나 영일동 포구 지나면 검멀래해수욕장. ‘검은 모래’라는 뜻을 지닌 해안이다. 해안 안쪽으로는 우도봉 해안 절벽이 펼쳐져 있는데, 여기엔 크고 작은 해식동굴이 눈에 띈다. 우도8경에 속하는 콧구멍 동굴, 즉 동안경굴(東岸鯨窟)이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밖에선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동굴이 넓어진다. 가끔 이곳에서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전망 좋은 소머리오름에 세워진 우도 등대
 
해안 절벽 너머에선 우도 등대가 손짓한다. 소머리오름(132m) 정상에 위치한 우도 등대는 1906년 세워졌다. 우도와 성산포 사이의 거친 해협 때문에 수송선이 어려움을 겪자 일본 군인들이 우도에 건립한 것이다. 당시엔 호롱에 석유를 넣어 불을 켠 뒤 쇠기둥에 올려 매달았는데, 이를 등간(燈竿)이라고 불렀다. 이 등간은 1919년 벽돌을 쌓아 만든 등대로 개량되면서 사라졌다.

광복 후 우도 등대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등대가 되었다가 1959년 발전기를 설치하면서 사람이 머물기 시작했다. 2003년엔 옛 등대 옆에 새로운 원형 대리석 구조물로 최신 등대를 세웠으며, 점등 100주년을 맞은 2006년 옛 우도 등대를 복원했다. 현재 이곳엔 전 세계 유명 등대들의 미니어처를 비롯해 일반인들이 등대를 체험하고 쉬어갈 수 있는 등대공원과 문화공간 등이 갖춰져 있다.


등대 자리는 우도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발 아래로 우도의 아기자기한 풍광이 펼쳐지고, 돌아보면 까마득한 해안 절벽 너머로 뭍을 향한 그리움인 듯 푸른 바다가 손짓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망망대해는 우도8경 중 지두청사(地頭靑莎)다. 성산포 너머로는 머리에 흰눈을 가득 얹은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빈백사해수욕장(천연기념물 제438호)은 우도에서 가장 빛나는 미학을 갖춘 곳이다.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해안과 옥빛의 바다가 어우러져 빚은 풍광은 지중해가 부럽지 않은 풍광이다. 배우 이정재와 전지현이 나왔던 영화 <시월애>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CF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흔히 서빈백사해수욕장은 산호가 부서져 형성된 해빈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김 우뭇가사리 등의 홍조류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형성된 홍조단괴라는 물질이 부서지면서 생긴 해빈이라 한다. 미국 플로리다 등에도 홍조단괴가 있으나 이곳처럼 해빈의 주요 구성 퇴적물을 이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그만큼 귀한 명품이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여행정보

●자가운전 제주공항→12번 국도→조천→구좌→성산포항. 공항에 금호렌터카(064-755-8101 www.jejukumhorent.com), 그린렌터카(064-743-2000 www.greenrent.co.kr) 등 렌터카 업체가 아주 많다.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시내버스(100번) 이용해 제주 시외버스터미널 도착. 15분 소요. 여기서 동회선 일주버스(성산 경유)로 갈아타고 성산포에 도착. 약 1시간 소요. 성산포↔우도 성산포항에서 매일 10회(08:00∼17:00 매시 정각) 운항. 운임(왕복) 4000원, 입장료 1000원, 이용료 500원. 15분 소요. 우도에서 나오는 배도 1시간마다 10회(07:30, 08:00∼16:00 매시 정각, 16:30) 운항. 우도해운 전화 064-782-5671

●숙박 서빈백사해수욕장 근처에 펜션로뎀(064-782-5502), 빨간머리앤의집(064-784-2171), 하얀산호민박(064-784-9090), 검멀래해수욕장 앞에 동굴리조트(064-784-6678), 섬사랑리조트(064-784-8380) 등 숙박시설이 있다. 비양도엔 등머울민박(064-784-3878)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