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Inversion, 162.2x130.3cm, oil on canvas, 2009
문학의 수사법 중에 반어법과 역설법이란 것이 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 듯하지만, 속에 담겨진 의미에 의해 뜻이 강조돼 전달되는 법이다. ‘쥐 죽은 듯 조용한’ 혹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와 같은 유형이나 유치환의 <깃발>에 나오는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등과 같은 것을 말한다. 문학과 마찬가지로 미술작품 또한 역설적인 이미지가 창작돼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정치적 사안이나, 이데올로기와 같은 직접적 생산의 의미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개인의 사유적인 부분에서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무심결에 지나는 시장통, 과일가게 아주머니 손길에서 골라지는 약간 상한 귤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싱싱했을 귤은 오늘까지 싱싱한 귤을 위해 골라지고 있었다. 현재 싱싱하게 보이는 귤 중에서 몇개의 귤은 내일 싱싱한 귤을 위해 골라내어 질 것이다. 여기에서 김종일의 작품 이 시작된다. 현재 옳다고 믿는 것은 내일 그름이 될 수 있으며, 어제까지 믿고 있던 진실은 오늘 거짓이 돼 귤과 같이 골라내어질지도 모른다는 의미가 부여된다.
약간 상한 귤이라도 현재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거저 주지는 않는다. 약간의 금액을 지불하고 가져 온 귤은 화가의 작업실 커다란 유리컵에서 썩어간다. 음식으로서 마지막을 불태우듯 현란하고 화려한 색을 발한다. 만지면 대기로 무수히 흩어질 곰팡이 포자들은 새로운 생명을 위한 순환이며, 다시 생명으로 잉태될 환원의 과정이다. 유리컵에서 썩어가면서 생기는 곰팡이는 생명의 잔존임과 동시에 음식물을 분해하면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체들의 보고가 된다. 불가에서 말하는 업보나 윤회와 같은 의미까지 확장시키지 않는다 할지라도 자연의 순환과 환원의 개념은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