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이해하기 위해선 골프가 왜 다른 스포츠와 다른가를 먼저 깨달아야 한다. 골프를 에워싸고 있는 두꺼운 껍질을 한꺼번에 깨고 들어가 골프의 핵심에 접근하는 지름길이다.
골프가 다른 스포츠와 다른 핵심은 골프에 소요되는 시간과 공간에 여백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골프는 그림에 비유하면 동양화다. 서양화는 여백이 없이 색으로 채워지지만 동양화는 여백이 많다. 동양화의 묘미와 깊이는 바로 이 여백에 있다. 골프 역시 틈이 너무 많다. 한번 라운드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대략 4시간으로 잡을 때 실제로 샷을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개인의 스윙 빠르기나 성격에 따라 차이나겠지만 샷을 한번 날리는데 길어야 3초 정도 걸린다고 보면 80타를 치는 골퍼라면 240초, 즉 4시간 걸리는 라운드에서 스윙하는 시간은 기껏 4분에 불과한 셈이다. 나머지 3시간56분이 틈인 셈이다. 샷을 한 뒤 담소하며 이동하고 다음 샷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이 시간이 바로 골프의 틈이다.
골퍼가 직면해야 하는 공간 역시 여백 투성이다. 골퍼가 한 라운드를 도는 공간은 다른 스포츠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에게 펼쳐진 공간이지만 실제 이용하는 공간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골프의 불가해성이 있다. 골프는 바로 이 모든 틈과의 싸움이다. 함께 플레이하는 동반자와의 거리도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며 수많은 공간을 만든다. 플레이를 펼쳐야 할 공간 역시 길고도 넓다. 샷과 샷 사이에도 틈이 너무 많다.
이런 시간적 공간적 틈에 온갖 상념이 피어오른다. 지난 홀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감, 멋진 샷을 날린 뒤 똑 같은 샷을 날리고 싶은 욕심, 라운드 중인 동반자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 경쟁자의 플레이에 따른 마음의 흔들림,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나쁜 징크스 등 여름 하늘에 뭉게구름 피어오르듯 온갖 잡념이 바로 이 틈에서 피어난다. 아무리 골프기술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 빈틈을 다스릴 줄 모르면 골프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이런 광활한 시간과 공간의 틈을 유랑하는 것이 골퍼다. 동반자 중에는 선의의 동반자도 있고 적대적 동반자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모든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하고 그 결과는 자신의 몫이다.
골프에 내재된 시간적 공간적 틈을 이해하고 다스릴 줄 모른다면 아무리 기량이 탁월한 골퍼라 해도 골프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거의 무한정으로 널린 시간과 공간 속을 유유자적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바로 골퍼가 갖추어야 할 최상의 덕목이다.
이런 골퍼의 능력은 마음 비움에서 나온다. 골프 고수들이 끝없이 강조하는 `마음을 비워라돴는 충고는 `골프를 제대로 즐기는 여유를 가져라돴는 뜻의 다른 표현이다. 수도권의 어느 골프장에 가보면 '허심적타(虛心適打)'라는 글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데, 골프에서 마음 비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마음을 비운다는 일이 지난하다. 선사(禪師)들도 도달하기 힘든 허심의 경지를 스코어나 돈을 좇는 보통 골퍼가 다다른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긴 하다. 그러나 평소 골프란 결코 적대적 게임이 아니라는 점, 골프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플레이를 하면서 심판도 하는 자립독행(自立獨行)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허심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고 전혀 새로운 골프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