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는 영화산업의 신기원을 만들었다. 어디까지가 실제 배우의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컴퓨터 그래픽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바로 '이미지 켑쳐'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전의 3D와는 완전히 다른 입체공간을 연출했다. 관객들은 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 신기술에 대한 놀라움과 미래 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에 경외감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증시에서도 3D 관련 업체가 갑자기 조명을 받는다. 신기술은 항상 투자가들을 흥분시킨다. 때로는 광적으로 집착하게 만든다. 십분 이해가 간다. 인류의 생활이나 문화적 양식을 영원히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기술은 당연히 투자가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 1904년 라이트 형제가 ‘키티호크’에서(미국의 최신예 핵 항공모함 ‘키티호크’호가 바로 이 마을 이름을 땄다) 불과 100m 정도 날아간 첫 비행기를 선보였을 때도 투자가들은 흥분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야말로 인류의 수천년 꿈을 이룬 신기술의 총아였다. 1910년 대에 미국에서만 거의 2000 개의 비행기 제작회사가 생겨난 것은 비행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가솔린자동차가 발명됐을 때 혹은 전신회사가 생겼을 때 또는 철도가 처음 개설됐을 때 느낀 사람들의 흥분은 아마 <아바타>를 본 관객 이상이었을 것이다. 사실 굳이 멀리 갈 것까지도 없다. 10년 전 인터넷이 정보통신 혁명을 일으켰을 때 투자가들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당시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수백배 폭등한 것은 400년 전 튜립 파동 이후 처음 있었던 사건이었다. 이 모든 흥분과 열기 후 투자가들이 돈이 어떻게 됐는지는 이미 너무 잘 알려진 얘기라 더이상 반복하지 않기로 하자.
작년 12월 이후 각종 테마주에 투자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대형주가 소강 상태를 보이면 의례껏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또 상당 부분 미래의 산업의 지평을 바꿀 새로운 기술이나 업종임은 분명하다.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나 핵융합기술 혹은 전기차와 관련된 기술, LED기술, 앞서 언급한 3D기술, 혹은 의약품 등 어느 것 하나 엄청난 잠재력을 갖지 않은 것이 없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느 정도 돈을 버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마지막 승자가 나타날 때까지 사업가나 투자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혹은 종종, 돈 버는 업체는 그 기술을 개발한 업체가 아니라 가장 깔끔하게 대량 소비제품을 만들어 낸 엉뚱한(?) 기업이라는 것에 투자의 어려움이 있다. 비근한 예로 LCD 기술은 일본이 개발했지만 승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이고 휴대폰의 원천 기술은 모토로라와 퀄컴이지만 돈을 더 번 것은 노키아와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반대로 MP3를 대량으로 생산한 곳은 한국이지만 애플의 아이팟이 디자인과 사용성 측면에서 승자로 부상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코스닥의 열기는 한편으로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불안하다.
사실 코스닥 투자에서 제법 돈을 벌었다는 투자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일시적으로 돈을 벌었는지 몰라도 장기로 계산해 보면 발품(?) 판 것만큼 대가가 크지 않다. 간단하게 지난 10년의 코스닥 시가총액 변화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2000년 코스닥 시가총액은 29조원이고 현재 시가총액은 약 90조원 부근이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코스닥에 신규상장과 유상증자 물량을 합치면 약 65조원이 나온다. 29조원+65조원는 95조원이니 총 시가총액은 오히려 줄었다는 얘기다.
이는 퇴출된 278개 종목이 그만큼 시가총액을 까먹었은 것도 원인이고 설사 생존해 있다 하더라도 주가가 폭락해 끊임없이 시가총액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가가 폭락했거나 퇴출된 기업들의 상당수가 당대를 풍미한 기술주 관련 업체란 것이 눈길을 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벤처기업의 특성상 당연한 것이고 코스닥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코스닥시장은 기술은 있으나 ‘사업으로서’ 성공여부는 다소 불확실한 기업체들에게 자금을 조달시켜 주기 위해 개설된 시장이다. 따라서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또 반대로 성공 시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이 난다. 다만 확률이 낮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분석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로 봐서는 그만큼 어려운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아바타는 현란한 기술을 선보였지만 스토리 라인은 여전히 진부하다. 좋은 놈과 나쁜 놈이 등장하고 결국 좋은 놈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얘기는 영화가 처음 등장한 100년 전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간 것이 없다. 어떻게 보면 뻔한 얘기다. 그나마 환경문제로 살짝 덧칠해 현대적 상황을 첨가했지만 포카 혼타스란 인디안 추장 딸과 백인 강탈자의 스토리를 그대로 복사한 것이나 진배없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바로 인간의 심성은 수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기본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주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코스닥에서 살아남았고 지난 10년 동안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20개 종목에서 신기술과 관련된 종목은 2~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참으로 고리타분한(?) 전통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 회사명도 '테크'자가 들어가는 멋진 영어 이름을 쓰지 않고 촌스럽게(?) 한국 이름을 쓰고 있는 업체가 19개다.
코스닥 투자는 경제 전체적으로 권장해야 할 사항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의 미래는 뭔가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벤처기업들의 성공에 달려 있다. 다만 조금은 장기적으로, 조금은 기본을 점검하면서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돈도 벌고 기업도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