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는 종종 어떤 기업의 ‘불운’이 다른 기업에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일종의 반사이익 기대감이다. 지난해 초 세계 5위권 기업인 독일의 D램업체 키몬다가 파산하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일종의 ‘키몬다 효과’를 본 것도 그 일종이다.

수요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한 업체가 어떤 식으로든지 악재로 인해 경쟁에서 불리해지면 다른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일종의 ‘치킨게임’(국제정치학에서 쓰는 게임이론,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리킴)에서 전리품을 나눠 게 되는 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월 키몬다가 파산할 당시만 해도 그 효과에 대해 의심반 기대반이었지만, 실제 이후 실적이 빠르게 호전됐다는 점에서 ‘키몬다 효과’를 부인하기 어렵다. 당시 외국계 증권사들은 D램 업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냈는데 실제 모습은 그와 반대로 나타냈다. 당시 외국계 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해의 삼성전자처럼 '제2의 키몬다' 수혜주가 될 전망이다. 바로 일본 자동차업체인 토요타 때문이다.

지난 1월27일 미국 교통부는 토요타에게 캠리, 코롤라, RAV4, 매트릭스, 아발론, 툰드라 등 8개 차종에 생산과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미국 판매량의 57%에 해당하는 이 차들이 안전상의 문제로 판매가 금지된 것이다.
 
토요타는 앞서 가속페달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그런데 2월 들어서부터 북미에서 무려 230만대 차량에 대한 수리를 실시하기로 함으로써 수리 기간이 수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토요타의 주가는 이를 반영해 리콜 사태 이후 2월2일까지 18% 하락하고 있다.
 

◆'명차' 토요타, 어쩌다 이 지경이
 
높은 내구성 등으로 ‘품질’의 대명사 격이나 다름없었던 토요타는 이번 결함으로 우수한 품질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토요타가 이처럼 대규모 리콜을 실시할 만큼 품질이 떨어진 배경으로는 오랜 호황으로 인한 방만한 경영이 첫번째 이유로 꼽히고 있다.
 
박상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토요타가 2000년대 들어 예상수요를 높게 책정해 미국 텍사스주와 미시시피주에 대규모 신규공장을 착공했는데 단시간에 교육시킨 신입직원들의 숙련도가 기대치보다 낮아 제품 불량률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토요타가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디자인과 성능보다는 생산성 높이기에만 주력했고, 이 결과 과잉생산이라는 부작용으로 변신, 전례 없는 경영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박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현대-기아차, 토요타 반사이익 어느 정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원/러 환율 상승 등으로 역샌드위치 효과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컸었고 실제 북미 자동차 점유율 하락 등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12월30일 12만1000원까지 오른 뒤 토요타 리콜 직전인 1월26일 10만8500원까지 떨어졌다. 기아차도 지난 1월4일 2만800원까지 오른 뒤 1월26일 1만8000원대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토요타 리콜 이후 주가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월3일 기준 현대차는 11만2000원, 기아차는 2만500원까지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토요타 리콜 사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그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손명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토요타의 6개월간 생산차질이 40% 정도 발생할 것으로 가정할 경우 올해 미국 점유율은 현대차가 0.2%포인트, 기아차가 0.1%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추세인 반면 토요타의 브랜드 가치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토요타 차량 중고차 가격은 하락이 이미 시작됐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품질지표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토요타 캠리, RAV4 경쟁차종인 신형 쏘나타와 투싼은 3월 출시로 직접적인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손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현대차에 대해 목표주가 15만원, 기아차는 2만7000원을 제시했다.
 

◆단기호재냐 장기호재냐
 
박상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토요타의 장점과 단점을 오랫동안 분석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내구성과 생산성을 참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토요타 또한 과거 단점이었던 디자인과 성능을 보완하기 시작해 ‘고품질의 제품’ 대신 ‘저렴한 가격’을 만드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기 때문에 현대차와 시장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토요타의 경영개선은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박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새로운 제품철학이 반영된 제품이 출시되기까지는 개발기간이 2~3년 필요하고, 리콜 대상 차량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도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이 기간이 한국 자동차업체들에겐 절호의 성장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 역시 비슷한 시각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토요타는 이번 사태로 품질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기 때문에 이는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의 목표주가 17만원과 매수 의견을 유지했는데, 현대차가 과거 10년처럼 품질을 계속 개선할 경우 오랜 기간 큰 폭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서 연구위원은 "이번 사례는 품질을 저해할 정도의 무리한 원가절감이 얼마나 무모한 지를 깨우쳐주는 계기로 작용해 내년 기아차와 더불어 미국판매 100만대 돌파가 예상되는 현대차 그룹에게 토요타 못지않은 고속성장에 따른 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2%에서 올해 기존 전망치 4.6%보다 높은 5%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