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5%, 2006년 45%, 2007년 70%, 2008년 100%’

 

금융감독원이 지난 2004년 ‘정보기술(IT) 및 전자금융 안전성 제고 대책반’을 구성하고 ‘IC칩 카드 전면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스케쥴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시중의 신용카드는 모두 IC카드로 바뀌었어야 한다.

 

당국에서 기존 마그네틱카드(MS카드)를 IC카드로 교체하려고 한 의도는 IC카드가 MS카드보다 복제가 어려워 보안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칩 하나에 다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강제규정과도 같던 IC카드 보급 계획은 어느 순간 흐지부지 숨어들었다. 2009년 말 현재 카드업계의 IC카드 발급률은 93% 수준이다. MS카드가 여전히 상당량 발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 위변조 사고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 위변조 사고는 2006년 3240건, 2007년 2020건, 2008년 2308건, 2009년 3분기까지는 2091건이 발생했다.


특히 카드사별로 보면 발급률이 70%대에 머문 곳이 있는가 하면  최고 140%대에 이르는 곳도 있다. 발급률이 어떻게 100%를 넘어가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IC카드 발급률 계산을 유효카드(최근 6개월간 사용 실적이 있는 카드) 대비  IC카드 발급량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당국에서 IC카드의 활성화를 강력하게 밀어부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IC카드의 단말기 보급률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 IC카드 단말기 보급률은 20%대에 불과하다. 그만큼 IC카드를 대량 발급해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IC카드 단말기를 보급, 관리하는 밴(VAN)사들은 대당 15만~20만원인 IC카드 단말기를 100만개가 넘는 가맹점에 모두 설치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항변한다. 밴사들은 카드사들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카드사들은 단말기 보급은 밴사의 역할이라며 냉랭하다.

 

카드사의 비용부담도 문제

 

카드사들도 IC카드 발급은 비용부담 요인이다.  IC카드에 들어가는 칩의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힌 기존 MS카드에 비해 상당히 비싸기 때문이다.

 

단순히 결제에만 사용되는 8k칩의 가격은 1000~1200원선이다. 여기에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첨부된 32k칩은 1300~2300원선이다. 비접촉카드에 들어가는 36k칩은 2000~2600원선, 서울시선불교통카드나 T머니 기능이 첩부된 72k칩은 5000~6050원이나 된다. 이에 비해 MS카드 제작비는 1000원 안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1억699만장을 기록했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4.4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중 휴면카드가 약 3000만장으로 4장 중 1장이 '불발탄'이다. 이런 상황에서 IC카드를 대량으로 늘리는 것은 실속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에서는 IC카드 보급 활성화를 위해 IC칩의 효율성을 더 높여달라는 입장이다. IC카드에 많은 정보를 넣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도에 따를 규제가 많이 이를 통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후불 하이패스카드다. 현재 전 카드사들이 후불 하이패스카드 발급에 적극 나서면서 그 발급수가 400만장을 넘어섰다. 하지만 카드사의 후불 하이패스카드는 일반 신용카드로는 사용할 수 없다. 72k로 용량이 충분하지만 일반 결제기능이나 교통카드 기능을 첨부하기 위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비접촉칩과 교통카드칩은 규정상 하나의 칩에 넣을 수 없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각 사업자의 입장이 다르고, 간섭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IC카드를 활성화하려면 교통정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