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주년 특집/자취, 자취생을 말하다
달콤 씁쓸한 '혼자'의 자유
개고생 안 하려면 '게으름의 유혹'을 떨쳐라
2월 '방 구하기 전쟁' 치루며 서둘러 계약,
3월이면 또 한차례 '방 옮기기 전쟁'
캠퍼스가 새학기 개강을 맞아 활짝 열렸다. 겨우내 주인을 잃은 양 휑뎅그레 비었던 강의실에도 이야기 꽃이 만개하고 있다. 캠퍼스와 함께 대학가도 봄맞이가 한창이다. 특히 하숙생과 자취생이 밀집해 있는 대학 주변은 하루가 다르게 활기로 넘쳐난다. 이른바 대학가의 봄이 시작된 것이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거나 과도한 하숙비 부담 등을 내세운 자발적 자취생이 늘어가면서 학교 주변은 한바탕 '2월 방 구하기 전쟁'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8번째 새학기를 맞이하는 <대학경제>가 3월을 맞이하며 '혼자살기' 준비에 분주한 자취생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했다.
자취생들에게 '언제가 가장 외롭니?'라고 물으면 '아플 때'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한다. 특히 자취 시작 초기, 생일 아침, 혹은 주말에 혼자 집에 있을 때, 혼자 밥 먹을 때 등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시간과 숙명처럼 함께하는 자취생들. 그러나 그들에겐 외로움을 상쇄시킬 만큼의 '달콤한 자유'가 있잖는가. '혼자'의 고생과 맞바꿀 달콤한 자유를 위한 첫번째 길 '방 구하기'를 알아본다.
학기 시작 전 멋모르고 덜컥 계약을 했다가 한 두달 살아본 뒤 '참을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로 방을 옮겨야할 자취생들을 위해 '자취생 집 구하기 노하우' 다섯가지를 살펴본다.
1. 집은 낮에 보러 가라
낮에 가서 방의 채광을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아침에 눈을 떠도 해가 들지 않는 방, 해가 들지 않으니 곰팡이가 여기저기 생긴다. 도배를 했는데도 그 위에 또 다시 생기는 곰팡이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런 일이 없기 위해선 꼭 낮에 방을 보고 채광을 확인하자. 햇빛 안 드는 집이면 매일 전등을 켜놓아야 하기 때문에 전기세는 더 들고, 겨울에는 다른 방보다 훨씬 추워 난방비도 더 든다.
2. 물을 꼭 확인해라
집을 보면서 수압을 꼭 확인해라. 수압 낮으면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샤워할 때 귀찮아진다. 뜨거운 물이 잘 나오는지도 꼭 확인해라. 가뜩이나 혼자 있으면 샤워하기도 귀찮아지는데 물까지 안 좋으면 더욱 하기 싫어진다. 화장실이 너무 추운 집도 주의 대상. 만약 집에 비해 화장실이 유독 춥고 물도 안 나온다면 그건 정말 피해야하는 집 리스트 1위에 올려놓아도 무방하다.
3. 골목보다 큰 길, 1층 보다 2·3층
당신이 여성이라면 골목길보단 큰 길에 있는 방을 구하는 게 중요하다. 낮에도 다니기 무서운 골목길은 집에 갈 때마다 두려움에 떨게 될지도 모른다. 무서운 범죄가 아니라도 변태 등 요즘 혼자 사는 여성 자취생들을 노리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다. 큰 길이 어렵다면 골목길이라도 입구 쪽을 알아보자. 또한 1층보단 2~3층이 좋다. 1층은 입구와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구두소리 덕에 시끄럽다. 주변에 음식점과 술집이 많으면 밤에 시끄러울 일이 많으니 주의하자.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알아봐야 한다. 흉흉한 세상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4. 방은 깨끗하고 아담한 곳으로
방 크기가 도시가스비도 좌우한다. 한 때 여성들의 로망으로 유행하던 복층형 방이 외면 받게 된 이유도 바로 가스비 때문이었다. 방이 너무 크면 학생 지갑으로 감당하기 힘든 '가스비 폭탄'을 받을 수도 있다. 만약 빌트인 방으로 들어간다면 자취 시작 전 가구, 전자제품의 흠집 등을 먼저 체크해놓는 것도 필수. 나갈 때 내가 배상해야하는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친구나 부모님과 동행하자.
혼자 가는 것보단 부모님과 친구와 동행하는 편이 내가 발견하지 못한 안 좋은 점을 찾을 수 있게 한다. 만약 여러번 방을 구해 익숙한 상태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을 동행하자. 나중에 살면서 느낄 불편함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든든한 방법이다.
*자취 10계명 '이것만은 절대'
자취 초기의 외로움, 무서움이 두려워 룸메이트를 찾던 당신. 특히나 절친과 자취를 생각하는 당신. 하루하루가 시트콤같이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친한 친구도 멀어지게 한다는 무서운 자취의 능력. 생활 곳곳의 사소한 트러블이 결국은 친구와 나 사이에 벽을 만든다. 만약 룸메이트가 생길 경우엔 서로 역할이나 규칙을 정해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 자취에 도움이 될 '자취생 10계명'을 살펴보자.
1. 규칙을 정하라
자취는 '혼자'가 최선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함께 살아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럴땐 룸메이트와 함께 '자취의 법규'를 만들어라. 가령 허락 없이 친구 데려오지 않기, 샤워 후 욕실 간단히 청소하고 나오기 등 간단하지만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정하는 것이 서로의 감정을 다치지 않고 잘 사는 길이다.
2. 나 자취해! 놀러와
굳이 말하고 다닐 필요가 없는 이야기이다. 친구들 한번 들렸다 가면 냉장고도, 방도 엉망이 된다는 것. 아니라고 고개 젖는 당신, 사실이다. 자신의 방이 학과 모임으로 술 진탕 취한 학우들이 들려서 자고 가는 방으로 되는 순간,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내방이 내방이 아니게 된다. 친구들에게 자취방에 오지 말라고 말하기 미안하다면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해라. 직장에 다니는 친척과 함께 산다거나, 친척이 와 있다는 변명은 가장 적절한 선의의 거짓말이다.
3. 밥 먹기 귀찮으면 전자렌지
혼자 살면 제일 귀찮은 것이 끼니 챙기기다. 세탁이야 몰아서하고, 청소에 안하고 버틸 때까지 버틴다지만 식사는 하루에 3번은 찾아온다. 귀찮아서 안 챙겨먹으니 체력은 약해지고, 한끼로 세끼 식사를 몰아서 먹으니 살은 그대로다. 오히려 끼니대신 꼬박꼬박 먹은 간식으로 살이 찌는 경우도 있다. 위가 약해져 항상 위가 쓰라린 위병도 생긴다. 자취생들에게 위염은 그냥 익숙한 친구가 된다. 배달 음식과 포장 음식에 익숙해진다지만 그것도 끼니마다 먹긴 질린다. 이럴 때 전자렌지 하나 있음 엄청 편하다. 인터넷엔 전자렌지만을 이용한 여러 요리법도 많이 나와 있다. 2분이면 따뜻한 밥과 국을 차려주는 자취생들의 마법의 상자다.
4. 설거지 귀찮다면 식판 OK
설거지는 생기는 데로 자주자주 해결하자. 만약 자주자주 해주지 않는다면 금세 설거지통 가득 쌓인 그릇과, 물 마실 때도 물컵 하나 찾기 힘든 상황이 오게 된다. 심할 경우 벌레도 낀다. 설거지가 귀찮다면 식판 하나에 밥과 반찬을 조금씩 담아 한끼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번에 닦아서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5. 작은 사이즈의 김치냉장고
김치냉장고는 더 이상 주방에 있는 어머니만의 보물이 아니다. 여유가 있다면 일반 냉장고는 작은 사이즈로 사더라도 김치 냉장고 하나 사두는 것이 좋다. 야채와 과일이 장기보관 가능해지니 음식물 쓰레기도 확 줄고, 김치도 오래두고 먹을 수 있다. 양이 많은 반찬은 김치냉장고에 보관해놓고 조금씩만 덜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훨씬 편리하다.
6. 생활용품은 1000원숍에서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오래 쓸 물건은 아닌 것들. 예를 들어 빨래망, 정리용 바구니, 슬리퍼 등은 다이소를 이용하자. 싸고 나중에 이사할 때 처분하기도 맘 편하다. 싸다고 해서 이것저것 사는 것은 금물. 리스트를 적어서 그것만 사도록 하자. 1000원짜리들이 모여 엄청난 금액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7. 방 꾸미기는 잊어줘
포인트벽지, 계절마다 바꿀 커텐, 귀여운 쿠션, 미니 화분, 러그 등 온갖 장식품 등은 이사할 때도 골칫거리가 되지만 평소 생활에도 큰 불편을 초래한다. 예쁘다고 좋아하는 것은 잠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사다보니 색깔도 안 맞아 촌스러워 보이고 나중엔 그 위에 쌓인 먼지 터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반이 지나간다. 손이 많이 가게 예쁘게 놓는 것보단 치우기 쉽게 놓고, 이것저것 꾸미는 것보단 심플하게 해놓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더 좋다.
8. 가계부를 꼭 쓰자
거창하게 가계부까진 아니더라도 그날 그날 사용한 돈을 적어놓은 용돈기입장이 있으면 내가 어떤 때 무엇을 사고 내가 자주 사는 어떤 물건이 평균 어느 정도 하는지 한눈에 확인이 가능해진다. 내 소비패턴을 알면 여기저기 새나가는 돈을 막는 것도 가능해진다.
9. 보일러는 전원은 '외출'로
가스요금은 켜놓는 시간이 아닌 '온도'로 정해진다는 사실. 집을 나선다고 보일러는 꺼놓는 것은 집에 돌아와 바닥을 데울 때 더 많은 요금을 내게 한다. 0에서 100보단 50에서 100되는게 더욱 빠르듯이 외출로 해놓으면 가스요금을 아낄 수 있다. 겨울철 보일러가 얼기도 쉬운데 외출로 해놓으면 일정 온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은 보일러가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요금 걱정도 없고, 보일러 순환펌프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어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10. 여자는 '혼자'의 흔적을 지워라
여성의 경우라면 더욱 중요한 안전. 입구에 남자 신발을 놔둔다던지, 속옷을 말릴 땐 잘 안 보이게 말린다던지, 남자 옷 하나쯤 걸어놓는다던지 등 ‘여성 혼자 사는 흔적’을 잘 티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의 경우도 역시 중요한 안전. 문단속을 꼼꼼히 하도록 하자. 애초에 방범이 잘 된 집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취생 이야기>
"귀차니스트가 되지 말아라"
박영미(경희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씨의 기숙사와 자취를 전부 경험해 보았다. 그런 그녀에게 자취와 기숙사의 차이에 대해 묻자, 자취가 조용하고 원하는대로 다 할 수 있고 자기 생활 패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장점이라면 기숙사는 싸고 외롭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러나 자취는 생각 외로 나가는 돈이 많다는 점과 기숙사는 룸메이트를 잘못만나면 그 학기는 최악의 학기가 된다는 점, 더러움이나 소란스러움, 물건 도난의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어느 쪽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으니 잘 생각해보고 자기한테 맞는 점을 골라야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어 자취가 아닌 기숙사 생활을 준비하는 경우 ‘집이 아니라 나는 잠시 들렀다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집이 내 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과 서로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다고 한다. 서로의 기준을 인정하고 함께 하는 편이 기숙사 생활을 위한 중요한 점이다.
배민정(경희대 관광학부 4학년) 씨의 집은 학교에서 지하철 1시간 거리이다. 지하철만 왕복 2시간 거리에 있는 집은 통학은 가능한 거리지만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 자취를 시작했다. 지하철에선 졸려서 꾸벅꾸벅 졸다 집에 와서도 피곤한 상태로 있는 날이 많아 부모님과 얘기한 후 학교 앞에서 살기로 했다. 자취를 시작한 후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새학기를 맞이하여 ‘아침 챙겨먹기’를 제1 목표 삼았다는 그녀. 자취 생활 중에 가장 하면 안 되는 것으로는 ‘밤샘 술자리’를 꼽았다. 인간관계를 위해서 몇번 학교 앞에서 술 먹으며 밤을 새운 적이 있던 그녀는 장기적으로 볼 때 그것이 체력적으로나, 생활리듬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백용호(서울산업대 구조공학과 4학년) 씨는 기숙사 생활이 간섭 없이 자유롭긴 하지만 그만큼 나태해지기 쉽다고 얘기했다. 1년 반 정도 기숙사 생활을 하며 얻은 특별한 생활 속 팁은 없는지 묻자, 특별한 팁보다도 생활력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부모님의 보호 밑에서 살다 혼자 떨어져 살아보니 자기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일도 많아 전에 비해 더욱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는 얘기다.
집이 멀어서, 중요한 시험공부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시작한 집을 떠난 생활. 대학 내 자취생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게으름'이다. 인터뷰한 자취생과 기숙사생 모두 입을 모아 얘기한 내용이다. 게으름과의 싸움은 곧 자신과의 싸움. 귀찮음을 이기고 후회하지 않을 자취생활을 시작하길.
권수현 대학생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