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부자이야기-2
 
이영철 영철버거 사장의 '富慈眞'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
 
 
      초등 4년 중퇴 11살 상경소년,
      좌절 딛고 '버거 꿈' 이룬 뒤 사랑과 나눔 실천
 
 
 지난 2월26일 고려대학교 졸업식장. 학부모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 손에는 꽃다발과 졸업증서, 그리고 햄버거가 담긴 봉투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 시각. 학교 앞 '영철버거' 매장에선 이영철 사장이 흰 모자를 쓰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햄버거를 만들고 있다. 새벽부터 1만개의 햄버거를 만드느라 잠을 설쳤지만 피곤한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려대학교가 지난 5년동안 학교 앞에서 1000원짜리 '영철버거'를 팔아 그 수익금 중 일부를 고대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는 이영철 사장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졸업식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나눠줄 햄버거를 주문한 것이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고려대학교 앞 명물 '영철버거' 이영철 사장이 지난해 9월 부자학연구학회에서 재정한 봉사부자상을 받으면서 밝힌 소감이다.

 초등학교 4학년 중퇴, 그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을지를 짐작할 수 있는 이 사장의 최종 학력이다. 공사판 막노동이 자신의 천직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한 사내가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십여개의 프랜차이즈를 관리하는 기업 '영철버거'의 사장이 되었다.

 지난 호(146호) 인터뷰에서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가 '대학생들이 본받을 만한 부자'로 첫손에 꼽은 이영철 사장.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를 만나 '富者'가 아닌 '富慈'에 대한 속깊은 얘기를 들어보았다.
 

 "사람들은 가난하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불편한 것 뿐인데요."

 많이 들었던 얘기지만 그 평범함이 이영철 사장의 돈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다.

 이 사장이 돈을 벌기 전 처음 결심한 것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마음이 부자가 되길 바랐던 것이다. 그가 물질적 부자가 아닌 마음의 부자가 되려고 한 이유는 단순했다. ‘물질적 부자는 외롭지만, 마음의 부자는 행복하다.’라는 그 만의 논리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사장은 “돈 잘 버는 연예인이나 대기업 회장님들이 왜 자살을 하겠느냐”며 “그들은 겉으로는 화려한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가난했기 때문이다.”라며 마음이 부자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열한살 천둥 벌거숭이의 몸으로 서울에 올라온 이 사장은 목걸이 공장, 중국집, 웨이터, 액세서리 회사를 거치며 잔뼈를 키워갔고, 노동판에서 몸바쳐 일하다 사고로 허리를 다치며 좌절의 아픔을 곱씹다 도박에까지 손을 대는 '인생막장' 문턱에도 가봤다. 그때 그는 경마로 하루에 천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있었다. 또 거기서 주저 앉기에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뛰었다. 열한살 상경소년의 두려움 모르는 초심으로 되돌아가 이를 악물었다. 그에게 가족과 많은 학생들은 희망이자 힘의 원천이었다.

 그는 수중에 남아있던 돈 2만2000원과 지인으로부터 빌린 돈 50만원으로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떡볶이를 팔다 아이템 개발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영철street버거를 탄생시켰다. 지나가는 학생 한명 한명에게 마음을 열고 버거를 내밀자 그들이 단골이 되었고, 어느새 점포를 얻어 장사를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장은 '진정한 부자는 인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진심으로 땀 흘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행복을 느낄 줄 안다면 부는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한다. 그는 또 '인격'과 함께 '정직'을 부자의 조건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정직하게 만든 버거는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으며 결과적으로 그를 행복한 부자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사장은 지금도 '어떻게 이윤을 남겨야 할 지가 아닌 어떻게 행복을 전하고 느껴야 할 지'를 놓고 늘 고민하고 있다. 나 혼자만의 부자가 아닌 모두의 행복을 위한 이영철다운 고민이다.
 

 "나에게는 학생들에게 빚을 갚아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기자는 왜 고려대학교에 5년 동안 1년에 2000만원씩 기부할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책임감'이었다.

 고려대학교에는 '영철street버거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학생들에게 햄버거를 팔고 그 이윤을 다시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이 사장은 처음 포장마차를 시작하면서 절망에 허덕일 때 영철버거를 찾아주는 학생들을 통해 자신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우지 못한 한을 갖고 있는 자신에게 어쩌면 동경의 대상이기도 한 대학생들의 멋진 형이 되어주고 싶었고, 그 마음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자극제가 되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잘못을 꾸짖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자신의 발전이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고자 선택한 것이 '나눔의 실천'이라고 했다.

 가게 한쪽 벽에 붙어있는 현수막에는 양심을 지키겠다는 영철버거 사진들과 함께 이 사장의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면 항상 '남의 입장에서 배려하며 살 것'을 가르친다고 한다. 아빠의 마음을 닮아서인지 아이들 얼굴에도 사랑이 한가득이다.

 이 사장은 아침마다 '가장 값진 투자는 나눔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혼자만을 위해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과 나눔'임을 그의 삶 깊숙히 새기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장님만의 명언이 있다면?”

 “돈을 좇지 말고 꿈을 좇아라. 멀리 보기 전에 넓게 봐라.”

 더 나은 미래, 더 많은 돈을 좇다보면 바로 옆에 있는 지금의 행복이나 기회를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뜻이다.

 끝으로 '무섭도록 열심히 달려온' 이영철 사장의 최종목표가 궁금했다.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회장처럼 이윤추구만을 위한 경영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경영을 해 사회의 귀감이 되고 싶다. 또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것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변함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사랑하면서 살 것이다.”

 진정한 마음의 부자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끝임없이 고뇌하는 그의 삶이 엿보이는 대답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 사장이 건네준 자서전을 가방에 챙겨 넣고 가게를 나서는 순간, 그는 다시 대걸레를 손에 쥐고 청소를 시작한다.

 딱 두마디가 다시 떠올랐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한희준 대학생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