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선철)을 만드는 제철소의 핵심설비다. 고로에서 나온 쇳물은 강철, 슬래브로 만들어진 뒤 열연공장과 후판공장으로 보내져 최종 제품인 자동차용 열연강판과 조선용 후판으로 탄생하게 된다.
현대제철의 고로는 내부 용적 5250㎥, 최대 직경 17m, 높이 110m의 대형 고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이 도입된 최신 설비다. 고로의 공급을 맡은 룩셈부르크 폴워스사 마크 솔비 사장은 화입식에서 “현대제철의 제1고로는 폴워스가 공급한 고로 가운데 가장 큰 모델로, 최고의 기술력을 동원해 제작한 설비”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 고로의 다른 의미는 정몽구 회장의 환경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고로에 들어가는 제철원료를 하역, 이송, 보관하는 시스템이 모두 밀폐형으로 운영된다.
항만에서부터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원료를 밀폐형 연속식 하역기로 하역하고 밀폐형 벨트컨베이어를 이용해 이송함으로써 먼지와 소음을 차단할 수 있다. 제철원료를 보관하는 저장고도 완전 밀폐형으로 건설됐다. 개별 공장에도 설계단계부터 최신의 친환경 설비와 환경오염 방지 기기들을 도입했다. 현대제철이 ‘전 세계 최초의 녹색제철소’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정몽구 회장의 친환경 제철소 건설 의지는 2006년 10월 일관제철소 기공식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기념사에서 “당진 일관제철소는 최신 환경기술과 설비를 도입해 건설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존 공장에 환경설비를 설치해 대응하는 사후적 개념이 아니라, 설계단계에서부터 최신의 친환경 설비와 환경오염 방지 기기들을 도입 설치하기 때문에 지역과 상생하는 친환경적인 일관제철소가 건설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철강재는 조선, 가전, 기계, 자동차 등 철강 소비 산업에 쓰인다. 특히 업계에서는 “현대차 그룹이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준공으로 자동차 산업에서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고로에서 열연강판을 뽑아내면 현대하이스코에서 냉연강판으로 가공하고 현대·기아차에서 이를 자동차용 강판으로 사용하는 자체 공급라인이 확보된다는 의미다.
강판 공급 가격에 따라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기아차 그룹이 자체적으로 ‘산업의 쌀’을 확보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모두 거느린 그룹사는 현대·기아차 그룹이 유일하다. 세계 1위의 토요타자동차 조차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현대·자동차그룹이 달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