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의 불 같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

지난 2007년 온 국민이 펀드와 뜨거운 사랑에 빠지며 '1국민 1펀드' 시대를 화려하게 열었지만,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 투자자들의 펀드를 향한 눈빛은 가슴 시리도록 차갑기만 하다.
 
'펀드 환매 대기물량 25조.'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서면 흘러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펀드환매 추산액이 25조원에 이른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펀드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이때, 국내에 적립식 펀드를 최초로 소개해 '펀드 전도사'로 불리는 우재룡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에게 '답'을 물었다.
 
과연 지금은 굳게 마음먹고 결별을 통보해야 할 시점일까? '미워도 다시 한 번' 사랑을 돌아봐야 할 때일까?

내년 이후 "다시 펀드 보면 달아오르는 순간 온다"

"멀리 본다면 가장 걱정되는 것은 펀드와 두번째 이별(환매)이다."
 
'펀드 전도사' 우재룡 소장은 머지않아 펀드와 투자자들의 재회를 점쳤다.
 
2007년께 펀드를 첫 경험한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원금 회복을 못한 채 빠져나갈 기회를 노리고 있다. 주가 1700선이 그 타이밍.
 
그러나 내년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우 소장은 내다보고 있다. "올해 위기탈출의 국면을 지나면, 그 다음은 호황이다. 주가는 오르고, 빠져나갔던 사람들은 다시 펀드로 들어갈 기회를 노린다."
 
화근은 바로 그것. 상승 기운에 놀라 허겁지겁 펀드를 잡으려고 하다 보면 다시 '꼭지'에 들어가는 상황을 재연하게 되고, 다시 한 번 펀드에 물리게 되면 '평생 다시 펀드는 안 돌아보겠다'고 결심하는 모순적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펀드와 연애 시 따져야 할 3가지 조건
 
살면서 자칫 '나쁜 남자(여자)'에게 걸리면 인생이 통째로 구겨질 수 있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좋은 펀드와 나쁜 펀드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떻게?
 
우 소장의 답은 간결했다. 꾸준히 잘하는 펀드를 고르라는 것이다. 이때의 '잘'은 1등이 아니라, 상위 30% 이내 정도에 지속적으로 랭크되는 펀드를 말한다.
 
그는 오히려 "1등 펀드는 경계하라"고 말했다. "단기간 1등 펀드는 1등에 오르기 위해 무리(리스크)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누구든 마라톤에서 100m만 전력 질주한다면 그 구간에서는 1등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 장거리 관리"라고 말했다.
 
사랑에 빠지는 시기도 잘 선택해야 한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판다"는 것은 투자에서 만고의 진리. "지금같이 펀드가 저평가돼있을 때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우 소장은 당부했다.
 
만일 지금 단순히 원금회복 차원에서 펀드 환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다시 숙고하라. 우 소장은 "지금은 펀드를 환매할 때가 아니라, 적립으로 투자를 늘려가야 할 시점"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매력적인 연애 상대일수록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되는 것처럼, 펀드에도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 거품이 가득 차면 적절히 빼줄 수 있어야 한다.
 
우 소장은 "펀드의 1년 수익률이 200%에 달한다든지 '묻지마 투자'에 나선 아줌마들이 번호표를 뽑아 1시간씩 기다릴 상황이 되면 '거품'이 폭발할 때가 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외환위기, 금융위기, 카드사태 등 각종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이때는 펀드 투자를 놓쳐서는 안 되는 시기다. 우 소장은 "대개 5년에 한번은 이렇게 이름을 바꾼 위기들이 찾아온다. 누구나 준비한다면 일생의 서너 번은 결정적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건 이 기회를 대비한 실탄 확보. 우 소장은 "바로 거품기에 자산을 재조정(투자자산을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해두는 관리가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라고 말했다.

☞ 우 소장이 제안하는 실패하지 않는 펀드 연애법칙
 
① 단기 차익실현 'NO' 장기투자(5년간) 'YES'
 
최근 시장의 변동성을 틈타 단기 차익을 실현하라는 권유가 쏟아진다. 그러나 단기로 잘라서 수익을 먹겠다는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 예상이 빗나가 잃을 때와 얻을 때의 차이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가령 100만원 투자했다면 100% 수익이 나야 200만원. 그러나 잃을 때는 50%만 떨어져도 수익 전부를 잃게 된다).
 
또한 단기적인 흐름을 맞추기는 어렵지만, 큰 흐름을 읽는 것은 보다 용이하다. 주가 곡선(상승 3년, 하락 2년)의 흐름에 따라 5년 정도는 투자 하면서 상승기와 하락기 자산을 조정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② 수익률 관리 < 금액 관리 
 
부자들은 수익률 관리가 아니라 금액 관리를 한다. 이를 테면 100만원으로 200% 수익 내기에 골몰하기보단 우선 금액을 키운 뒤 1000만원으로 20% 수익을 내는 게 더 값질 수 있다는 것.

이는 목돈을 모으는 변액연금 투자 등에 특히 유효하다. 금액이 많이 쌓이지 않은 초반에는 금액 관리에 신경을 쓰고, 큰돈이 모인 후반부에야 진짜 리스크관리를 해야 할 때다. 

③ 자산은 분산, 관리는 집중 
 
자산은 핵심자산과 위성자산의 8대 2 비율로 각각 분산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펀드라면 국내 대 해외 비율을 6대 4 비율로 나눠, 성장성 뛰어난 이머징 국가에 투자하는 기회를 갖는 게 좋다.

그러나 자산 관리는 한곳으로. 과거 여기저기 금융기관에서 즉흥적으로 펀드 등에 가입해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펀드 이동제 등이 생겼으므로 자산관리의 핵심적인 서비스인 신뢰할만한 생애 재무 설계(Financial Planning)를 제공하는 곳으로 자산을 모아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