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라는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히 유명하다. 꽃밭에서 여성은 지긋하게 눈을 감고 있다. 여성의 팔에 목이 감겨진 남성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키스에 최선을 다하는 듯해 보인다. 클림트의 제자인 에곤 실레(Egon Schiele)라는 화가는 스승의 은유적 표현에서 벗어나 노골적인 성애묘사로 이름을 얻기도 하였다.

이러한 남녀간의 문제에 대해 서양에서는 성애에 대한 묘사나 사랑이나 연애와 관련된 의미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동양의 경우에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와 같은 그림도 많이 제작되지만 세상의 운행과 변화의 원리와 관련된 음양(陰陽)의 이치를 표현하는 철학적 접근의 경우가 많다. 동양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성애묘사에 그치지 않고 만물의 이치에 대한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풀어낸 것이다. <주역>에서는 자연만물이 생겨나고 변하는 것은 음양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서, 음과 양은 서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나 숨겨진 규율에 의해 존재한다고 했다. 또한 음과 양은 서로 다른 성질로서 음은 여자, 양은 남자와 연계시켜 양은 강, 음은 유의 성질을 지니며, 양은 동적이고 음은 정적이라 말하고 있다.

엄태림, 陰과 陽, 82X82cm, 혼합재료, 2008

엄태림의 작품 '陰과 陽'은 이러한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의미에 충실을 기하면서 독자적 형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여성과 남성의 행위를 희화화(戱畵化)시켜 음양오행사상과 결합시킨다. 오행과 관련된 오방색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자연현상과 인간현상의 관계가 우주 질서에 있음을 피력한다.

배경으로 자리하는 사람의 다리 모양 또한 오목함과 볼록함이 반복되면서 음과 양의 조화로운 구성이 가장 안전하고 보기 좋다는 것을 강조한다. 음과 양은 천지간의 기운으로서 음이 약하면 양이 보충하고, 양이 부족하면 음이 충원하는 상생의 원리로 이해한다. 이것이 태극의 원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