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가장 골프하기 좋을 때다. 그러나 올 봄은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골퍼에게 그다지 반갑지 않다. 지난해 8월부터 하락세를 보였던 회원권시장이 봄이 되었는데도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 효과, 시즌 효과라는 말이 무색하다.
 
부동산시장의 침체

골프 회원권의 하락 기조는 최근 불거진 부동산 하락설이 일조했다. 각 연구기관에서 부동산의 하락이 불가항력인 것으로 관측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약세를 넘어서 거래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골프회원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회원권시장 역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회원권시장은 주식시장에 후행한다. 주가가 강세를 보이면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차액으로 부동산이나 골프회원권에 대한 구매가 늘어나는 식이다. 그러나 올해는 주식이 연초보다 많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이나 회원권시장이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 동안 부동산시장은 ‘부동산 불패론’이란 믿음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부동산 시세가 오르지 않자 대출 이자로 인한 부담이 늘면서 최근 부동산 구입 자체를 보류하는 거래자가 많아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아지면서 실질적인 부동산 구매 가능층이 얇아진 것도 한몫 한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규 골프장의 증가

회원권시장 하락의 또다른 이유는 골프장의 공급 초과다. 해마다 회원권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전국 골프장 내장객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 별 내장객 수는 한계에 부딪히는 듯하다. 최근 몇년간 골프는 많이 친숙해졌지만, 여전히 대중 스포츠로서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최근 많이 생긴 스크린골프장도 골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처럼 골프장의 내장객 수는 점차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만 앞으로 신규 골프장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지방을 중심으로 신규 골프장들이 많이 건설되고 있고, 경춘고속도로 주변에도 계획 중인 골프장이 많다. 입지가 좋고 부킹이 잘되는 수도권 골프장들은 신규 골프장에 따른 시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리가 멀고 수요가 적은 지방 골프장들은 신규 골프장으로 인해 타격을 심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회금 제도도 문제다. 골프장은 분양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양 받은 사람에게 입회금을 돌려줘야 한다. 골프장 내장객 수가 줄어 재정 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서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면 골프장은 사면 초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제주 골프장들이 좋은 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제주를 경제 자유화구역으로 선정하고 각종 세금 혜택을 부여했다. 이로써 제주에는 골프장 건설 붐이 일었다. 2000년 초에 10개가안되던 골프장이 각종 정부의 세제 혜택과 관광객의 증가로 인해 해마다 2~3개씩 증가했다. 현재 약 27개가 운영 중이고 앞으로 몇년 동안은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골프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관광객의 증가는 한계에 부딪혔다. 특히 중국, 동남아 등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의 수가 줄어 제주 골프장은 심각한 경영난에 놓이게 되었다. 일부 골프장은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한 명문 골프장은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대기업에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처럼 몇몇 제주 골프장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고, 이미 분양가 대비 30~40% 하락한 골프장도 있다. 입회금 반환 청구는 단지 제주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제주도가 입회금 반환 청구라는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해 연쇄 도산의 길을 걷는다면 수도권 시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보다는 이용에 중점

이같은 부정적인 요인들을 감안해도 현재 골프회원권의 시세는 너무 떨어졌다. 2006년도 고점에 비교해 40%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4년 동안 40%의 가격 하락은 지나치다. 부동산시장도 현재 약세장이지만 2006년도 시장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지 않다. 주식시장 역시 약 10%의 하락을 보일 뿐이다. 골프회원권은 이미 지금이 바닥을 확인하고 다지고 있는 시점일 수 있다. 바닥만 확인되면 언제든 강한 반등세로 반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국토개발 계획에 따른 교통의 발전이 회원권시장에 커다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서해안과 동해안을 연결해 주는 제2 영동고속도로와 경기 동북부지역과 서울을 연결해 줄 구리-포천고속도로가 올해 착공된다. 고속도로 인근에 있는 골프장들은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큰 폭의 시세 상승이 예상된다.

투자보다는 이용을 목적으로 구입하는 골퍼들이 늘어남에 따라 접근성과 서비스가 좋고 부킹이 잘 되는 골프장을 중심으로 가격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개보수가 가능한 클럽하우스 등의 소프트웨어보다는 접근성, 코스 등의 하드웨어가 좋은 골프장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