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도 스마트한 녀석들로 재배치됐다. 사용시간과 사용량에 따라 전원이 저절로 켜지고 꺼지는 제품이다. 세탁기는 전력량이 가장 싼 새벽 시간에 주로 가동된다. 완벽한 소음 방지제품이라 밤잠을 설칠 이유도 없다.
전력소비가 많은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에어컨도 전기 사용량에 따라 가동된다. 농장의 양수기와 농약 스프링클러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된다. 값싼 시간대에 전기를 받아 저장해두었다가 소비가 많은 시간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과 소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여기서 만든 전기는 직접 사용하거나 값비싼 시간대에 되팔아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KEPCO),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의 내용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월 말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을 확정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은 오는 2030년까지 기존의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양방향 전력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 구축사업이다.
앞서 지경부는 지난해 6월 실증사업지역으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선정했다. 제주시 구좌읍 6000가구가 대상이다.
새는 전기 없앤다
“버리는 전기가 많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입니다’라는 한국전력의 홍보문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생활에서 전기의 소중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효율적인 소비를 못할 뿐이다.
스마트그리드는 효율적인 전기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전력을 사뒀다가 비쌀 때 되파는 방식은 마치 주식거래와 비슷하다. 마을 주요 거점 등에 설치될 스마트 미터기는 주식 시세표에 해당된다. 이 똑똑한 계량기는 현재의 전기요금이나 전력 사용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똑똑하기도 하다. 전선을 통해 전기 뿐아니라 데이터도 오고 간다. 예를 들어 전선의 결빙이 발생하면 스마트센서와 광대역 송신센서를 통해 이를 파악하고 해당 지역에 더 많은 전력을 보내 그 지점을 녹여 사고를 예방한다. 전기 소비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리드가 알아서 전력을 재분배한다. 또 사용하지 않은 전력은 다시 반환된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안정화되면 전력소비의 쏠림현상이 일정부분 해소된다.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어 값싼 전력을 공급받으려는 수요자들의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전력 사용량의 편차가 줄어들면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안정된 전력공급을 위해 발전소에서는 최대전력소비량의 10%를 예비전력으로 추가 생산한다. 최대전력소비량이 늘어날수록 발전소 추가 건설을 해야 하는 구조다. 최대전력소비량의 10%만 줄이면 연간 1조원의 설비투자비용이 절감된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스마트그리드에 발 빠른 KT
지난 4월29일 KT가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참여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제주도 성산포에 스마트그리드 운영센터를 열었다.
‘KT스마트그린센터’라고 이름이 붙은 이 운영센터는 가정이나 빌딩, 공장 등의 에너지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이들의 전력정보를 모니터링 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또 앞으로 전력 서비스 관제, 전력판매 서비스를 운영하는 중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구성원은 KT·삼성전자·삼성SDI·삼성SDS·삼성물산·효성·미리넷 등 14개사로 구성된 KT컨소시엄이다. KT컨소시엄은 현재 5개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를 시험 제공 중에 있으며, 5월 말까지 시범서비스 고객을 200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내년 5월까지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간 양방향 정보교환이 가능한 에너지 효율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는 KT의 스타일폰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 시간대별 전력 가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IT 컨버전스 기술이다.
KT 전홍범 스마트그린개발단장은 "스마트그리드는 에너지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도 효과적인 기술"이라며, "지경부가 녹색성장의 핵심 상징이자 새로운 수출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적 과제인 만큼 전력과 IT의 융합을 통해 국가 핵심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