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의 판도를 흔든 '빅딜'이었던 만큼 '유통공룡' 롯데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대형마트 부문 3위인 롯데마트는 1, 2위와의 격차를 크게 좁히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롯데마트의 노병용 사장 역시 이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노 사장은 당시 인수전에서 신동빈 그룹 부회장에게 “GS마트를 인수하면 목숨 걸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은 GS마트 인수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100여개의 매장을 확보해 경쟁사들과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각 사의 상점을 잘 활용해 롯데마트가 일류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10원 전쟁 그 후, “가격 보다 상품 경쟁”
“경쟁사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2010년이 시작되자마자 유통업계에서는 유래 없이 뜨거운 전쟁이 벌어졌다. 이름하여 ‘10원 전쟁’. 10원 전쟁은 이마트가 지난 1월 삼겹살과 즉석밥 등 생필품 가격을 최고 36%까지 내리면서 “올해 안에 모든 상품의 값을 인하하겠다”고 선언하자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무조건 더 싼 가격”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촉발됐다.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는 생필품 가격에 때아닌 혜택을 본 건 소비자들이었지만 상흔도 만만치 않았다. 상품가를 낮추기 위해 납품업체들에게 더 낮은 가격의 납품가를 요구하는 먹이사슬 관계로 인해 잡음과 부작용이 불거져 나왔던 것.
결국 롯데마트는 두달 가까이 이어진 혈투 끝에 ‘인하 방침은 고수하더라도 제품 사정에 맞게 내리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10원 전쟁의 끝을 맺었다. 제조업체와의 협력을 무시하고 가격만 낮추려는 방식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판단 끝에 내린 결론이다.
실제로 노 사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기존 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무시하고 가격을 더 낮추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10원 전쟁 하던 걸 생각하면 창피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노 사장이 택한 다른 승부수는 무엇일까? 그는 “가격이 아닌 ‘상품의 질’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공언한다. ‘가치 있는 상품을 대중화시키는 것’으로 전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아직 논의 중이라는 것이 롯데마트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밑그림은 분명하다. 롯데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싸고 질 좋은 상품으로 승부하기 위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 사장이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3세대 PB’ 전략과도 맥을 같이 한다. 노 사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품질보다 가격에 초점을 둔 PB상품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부터는 고품질 PB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PB=싸구려’라는 인식을 깨고, NB(일반 브랜드) 상품의 품질을 능가하는 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로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장보는 CEO, “고객의 눈높이로 보면 답이 보인다”
최근 롯데마트는 매장 내 냉동식품 판매 매대의 가격 표시 방식을 새롭게 바꿨다. 상품의 가격만 매대에 표시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냉동상품 중에서 해당 상품의 가격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 그래서 가격표에 상품 이미지를 함께 표시에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한 것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편리함과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이 같은 변화는 롯데마트의 ‘장보기 캠페인’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다. ‘장보기 캠페인’은 롯데마트의 전 직원이 가까운 롯데마트 점포나 경쟁사 점포에서 장을 보면서 느껴지는 불편 사항들을 올릴 수 있는 사내 게시판의 하나다. 문제점을 게시판에 올리면 해당 점포와 관련 부서의 팀장 및 점장 등이 답변을 하고, 다른 직원들도 댓글을 달며 개선안을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게시판을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만 하더라도 3만5000여건을 훌쩍 넘으며, 그중 실제 현장에 적용된 사례만 6000여건에 달한다.
이 ‘장보기 캠페인’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다름아닌 노병용 사장. 2007년 그가 롯데마트 대표로 취임한 뒤 직접 롯데마트의 카트를 밀면서 난생 처음 혼자 장을 보며 느꼈던 온갖 사소한 불편이 ‘장보기 캠페인’의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유통사업 최대 목표인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함께 고객과의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대표적인 시스템이 ‘장보기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노 사장은 지난 4월, 상품기획자(MD) 200명의 출퇴근시간을 없앴다. 노 대표는 최근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상품 개발을 위해 MD들에게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1인당 1년에 한두품목의 단독상품 개발을 지시했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을 없앤 대신, 그 시간에 사무실이 아닌 비행기나 현장에 나가 상품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라는 노 사장의 강한 의지가 비쳐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매주 단독상품 2~4개를 꾸준히 선보인다면 2~3개월 뒤에는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고품질의 상품개발과 동시에 ‘행복나눔 N마크’ 부착 상품 판매 등 나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부터 인기 있고 잘 팔리는 라면, 친환경 화장지 등 PB제품 6개에 ‘행복나눔N마크’를 붙여 제품 매출의 0.5%를 기부하기로 했다. ‘행복나눔 N캠페인’ 론칭 행사에서 노 사장은 “비즈니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유통업체=장사꾼이란 인식을 벗어나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박차, '글로벌 유통기업'을 꿈꾼다
노 사장의 ‘일류기업에 대한 비전’은 비단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각각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네덜란드계 대형마트업체인 ‘마크로(Makro)’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는 국내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모두 100여개가 넘는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매장만 보자면 3위지만 국내외를 통틀어 얘기하자면 명실상부한 최대 규모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다.
노 사장은 최근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독자 물류망이 있어야 한다”며 “해외에선 어려운 일이지만 현재 80개인 중국 롯데마트 점포가 100개 정도로 늘면 경기도 오산 물류센터와 같은 대규모의 독자 물류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대형 할인마트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승부수를 걸겠다”는 것이 그의 적극적인 의지다. 롯데마트는 10년 내 베트남 30개점 개설, 2012년까지 중국 대형마트 상위 톱 10 진입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