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 지역에 기록적인 극한호우가 쏟아지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대규모 구조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침수·고립 주민 구조에 나서는 등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7일 오전 거제에는 1시간 동안 124.5㎜의 폭우가 쏟아졌다. 1972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시간당 강수량이다. 통영도 시간당 97.4㎜의 비가 내리며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시간당 100㎜ 안팎의 강우는 도로 차량이 물에 뜨고 건물 저층부가 침수될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
광복절인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810.2㎜, 통영 678.9㎜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 여름철 강수량의 약 90%에 달하는 수준으로, 한 계절에 내릴 비 대부분이 사흘 동안 집중된 셈이다.
기록적인 호우는 곧바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 4시 42분쯤 거제시 옥포동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아파트를 덮쳤다. 이 사고로 주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통영시 산양읍에서도 산사태로 유입된 토사에 주민 1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거제 양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 침수로 주민 3명이 고립됐다가 탈출했으며, 연초면에서는 토사에 발이 빠진 시민이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고현동과 옥포동, 수월동, 일운면 등 곳곳에서는 주택과 차량 침수로 인한 구조 요청이 이어졌다.
소방청은 상황대책반을 가동한 데 이어 이날 두 차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국가소방동원령은 특정 지역의 소방력만으로 재난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전국 소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최고 수준의 지원 체계다. 경남소방 인력 361명과 지원 인력 26명 등 총 387명, 장비 84대가 현장에 투입됐다. 중앙119구조본부는 구조대원 47명과 장비 13대를 지원했다.
현재까지 거제·통영 지역에서는 집중호우 관련 신고 1947건이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20건의 구조 활동을 통해 모두 136명을 구조했다. 거제 아주동 예솔마을 주민 100여 명과 일운면 회진마을 주민 30여 명을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재산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도로와 상가, 주택 침수는 물론 도로 유실과 포트홀 발생이 잇따랐고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거제 1500여 세대와 통영 530여 세대가 한때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주요 도로와 터미널 침수로 시내·시외버스 운행은 차질을 빚었다.
17일 낮 현재 거제에는 호우경보가, 통영·사천·고성·남해 등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소방청과 경남도는 추가 강우에 따른 산사태와 침수 등 2차 피해 가능성에 대비해 구조·배수 작업과 안전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모든 가용 소방력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사흘간 한 계절 강수량에 육박하는 비가 쏟아진 남해안 일대에서는 피해 규모 집계와 복구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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