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란 아마존 밀림의 나비떼가 날개를 조금만 팔랑거려도 텍사스에 태풍이 불어 온다는 로렌츠의 논문 제목에서 유래된 말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나비효과>는 시간여행 능력이 있는 한 젊은 남자가 현재의 사건을 수습하려는 목적으로 과거로 돌아가지만 오히려 다른 사건이 자꾸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생명학은 뉴턴과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정리하지 못할 만큼 복잡하다. 1977년 노벨 화학상을 탄 '카오스 이론'의 선구자 프리고진에 의해 발전된 혼돈 이론의 특징 중 하나인 초기조건에의 민감성, 즉 나비효과를 발견한 것은 기상학자인 로렌츠였다. 날씨에 대한 슈퍼컴퓨터의 오류를 생각해보면 복잡계라 불리우는 세상이 초기 설정에 의해 쉽게 답을 낼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도 마찬가지다. 생명체는 변화가 생명의 중심이 된다. 따라서 생로병사도 하나의 생명현상이다. 특정 증상, 특정 질환에 어떤 약으로 획일적인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수많은 공헌을 하고 있지만, 이는 원인불명이라던가, 유전적 소인, 그리고 특이체질 등의 이유를 붙이면서 소수의 창발(創發)된 인체의 역설체계를 무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몇해 전 방송에서 체질을 위주로 진료하는 여러 한의원에 한 여성이 진맥을 보는 환자로 가장해 체질을 물어보는 잠입취재를 한 적 있다. 헌데 한의원마다 모두 다른 체질로 진단을 내렸고, 다른 이야기를 해 `체질은 허구돴라는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의학은 혈액형처럼 물질적 분석으로 구분하여 누가 보더라도 동일시되는 그런 단순한 학문이 아니다. 동양의 학문은 생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사람이나 자연이라는 대상을 그 특성에 따라 몇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음양 삼재 사상 오행 육기 등의 체계에 따라 변화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철학을 중심으로 한 의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 보편성과 특수성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대립적인 특징이 있다. 보편성으로 언급되는 한의학은 풍도 습도 온도의 조화를 꾀하는 바깥 기운 즉 외기에 대한 것이다. 이를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라는 육기로 설명한다. 특수성으로 언급되는 한의학은 사람의 체질을 구분해 너와 내가 다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 특수성을 설명하는 한의학 논리 중 가장 구조가 잘 짜여 있는 것이 사상의학이다. 그 두가지 논리의 상관관계 속에 오장육부를 중심으로 한 장부변증(臟腑辨證)이라는 한의학 구조론도 있다.

동양자연관에서는 특정 증상, 특정 질환에 획일적인 치료가 있을 수 없다. 또 복잡한 인체를 치료하는데는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병이 생겨 인간의 몸 속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기 전에 면역력을 높이고, 모든 병은 스스로 치유되도록 도우면서 풀어가는 것에 의미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