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9개월간의 공백을 딛고 마침내 새 사령탑을 구축했다.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6월15일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낙점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오는 7월13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취임한다.

어 내정자가 취임하면 할 일이 많다. 역시 공석으로 비어 있는 KB금융의 사장을 선임해야 하고, KB금융의 비전도 재정립해야 한다.

◆어윤대 내정자는 누구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이 대학 총장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대 경영학과 2년 후배로 MB 정부 출범 이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 굵직한 인사 때마다 물망에 올랐다.

미시간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어 내정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국제금융 전문가다. 국제적인 감각이 탁월하며 국제기구나 학계 등에서 외국계 인맥이 탄탄하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금융학회장, 초대 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이력도 화려하다.

그는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되기 전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재임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고려대 총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고려대 총장을 지내며 3500억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하고, 삼성 POSCO LG 등 주요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이끌어 내는데도 남다른 역량을 발휘해 CEO형 총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물론 금융 현장 경험이 적다는 게 약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어 내정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 내정자는 KB금융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산업, 하나, 제일은행, 리딩투자증권에서 사외이사를 했고 금통위원, 공적자금관리위원을 맡았으며 국제금융센터 등에서도 일했다”며 “30년 동안 금융권에 있었던 사람에게 경험이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취임 전부터 소란한 '메가뱅크' 논란

어 내정자가 여러차례 M&A 문제를 거론하면서 벌써부터 은행권 전반이 시끌시끌하다.

어 내정자는 부인할 수 없는 '메가뱅크론자'다. KB금융과 연을 맺기 이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세계 50위권 은행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KB금융 회장 후보로서 경쟁할 때도 우리금융 및 산업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했고, 내정 직후에는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 내정자의 메가뱅크론이 불거지면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장에서 “메가뱅크는 그 분(어윤대 회장 내정자)의 포부죠”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노조와 우리은행 노조도 한 목소리로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두 노조는 '메가뱅크 저지 공동투쟁본부'까지 만들기로 했다.

시장도 어 내정자의 메가뱅크론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답했다. 어 내정자가 결정된 날 KB금융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83% 떨어져 4만9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외국인들이 집중 매도했다. 어 내정자가 정치적 낙점을 받았다는 논란과 그가 구상하는 우리금융과의 합병이 시너지가 적다는 판단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메가뱅크 논란에 대해 어 내정자는 억울할 수 있다. 그가 메카뱅크론자이고, 우리은행이나 산업은행의 인수합병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나 KB금융의 경영 합리화가 우선이라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이다.

메가뱅크 논란이 불거지자 어 내정자는 결국 "당장 은행 인수에 참여할 순 없고, 참여하더라도 1년 반은 소요될 것"이라며 "더 우선적인 과제는 KB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KB금융 계열사 간부들과의 상견례에서도 "사업영역 다각화를 위한 중장기적 M&A 검토 필요성 등 원론적인 발언이 확대 해석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 내정자의 첫 과제, 인사

KB금융의 미래를 위한 어 내정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황영기 전 회장의 파생상품 손실 관련 문책으로 인해 불거졌던 KB금융의 위상과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고, 리딩뱅크로서의 경쟁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9개월간의 회장직 공석으로 인해 느슨해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신사업도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 어 내정자는 "순이자마진(NIM)을 중심으로 어떻게 경영효율화를 해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본사 유휴인력을 재배치하고, 카드사 등을 분사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어 내정자가 KB금융 회장에 취임하고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인사’다. KB금융은 6월 4일 전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지주에 신설하는 안을 마련했다. 즉 회장이 국민은행장 등 전 계열사 사장 선임을 주도하는 권한을 갖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전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대추위를 만들었다.



어 내정자는 이 시스템에 따라 취임과 동시에 현재 공석 상태인 KB금융 사장 인사를 최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이을 후속 인사도 중요하다. KB금융 사장과 후임 국민은행장 자리를 놓고 이미 여러사람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 내정자는 인사 방향에 대해 "그 자리에 능력 있는 사람이 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외부인이든 내부인이든 (구체적으로)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한 후 “다만 사기 양양이나 조직 활성화를 위해 가능하면 내부에서 오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내부출신 기용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밖에 메가뱅크와 관치 논란으로 취임 전부터 갈등을 빚고 있는 노조 관계를 원만하게 풀고, 증권사와 카드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숙제도 어 내정자의 당면 과제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