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금융지주사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009년 1월28일, 이용호 한화증권 사장이 대표이사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말이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말은 조금씩 현실화 돼 가고 있다.
 
무엇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가 이 사장과 한화증권, 더 나아가 한화그룹의 금융지주사 설립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 한화증권은 지난 2월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와 푸르덴셜증권 및 자산운용 인수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시너지 잠재력'에 날개까지 달린 셈이다. 이 시너지를 결정적으로 이끌어낸 사람이 바로 한화증권의 수장, 이용호 사장이다.
 

◆증권업계 5위권 향해 박차 
 
이용호 사장의 당면 목표는 한화증권과 푸르덴셜증권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살려 오는 2015년까지 증권업계 5위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가시권이다. 푸르덴셜증권 인수가 완료되면 한화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원을 넘어선다. 지점수는 130개 이상이 되며, 펀드판매 잔액과  운용자산 규모는 각각 13조원과 22조원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합병 후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두 회사가 기존에 갖고 있던 강점을 최대한 융화시키겠다는 각오다. 그는 "한화증권의 주식 위탁영업 역량과 푸르덴셜증권의 고객 자산관리 역량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며 회사의 몸집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크게 향상될 것임을 자신했다.
 
물론 대한생명을 비롯한 한화그룹 내 금융계열사들과 시너지를 강화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중국,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에서 해외사업도 폭넓게 육성하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계획이다.
 
◆M&A 달인의 활약상
 
증권업계에서 이용호 사장은 M&A 전문가로 통한다. 그의 이론적 지식과 현장에서 터득한 경험이 한화증권의 시너지 잠재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그는 미국 노스웨스턴(Northwestern)대학 경영학 박사 과정을 거치며 경영자로서 이론적 기반을 닦았다. 또 다양한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수행하면서 현장에서 글로벌 역량을 길러왔다.

특히 대형 생보사 전략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업무 추진력을 길렀다는 점은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한화증권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대한생명의 전략기획실장으로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이 사장이 취임할 당시에도 한화증권을 한 단계 끌어올리데 최적의 인사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M&A에 대한 이 사장의 탁월한 감각과 경험은 푸르덴셜증권 인수전에서 주효했다. 인수전 라이벌이던 맥쿼리그룹의 담당자는 이 사장이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였다. 이 사장은 상대의 전략을 간파하면서 대응 전략을 짜 나갔다. 결국 한화증권은 예상가격인 8000억원의 절반이 채 안 되는 3400억원에 푸르덴셜증권 및 자산운용 두 회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합병 연착륙 과제 푼다
 
푸르덴셜증권 인수로 이 사장의 그룹 내 위상이 한층 올라간 것은 당연하다. 특히 그룹의 지원 없이 한화증권 단독으로 인수전을 진행해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M&A 능력과 업무 추진력을 증명한 만큼 한화그룹이 금융지주사를 만들 경우 이 사장은 단연 CEO 후보 1순위로 꼽힌다. 다만 앞으로가 중요하다. 내년 3월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 할 계획인 이 사장은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내부 진통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푸르덴셜증권 리서치센터는 한화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통합한 상태다. 그 과정에서 푸르덴셜증권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관례상 덩치가 큰 두 회사가 합치는 만큼 임원진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일단 이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화증권과 푸르덴셜증권이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푸르덴셜증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결국 발전하기 위해 합병하는 것 아닌가. 회사가 발전하면 직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며 "구조조정 없이 인수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직원들의 바람과 경영진의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인수를 성사시킨 것 이상으로 합병을 연착륙 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사장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약력]
경기고(1972년 졸업)
서울대 경영학(1977년)
Santa Clara대 경영학 석사(1979)
Northwestern대 경영학 박사(1987년)
한화그룹 비서실 재정팀,구조조정팀장(1991~2002년)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2002~200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