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 투자자 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IT를 지금처럼 포트폴리오에 꽉꽉 채워 들고 가야 하는지 과감히 포트폴리오를 교체해야 하는지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IT 업종의 주가가 시장을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 업종의 높은 이익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재평가를 받겠지만 이런 상황에까지 가기에는 아직 해소해야 할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시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T, 주도주라 부르기 민망한 성적표
IT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빨리 업황이 개선되면서 그동안 우리 시장의 상승을 주도해 왔다. 말 그대로 `주도주돴였다. 각 증권사마다 최 선호 업종으로 추천했다. 기관 투자자 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IT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은 증시 투자의 기본 베이스였다.
성과도 좋았다. 그 무거운 삼성전자가 2008년말 주가에 비해 올해 94%(올해 연고점 기준) 올랐고, 하이닉스반도체는 338%의 놀라운 수익률을 안겨줬다.
하지만 올해 중반 이후 IT는 시장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잠시 조정받는 것이겠거니 했지만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부정적인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고점을 넘어 섰지만 이 공(功)은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IT 업종의 것이 아니었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재돌파한 지난 6월16일 이후 IT 섹터의 상승률은 0.3%(8월3일 코스피 전기전자업종 지수 기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6% 상승했다. IT주들은 오히려 시장 상승률을 까먹는 종목들이었던 셈이다.
개별 종목별로 들어가 보면 더 처참하다. 지난해 최고의 수익을 안겨줬던 하이닉스가 20% 가까이 폭락했고, LG디스플레이는 10%, 삼성전기는 4% 떨어졌다. IT 대장주 삼성전자가 2.4% 상승했지만 여전히 시장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고, 8.8% 상승해 그나마 체면치례한 LG전자 주가도 올해 고점(14만원)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IT의 부진은 펀드 수익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 최근 펀드 수익률이 시장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펀드에 IT 업종을 많이 편입해 놓았지만 IT는 부진한 반면 다른 업종 주식들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IT 부진은 어디서 오는가
IT의 부진은 기본적으로 실적 둔화 우려에서 기인한다. 2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왔지만 3분기 이후 실적 증가세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이익을 기록하겠지만 상반기에 보여준 분기별 이익 증가율에 비춰보면 증가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실적 모멘텀의 부재다.
여기에는 업계 자체적인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와 경제 전체적으로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D램, LCD, LED 등이 모두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고, 선진국의 더블딥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요가 그만큼 받쳐주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특히 IT는 최근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는 선진국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섹터다. IT 완제품의 수출시장이 대부분 선진국들이기 때문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 밑으로 떨어져 있다"며 "이는 채권시장에서는 사실상 더블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블딥은 아니더라도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고 원/달러 환율도 하향 추세임을 감안하면 IT 업종이 시장을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이상의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업계의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이뤄져 과거와 같은 공급과잉 상태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IT의 위상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최소한 중단기적으로는 IT가 시장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IT에 대해 최소한 한분기 정도는 시장 중립 또는 소폭 비중 축소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무엇이 시장을 이끌 것인가? "아시아 플레이"
그렇다면 어떤 업종에 주목해야 할까. 실마리는 선진국 경기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할 경우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에 대한 전망에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그리고 결론은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 있다고 분석한다.
선진국 경기가 예상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못한다면 선진국에 대한 수출로 성장해 왔던 아시아 국가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자체 소비를 늘리거나 자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7월 시장을 이끌었던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의 섹터도 결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주들이었다.
미국시장에서도 이같은 아시아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최근 미국 증시의 반등도 아시아 수요에 의존하는 종목들 주도로 나타나고 있다. 다우지수 구성 30개 종목 중 아시아에 대한 매출 비중이 20%를 넘는 종목들은 인텔, 코카콜라, 3M 등 모두 10개다. 이중 7개가 7월의 반등 국면에서 다우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했다. 나머지 20개 종목 중 초과 수익을 기록한 종목은 9개에 불과했다. '7월에 나타난 미국 증시의 반등세도 미국 내수보다 아시아 수요 증대에 대한 기대가 근저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전세계 유동성도 상대적으로 경제 회복세가 견조한 아시아로 흐르고 있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만 지난달 3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대만에서도 6월 124억 대만달러에 불과했던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7월에 633억 대만달러로 증가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긴축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중국 증시가 지난달부터 반등하고 있다"며 "중국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한국 시장의 에너지, 소재, 산업재 섹터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학균 팀장은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로 반전되고 있고 이머징 아시아 펀더멘털의 상대적 우위,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 재개, 통화 정책 변화 등을 감안하면 다른 아시아 통화와 마찬가지로 원화도 다시 강세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 강세는 내수 관련주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 증권, 유틸리티, 게임, 철강, 건설 등 포괄적인 내수 관련주들의 초과 수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