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2만여가지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부품업체에서 정비업체에 공급하는 부품의 수는 5분의 1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부품의 모듈화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20~30년 전만 해도 사이드 미러의 유리에 금이 가면 유리만 따로 교체하면 됐으나 지금은 사이드 미러 전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사이드 미러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미리 조립된 단일 부품덩어리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부품 비용이 비싸지는 단점은 있지만 부품의 경량화, 정비의 간편화, 부품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부품의 모듈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골프의 스윙 동작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복잡한 기계 못지않다. 골프의 동작은 크게 셋업, 백 스윙, 다운 스윙, 히팅, 팔로우 스윙 등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이를 다시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상당히 많은 신체 부위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만 이상적인 동작이 만들어지도록 돼있다.

셋업 동작만 해도 양 다리를 목표방향과 평행하게 놓되 클럽의 종류에 따라 볼의 위치를 감안해야 하고, 무릎이나 엉덩이의 꺾이는 각도도 적절해야 한다. 그립 또한 정확해야 하고, 클럽을 잡은 양 손을 늘어뜨리는 자세도 신체조건에 따라 달라야 한다. 양발 끝, 두 무릎, 양 어깨 역시 목표방향과 평행으로 정렬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동작을 모듈화 되지 않는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듯 한다고 상상해보자. 머리는 쥐가 나고, 제대로 자세를 취하는 데만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각 신체부위가 취한 자세가 하나로 통합돼 기대한 결과를 얻어내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처음 골프채를 잡는 사람은 레슨코치의 지시에 따라 아주 부분적인 동작을 배우지만 시일이 얼마 되지 않아 프로를 흉내 낸 자세를 취하고 볼을 곧잘 쳐내기도 한다.

여러 부품을 한데 묶어 부품뭉치로 만들 듯 관련된 여러 동작을 한데 묶어 한 동작처럼 소화하는 동작의 모듈화를 스스로 꾀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잘 하는 사람이란 골프동작, 즉 스윙의 모듈화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람이다. 프로선수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 연습으로 복잡한 스윙 매커니즘을 자신에게 맞는 몇가지 모듈로 정리, 자신이 원하는 스윙을 만들어낸다.

서예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가 간다. 서예를 처음 배울 때는 붓을 잡는 법에서부터, 다양한 모양의 획을 긋는 법 등 하나하나의 요령을 터득해야 하지만 달필에 이른 사람은 동작의 멈춤이 없이 일필휘지로 붓을 움직일 수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도 한동작 한동작 떼어내 분석적으로 배우지만 일정 수준이 지나면 여러 동작을 묶어 한번에 제꺽 해치우는 요령을 터득하게 된다.

골프 동작은 분석적으로 파고 들 때 잡념과 혼란이 끼어든다. 셋업에서 백스윙 다운스윙 팔로우 스윙에 이르기까지 한 동작처럼 모듈로 이뤄질 때 깔끔한 스윙이 탄생할 수 있다.

골프는 이런 모듈의 조화로운 조합에 다름 아니다. 스윙 모듈, 퍼팅 모듈, 어쩌면 라운드 전체가 하나의 모듈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기계적으로 라운드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