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패션' 하면 "그게 뭐지"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이들도 아일랜드가 낳은 세계적 록그룹 U2는 알 것이다. 그래서 나는 U2의 리더, 보노를 자주 팔고 다닌다. "U2의 보노 알지? 그가 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과 비슷해." 뭐 이런 식이다. 사연인 즉 보노 역시 필자처럼 윤리적 패션 기업을 설립했고, 지금도 상당 부분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보노가 만든 윤리적 패션 브랜드가 바로 EDUN이다(거꾸로 읽으면 NUDE).

그 EDUN이 지난 9월 15일 뉴욕 패션위크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설립 5년만에 이른바 메인 스테이지에 서게 된 EDUNE은 누가 뭐라해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윤리적 패션 브랜드다. 뉴욕 패션위크 무대에 서기 위해 EDUN은 지난해 세계적인 패션하우스 루이비통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루이비통의 디자이너를 스카웃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앉혔다. 보노라는 든든한 설립자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윤리적 패션 브랜드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세상에 보노가 여럿 있는 건 아니니까. 보노 없는 '듣보잡' 브랜드에 흔쾌히 투자해 줄 착한 루이비통이 있을 리도 만무하니까!

어쨌거나 루이비통 효과는 확실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맨해튼의 새로운 명소이자 미래지향적 거버넌스의 산물인 하이라인(생태공원으로 바뀐 옛 철도고가) 교각 아래서 펼쳐진 EDUN의 데뷔 무대는 콧대 높은 패션위크의 컷오프를 확실히 통과한 것처럼 보였다. '루이비통의 지원으로 얼마나 진전이 있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노의 아내이자 공동설립자인 휴슨은 이렇게 답했다. "아직 시작일 뿐이죠. 여기까지 오는데 5년이 걸렸고, 우리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녀는 'Fresh and Energetic'이란 말로 그들이 선보인 컬렉션을 표현했다.
 
EDUN의 데뷔무대를 바라보는 패션계 주류의 시선은 신중함 그 자체다. 스타일닷컴의 리뷰는 "so far, so good"이라고 끝을 맺고 있다. 아직 유보적이라는 말이다. 그들이 보기에 하나의 돌출적인 이벤트로서 이 그림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윤리적 패션 진영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EDUN이 윤리성을 표방하며 내건 사회적 가치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스코어 단 15% 정도만 아프리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노동자들의 부족한 숙련도와 물류 상의 문제 등 충분히 납득할만 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알 것 같다. 그렇더라도 15%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 실제로 아프리카의 봉제산업이 그리 미성숙한 것도 아니고 이미 많은 공장들이 오랜 기간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지 부족말고는 어떤 이유도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윤리적 패션 기업 오르그닷 역시 사회적 가치를 위해 상당히 많은 기회와 편한 길들을 포기해 왔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뉴욕컬렉션에 선보이기 위해 들인 노력과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내실화 중 우선순위를 두라고 한다면 단연 후자일 것이다. 실제로 오르그닷은 아무리 조건이 좋은 오더라도 친환경적인 소재와 기법을 사용할 수 없으면 옷을 만들지 않았고, 영세하지만 실력 있는 생산자들과 함께 100% 작업을 해 왔다.
 
하여 나는 보노 앞에서 조금 우쭐거릴 참이다. 우리에겐 록스타도 없고 루이비통의 지원은 더더욱 없지만 열과 성을 다해 지켜온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배경삼아 말이다. 그리고 우정어린 충고도 잊지 않을거다. 윤리적 패션이 확산되기 위해서 할 일은 주류의 무대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방식이 아니라 새롭게 밥상을 차리고 손님을 불러 모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까 휴슨이 했던 말, "(주류 패션브랜드에 비해)아직은 대학생이고 이제 막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이 말을 살짝 비틀어 되돌려 주자면 이렇다. "아직 EDUN은 윤리적 패션의 걸음마 단계에 있으나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났고 발육상태 또한 좋으니 당신들의 사명감과 존재이유에 좀 더 딥-다운(Deep-down) 하세요." 말은 좀 까칠하게 했지만, 사실 그럼에도 나는 EDUN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