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의 천재들
물론 <제빵왕 김탁구>의 출발은 이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주연배우들도 스타급이 아니었고 대규모 제작 발표회도 없었다. 특히 내용에 있어서 아들이 남편의 자식이 아니더라,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죽였다더라, 알고 보니 콩가루 집안이다 등등 출생의 비밀, 불륜, 음모가 난무하는 막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결국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권선징악의 주제와 지루하지 않은 연출, 그리고 평범하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의 조합이 멋지게 어우러지며 국민드라마로 거듭난 것이다. 혹자는 이 드라마를 보며 헤라클라스의 영웅 신화를 떠올렸다고 하고, 누구는 엄마 찾아 삼만리 같은 신파극을 보았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거성그룹을 둘러싼 재벌이야기라고도 말하지만 나는 천재들의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싶다.
김탁구는 천재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천재적인 후각을 가지고 있다. 냄새만으로 반죽의 상태를 알 수 있고, 어린 시절 한번 맡은 빵 냄새를 어른이 돼서도 정확히 기억하고 그 빵을 만들어 내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넉넉하지 못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그야말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 누구보다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분에 자만하지 않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인간적인 천재로 자랄 수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탁구말고도 여러명의 천재가 등장한다. 탁구의 라이벌이자 철천지원수인 구마준, 탁구의 아버지인 구일중, 탁구의 스승인 팔봉선생, 또 팔봉선생의 동료이자 후배인 춘배까지…. 이들 모두는 빵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만큼은 천재지만 그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마준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천재, 팔봉선생은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까지 인자하고 따뜻한 천재, 구일중은 빵을 만들면서 경영까지도 해내는 천재, 춘배는 성공에 눈이 멀어 정직함을 잃어버린 천재….
누가 더 천재인가를 가려낼 수는 없지만 이들이 힙을 합쳤을 땐 새로운 빵이 탄생했다. 팔봉선생과 춘배는 봉빵을 만들었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빵(물론 눈에 보이는 빵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을 만들라던 팔봉선생의 마지막 과제도 탁구와 마준이가 힘을 합치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 모두가 힘을 합쳤더라면 아마 우리나라뿐만 세계인을 행복하게 할 빵도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천재와 천재가 부부로 만난 엔씨소프트
주식시장에도 천재들이 있다. 천재 투자자가 아니라 천재 경영자들 말이다. 어떤 기업은 한명으로도 모자라 두명이나 있는데 엔씨소프트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과 윤송이 부사장은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윤송이 부사장은 29세로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상무로 선임됐다는 이유 외에도 '카이스트'를 2년 만에 졸업하고 미국 MIT 박사학위를 받았던 '천재소녀'로 알려져 있었다. 김택진 사장은 아래아한글의 공동개발자이면서 리니지를 우리나라 대표 온라인게임으로 성공시킨 인물로 창업자이자 경영인인 소위 젊은 갑부였다. 선남선녀 천재들의 만남은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고 이들의 결혼 스토리는 이제 전설이 돼 듣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김택진 사장과 윤송이 박사의 인연은 2004년 3월부터 시작됐다. 물론 그 이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건 공식적으로는 윤송이 박사가 SK텔레콤 상무로 재직하면서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를 맡게 된 것이다. 2007년 초여름 그 둘의 결혼설이 불거져 나왔을 때, 그 둘이 속해 있던 엔씨소프트와 SK텔레콤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그렇지만 그 둘의 운명은 그해 11월 비밀결혼으로 이어졌고, 이들의 결혼사실이 알려진 것은 2008년 6월이었다.
비밀결혼(?)과 출산을 거쳐 이제 천재소녀 윤송이 박사는 엔씨소프트의 최고전략책임자이자 부사장의 직함을 달고 남편을 도와 엔씨소프트의 앞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그녀를 부사장으로 지목하면서 글로벌 리딩회사로 커나가는 데 꼭 필요한 적임자"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하고 "앞으로 해외사업 분야 등 엔씨소프트가 당면한 여러 현안을 챙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자전략가의 입장에서 엔씨소프트를 바라보면 이미 해외 매출비중이 36%를 기록 중인 어엿한 글로벌기업이라는 점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에 개발사이트와 유통망을 보유한 국내유일의 게임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온라인게임 분야에 강한 엔씨소프트의 입장에서는 한국시장을 뛰어넘는 거대시장, 예를 들어 13억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과 새롭게 온라인게임이 주목받고 있는 미국, 유럽시장의 급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9월 초 미국 시애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북미 최대 비디오게임 축제인 '팍스2010(PAX2010)'에서 길드워2를 공개해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윤송이 부사장이 평소에 강조하던 “컨버전스(융합)가 경쟁구도를 바꿔놓고 있다”는 취지에 어울리게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아이패드와 아이폰용 길드워2도 공개했다. 조만간 PC수준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길드워2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게임매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부분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성공적인 글로벌화와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제품의 출시를 진두지휘한 김택진- 윤송이 부부의 천재성과 상상력(이미 윤송이 부사장은 컨버전스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리고 열정이 어우러지면서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사장직으로 윤송이 박사가 합류하기 직전 주가는 2만2900원까지 떨어졌지만 2008년 11월 윤 부사장의 합류이후 주가는 꾸준히 올라 현재 22만~23만원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무려. 10배나 오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부창부수가 이룬 최고가 행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천재와 천재가 만났다. 그것도 부부로 만났다. 엔씨소프트의 앞날을 한번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