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의 전문 도박사 텍사스 슬림(Texas Slim)에게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차민수 씨처럼 포커 대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승한 사람이다. 상금으로 큰돈을 번 것은 물론이다. 마침내 그가 최종 승자가 되자, 관중 속에서 한 사내가 그에게 다가와 수십만달러를 걸고 자신과 내기 탁구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텍사스 슬림은 전문 도박사였지 탁구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도 관중 속의 그 사내는 텍사스를 설득했고, 결국 내기 탁구를 하는 데에 성공했다. 단 텍사스는 한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탁구채는 자기가 쓰던 것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사내는 게임의 공평성을 위하여 자신도 그 탁구채를 쓰겠노라고 약속했다.
텍사스는 결전의 날을 앞두고 열심히 탁구를 연습했다. 마침내 약속된 날이 왔다. 그는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져온 가방을 열고, 빈 유리병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는 또 하나의 유리병을 꺼내 상대방 사내에게 건넸다. 유리병이 바로 탁구채였던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내는 내기 탁구에서 졌다. 그는 당대 최고의 탁구선수였겠지만 소용이 없었다. 도무지 탁구채로는 사용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유리병이 텍사스에게는 게임을 이기는 최상의 무기였던 것이다. 그는 상대방이 전혀 사용할 줄 모르는 도구를 게임에서 쓰도록 요구했고, 그래서 내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텍사스 슬림이 내기에서 결코 이기지 못하는 사내에게 그랬듯이 시장은 투자자인 우리들에게도 자신들이 정한 조건대로 거래하라고 강요한다. 우리는 그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을 수락했다. 시장에서 유리병으로 탁구를 친다면 우리도 유리병이 익숙해지도록 철저하게 연습해야 한다. 내기의 조건을 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시장이므로 우리는 그 방법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은 대단히 불규칙하다. 마치 탁구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고 다루기도 까다롭다. 조금만 세게 치면 '홈런'이 돼 버리고, 살짝 치면 네트에 걸린다. 더구나 우리가 사용해야 할 탁구채는 유리병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거래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도구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남들이 유리병을 사용하는데 혼자만 탁구채를 가지고 연습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만의 도구를 고집해보았자 소용없다. 시장이 상승세라면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시장이 하락세라면 매도하고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거래의 조건에 따르는 것만이 내기에서 이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