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 좋다"는 얘기 참 많이 한다. 그간 희뿌연 스모그에 싸여 잿빛 얼굴을 더 많이 보여줬던 서울의 하늘도 이젠 제법 맑고 푸른 낯을 내미는 일이 많아졌고, 덩달아 그 예쁜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이들도 많아졌다. 물감을 뿌린 듯한 산과 들을 바라보면서 한순간 동화속의 세계로 빠져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나무 밑 풀숲 어딘가 작게 벌어진 문틈 속에서 10cm 소녀 아리에티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몸집은 작지만 마음은 드넓은 아리에티

<마루 밑 아리에티>는 3D가 대세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꿋꿋이 2D를 고수하며 특유의 존재감을 증명해 온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단순하지만 정감 있는 캐릭터,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화면으로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다소 밋밋한 스토리 때문에 보는 내내 지루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인간이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소인(小人)의 세계, 또 소인의 눈에 비춰지는 인간 세상의 모습은 어떤지 훔쳐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영화였던 것 같다.
 
아리에티는 소인(小人)이다. 작다는 것은 종종 왜소하고 약하다는 의미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아리에티의 경우에는 작기 때문에 더 야무지고 단단하며 지혜롭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처럼, 골리앗을 이긴 다윗처럼, 욕심 많은 인간을 제치고 절대반지를 운반하게 되는 호빗족의 프로도처럼 말이다. 인간보다 더 자연을 사랑하고 자기의 삶에 만족하며 지혜롭게 살아가는 아리에티. 몸집은 작을지 모르지만 마음만큼은 인간보다 훨씬 크고 넓은 진정한 대인배라고 생각한다.
 

◆코스닥의 작은 거인 3총사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아리에티처럼 몸집은 작지만 야무진 중소기업들, 어떤 곳이 있을까? 사실 몇주 동안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피와는 다르게 코스닥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왔다. 그런데 500선 깔딱고개 앞에서 번번히 고개를 숙였던 코스닥이 지난주 드디어 500선 고개를 넘어섰다. 증권사들은 앞 다퉈 우량 중소형주를 소개하고 있는데 필자 또한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 3곳을 엄선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뷰웍스>

첫번째로 소개할 기업은 작년에 상장한 뷰웍스다. 뷰웍스는 삼성테크윈 출신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기업으로 렌즈, 영상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도 주사업영역은 의료용 영상진단기기 시장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X-Ray 핵심 모듈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빛을 전자신호로 변환시켜주는 디텍터라는 핵심모듈이 그것이다.

지난해에는 새롭게 산업용 카메라시장에도 진출했는데 반도체 웨이퍼나 LCD 액정 검사용으로 사용된다. 당연히 삼성, LG 등의 라인증설과 교체주기에 따른 수요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향후 새롭게 기대되는 모멘텀도 있다. 그중 하나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당뇨발 혈류측정기다. 측정기에 발을 넣어 혈당을 측정하는,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식약청의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또 하나의 모멘텀은 아직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 영상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3D 영상 카메라 국산화과제 프로젝트에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력의 밑바탕은 역시 인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뷰웍스에는 R&D 인원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자본금 31억원에 시가총액이 10월 초 현재 65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의료용 정밀분야, 3D 카메라, 산업용 카메라시장에서의 힘찬 도약을 기대해본다.

<한농화학>

두번째로 소개할 기업은 한농화성이다. 일반투자자들이 투자할 종목을 선택할 때 제일 곤혹스러운 경우는 뭘 만드는지 잘 모르는 경우다. 자동차나 반도체, IT 제품군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철강이나 화학제품은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로와 전기로, 봉형강과 냉연강판 등에 대해서 아무리 잘 설명하더라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유명한 애널리스트들이 나와 현대제철의 주가가 올라가는 이유가 고로 때문이라고 설명해도 그게 왜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떠드는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농화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주력제품이 글리콜에테르, 계면활성제, 콘크리트 혼화제, 모노모 등이다. 도대체 이런 것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투자가가 우리나라 국민 중에 몇%나 될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쉽게 말해 반도체, LCD, 섬유유연제, 세정제, 심지어는 콘크리트 제조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제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한농화성의 출발은 농업용 화학재료였지만 이제는 각종 정밀화학 및 전자재료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무난하다.

한농화성은 자본금 78억원에 시가총액은 10월 초 현재 600억원 수준이다. 12개월 예상실적 기준으로 PER은 3.4배에 불과하다. 잇따른 지진과 부실공사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이 콘크리트 혼화제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점이 모멘텀이다. 갈수록 전자재료부문의 매출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작지만 앞으로 더 많이 커질 한농화성을 기대해본다.

<한국단자공업>

세번째로 소개할 기업은 한국단자공업이다. 1973년 설립, 1996년 상장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알짜기업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자동차 및 가전용 커넥터 생산 전문기업으로 자동차용이 약 75%를 차지한다.
 
완성차업체의 선전, 해외 매출처의 확대, 자동차 고급화에 따른 전장부품의 증가 등은 매출증가의 밑바탕이 됨은 물론이고, 전기차 이슈에 따른 커넥터활용도의 증가도 한국단자에게는 우호적인 요인이다. 10월 현재 12개월 예상실적기준 PER은 7배 수준이며,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2만8000원 수준이다.
 
정말로 중소형주 장세가 올지 아니면 대형주 장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지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가치를 확인하고 남들보다 먼저 사서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 받을 때 팔아 이익을 남긴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우량한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일은 투자자들의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몸 안에 큰 세상을 담았던 아리에티처럼 작지만 강한 중소형주,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찾아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 또한 투자전력가인 필자의 의무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