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인테리어 비용을 특별한 담보 없이 오로지 신용만 믿고 공사를 책임지는 회사가 있다. 유명 수입차 전시장에서부터 프랜차이즈 업체 인테리어까지 약 600여건의 공사를 진행해 온 다인디자인이다.
이 회사를 이끄는 인물은 두 명이다. 전대중 대표(39)와 전대희 이사(33)다. 전 대표가 디자인을 책임지고 전 이사가 기획과 영업을 총괄한다. 이름에서 예상되듯 두 사람은 형제사이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다인디자인을 찾았다.
80%까지 대출 지원
“공정의 80%까지 우리 회사의 신용으로 대출을 받고 진행합니다. 이 기간만큼 회사가 리스크를 지겠다는 의미죠.”
다인디자인의 인테리어 대출 서비스에 대한 전 대표의 설명이다. 소상인들이 대부분 신용의 한계로 금융권의 돈을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20%의 시공비만 있으면 개업 후 발생하는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고, 우리는 발주량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회사 리스크는 금융분석팀을 통해 개인 신용을 평가해 관리한다. 대출지원은 신청자의 80~90% 수준으로 문턱이 낮은 편이다. 최대 대출액은 2억원 수준이다.
나아가 인테리어 회사로는 드물게 ‘창업 입지선정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업종별 입지를 선택해 주고 점포개발, 수익률 분석, 상권 조사까지 챙겨준다. 연간 200회 이상의 인테리어 시공을 했던 노하우를 살린 서비스다. 최근 점포개발부를 새로 만든 것도 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
“얼마 전 김칫독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생각인데 김칫독 뚜껑을 인테리어 소재로 쓰면 어떨까요? 세면기 대신 써보는 거죠.”
전 이사의 아이디어는 인테리어의 경계를 넘나든다. 소변기를 실리콘 재질로 만든다거나 카페 인테리어를 홍등가 분위기로 연출하는 식이다. 김칫독 세면대 역시 원가절감과 디자인의 독창성을 염두에 둔 기획이다.
최근 다인이 인테리어 한 유치원에는 색다른 기획이 적용됐다. 좁은 곳에 들어가려는 아이들의 습성에 착안해 들어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꽂이를 만든 것. 이후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책꽂이에 들어가 책을 읽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유치원 내를 순환하는 미니 기차와 수영장도 만들어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도 가미했다.
다인의 시공은 비단 실내 인테리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 대형 건축물의 외부 인테리어를 비롯해 아파트 베란다 시공, 골프장 건설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
전 대표는 디자인회사를 설립하기 이전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20대 초반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벤처 컴퓨터 회사를 창업해 생산공장까지 두며 1년에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TV 홈쇼핑에 출연해 방송 1회에 수억원의 PC를 판매하기도 했다. 전 이사 역시 고등학생 시절부터 수천대의 컴퓨터를 판매하며 형 밑에서 영업능력을 키웠다.
하지만 사업은 이내 어려움을 겪었다. DVD 장비까지 납품하는 등 발군의 경영능력을 발휘하던 때, 잘못된 납품으로 인해 소송을 당하면서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쌓아뒀던 영업이익을 모두 토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절치부심했던 전 대표가 선택한 것은 유학이었다. 보스턴대 MBA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채 공부를 마치기 전, 전 대표는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건축디자인회사를 설립하고 경영자로서의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다인디자인의 근간이 된 디자인엣지가 생긴 것은 이때다. 그동안 각종 사업을 펼치며 비즈니스 경험을 유지했던 전 이사 역시 합류를 결정했다.
“처음엔 공사 원가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계약하면서 인테리어 수준도 유지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인건비 절약을 위해 현장에서 자재 나르는 일부터 페인트 도장까지 잡부일은 저희가 모두 도맡아 했습니다.”
현장 경험이 없으면 경영능력을 키울 수 없다는 형제의 원칙이 발휘되던 시절이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는 신사동 오피스 외에 잠원, 서초, 마포, 홍대 등 5개 사무실을 운영하고 월평균 20개의 현장 공사를 진행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발군의 경영능력을 발휘하는 전 대표는 회사의 성장을 모두 직원들에게 돌린다.
“우리 직원은 저보다 똑똑한 분들입니다. 회사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직원들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죠. ‘내가 똑똑해서 성공했다’고 착각했던 컴퓨터 사업이 실패하면서 얻은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