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에 해태음료를 샀다고? 너무 비싸게 준 거 같은데….”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해태음료를 인수하자 관련 업계에서 나온 주된 반응이다.
 
그간 해태음료는 에이드 사업으로 재미를 보긴 했어도 공장가동 비용과 부지비용 메우기에 힘들어하며 좀처럼 적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식음료시장에선 만년 적자기업의 오명을 쓴 해태음료의 인수합병(M&A)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 3위인 해태음료가 2위 LG생건에 넘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1위인 롯데칠성음료와의 거리를 더욱 줄일 수 있게 된 LG생건은 식음료시장에서 ‘양강구도’를 탄탄하게 다지는 형국이다.
 
음료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LG생건
 
지난 10월29일, LG생활건강이 해태음료의 새 주인이 됐다. 이번 인수전에는 동원F&B가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음료산업을 강화해 종합식품회사의 입지를 굳건히 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아무도 입찰에 나서지 않아 해태음료의 주인은 누가봐도 동원F&B가 되는 듯싶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웃은 건 LG생활건강이었다. LG생건은 해태음료를 단돈 1만원에 인수했다. 물론 부채 1230억 원을 떠안는 조건이다. 지난 2007년 코카콜라를 인수한 LG생건은 해태음료까지 차지함으로써 롯데칠성음료의 아성을 흔들 수 있게 됐다. 
 
증권시장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LG생건의 주가는 인수를 공표한 10월 29일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등 긍정적인 리포트들을 쏟아냈다. 애널리스트들은 “LG생건이 해태음료 인수를 통해 시장점유율 1위인 롯데칠성음료와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역시 LG생건의 해태음료 인수를 실보다 득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건은 무엇보다 음료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유통망을 대량 확보했다. 앞서 인수한 코카콜라 음료와 LG생건의 화장품 제품이 냉장 물류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해태음료의 냉장장비와 대리점 유통망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허를 찔린 동원F&B
 
LG생건의 기습에 동원F&B는 허를 찔리고 말았다. 동원은 지난 9월부터 모든 '화력'을 해태음료 인수전에 집중했었다.
 
동원F&B 역시 해태음료가 가진 대량의 유통망 확보가 목표였다. 참치회사 이미지가 강한 만큼 차제에 음료부분을 강화해 종합식품회사로의 변모를 꾀한 것이다.
 
동원F&B의 음료는 보성녹차와 같은 차 류와 동원샘물이 주종이다. 이 중 보성녹차는 유통망이 여유롭지 않아 판로가 좁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동원F&B는 해태음료 인수로 유통망을 넓히는 동시에 식음료 업계 8위에서 3위로 단숨에 뛰어오를 심산이었다. 
 
막판에 뒷통수를 맞은 동원F&B는 씁쓸한 표정이다. 동원F&B 관계자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우리가 왜 패했는지는 (해태음료 최대 주주였던)아사히 맥주에 물어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해태음료 측은 “인수금액의 차이였던 것 같다”며 “LG생건은 해태음료의 부채 전부를 떠안겠다고 했지만 동원F&B는 부채의 일부만 인수하는 조건이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LG생건의 해태음료 인수는 성공적인 코카콜라 PMI(Post-Merger Integration,기업인수 합병 후 통합)가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코카콜라를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통합한 LG생건 차석용 사장이 그룹의 신임을 바탕으로 해태음료 인수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해태음료 역시 코카콜라의 PMI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식음료시장 구도변화 현실화될까
 
LG생건이 해태음료의 영업망을 더하면 1위 롯데칠성음료의 43% 수준이던 영업조직이 76%까지 커진다. 쇼케이스, 자판기 등의 영업장비는 기존 70%에서 93% 수준까지 확대돼 1위와의 격차를 크게 줄어든다. 막강 지존 롯데칠성음료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LG생건 쪽의 단순 계산이다.
 
롯데칠성은 업계의 판도 변화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표면적으로는 LG생건의 해태음료 인수가 자신들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태음료의 2대 주주인 롯데호텔(19%)이 해태음료를 LG생건에 넘어가는 것을 용인한 이유도 'LG생건+해태음료' 조합을 큰 위협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롯데칠성은 해태음료의 부실 수준이 크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시장 점유율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건 측도 아직은 조심스럽다. LG생건 관계자는 “인수가 결정됐을 뿐 실사팀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고 구체적인 사업방향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경영컨설팅회사 딜로이트의 박정훈 부장은 "LG생건은 2007년 적자상태의 코카콜라를 인수해 청량음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강성 노조문제 등을 극복하며 성공적으로 회생시킨 경험이 있다"며 "해태음료에 단기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으나, 영업현금창출력, 유통·판매망 공유 등 시너지와 향후 코카콜라 상장을 통한 재무레버리지 하락 등을 고려하면 중기 재무 안정성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