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뜻하고 바람은 잔잔한 날엔 '달강어'가 먹고 싶다. 나는 태어나 한번도 달강어를 먹어본 적이 없다. 글로 맛봤을 뿐이다. 잔잔한 바람이 너무나 좋던 1930년대 어느 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와" 시인 백석은 함흥 어느 거리를 '외면하고' 걸어갔다고 했다. 달재는 함경남도 사투리다.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표준말로 '달강어', '달궁이'를 찾아봤다. 뭐든 있다는 오픈마켓에도 달강어는 없었다. 전라도에선 '장대', 충청도에선 '닥재기', 동해안에선 '예달재'라 불렸다는 것을 보니, 예전엔 여러 지방에서 먹었던 생선 같은데, 없었다.
 
달강어 소식은 남의 블로그에서 찾았다. 남한테 얻은 달강어에 조림을 했다는 사연이다. '청담거사'라는 블로그 주인장은 멸치 육수에 고추장, 된장을 풀어 무와 함께 달강어를 조리다가 청양고추, 간장, 마늘, 양파, 파 양념장을 얹어 중불로 조려 먹었다고 했다. 그 맛은? "꾸둘꾸둘 말려서 그런가 쫀득하니 찰진 맛이 나고 비린내도 나질 않는다."
 
달강어는 내게 '포이악 바롱 나다니엘'보다 낯설다. 심지어 이국적이다. 보르도 포이악 지방의 고급 와인은 마셔봤지만 달강어는 본 적도 없으니, 코다리 조림이 달강어 조림맛과 비슷한 비슷할까, 상상만 해볼 수밖에.
 
2080년대 어느 날, 우리의 자손은 '코다리 조림'을 글이나 시로나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코다리는 명태를 반 정도 꾸덕꾸덕 말린 것을 말한다. 명태를 그대로 먹는 걸 생태,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얼렸다 녹이면서 말리는 걸 황태라 한다. 맛도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에서 명태는 서민들이 밥상에서 귀하게 대접하며 먹는 명물이다. 1980년엔 동해에서만 9만6000톤이 잡혔다. 그러던 게 2008년엔 '0톤', 2009년엔 1톤으로 줄었다. 국회 농수산식품위 류근찬 의원이 10월 22일 국감에서 밝힌 자료다. 쥐치, 정어리, 꽁치도 어획량이 줄었다. 대신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갈치, 오징어류는 15년 전인 1995년에 비해 2~2.5배 가량 더 많이 잡힌다.
 
수온 상승 탓이다. 류 의원은 최근 41년간 동해의 바다 표층 평균수온이 1.31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00년간 전 지구 수온이 0.67도 상승한 데 비해 매우 빠른 속도다. 류 의원은 '연쇄적인 생태계 혼란'과 어민 생계를 걱정했다.
 
'그러면 많아진 생선을 잡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장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길들여진 입맛에 따라 생선마다 값이 다르다는 게 문제다. 올해 대구, 임연수 어획량은 평년보다 두 배 늘어 가격이 떨어졌다. 고소득 어종인 가자미, 문어는 어획량이 30% 이상 줄었다. 그 탓에 어민들의 올해 소득은 지난해보다 15~20% 줄 것 같다는 소문이 들린다. 어종 편중, 수온 상승이 어민 시름이다.
 
어쩌다 동해 수온이 다른 대양보다도 빨리 오르게 됐을까. 해양수산 분야의 기후변화 연구가 적어 정확한 원인 분석으로 나온 자료는 없다. 기온 상승이 바다 온도에도 영향을 준다는 외국 연구로 보건대 한반도 기온 상승이 지구 평균보다 높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높은 산업화 탓일까. 가난한 집 부엌처럼 먹는 게 행복하다는 가르침. 달재 생선이 우리 선생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 수염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백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