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나 기업 등이 자산에 묶여있는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일부를 바탕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Asset-Backed Securities)을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 곧바로 현금화가 안 되고 고정돼 있는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채권을 만든 뒤, 채권을 팔아서 자금을 미리 당겨쓰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에 유동화라고 표현한다.

◆담보자산이 발행기관보다 더 중요하다

일반 채권은 발행기관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기초로 해서 발행하는 반면, 자산유동화증권에서는 유동화자산으로부터 생겨나는 현금흐름으로 발행증권의 원리금을 상환한다. 확실한 담보가 제시될수록 ABS가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된다. ABS는 발행기관의 신용도와는 상관없이 자산의 특성과 현금흐름 및 신용보강절차에 따라 신용도가 높은 증권의 발행이 가능하므로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0년 상반기 ABS 발행 총액은 10조9762억원(62건)으로 전년 동기의 18조5745억원(63건)에 비해 40.9% 줄어들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S 발행이 줄어들고, 신용보증기금 등이 보증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발행이 중단되면서 P-CBO가 54.0% 줄어든 영향이 컸다.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아져서 ABS 대신 회사채 발행이 선호된 것도 영향이 있었다. 이에 반해 은행권에서 자산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부실채권인 무수익여신(NPL)을 담보로 하는 ABS 발행은 31.7%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유동화 대상이 되는 자산은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지닌 모든 자산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금융기관의 주택저당채권, 기업이 소유한 상거래 매출채권, 기업이 신규 발행하거나 시중에 유통 중인 회사채, 금융기관이 기업에 해준 대출, 신용카드 회사의 매출채권 및 카드론, 리스 채권 등 다양하다.

ABS의 담보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은 ABS를 발행하는 기업과 법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채권 만기가 되기 전에 그 기업에서 기초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채권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유용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특수목적기구(SPV·Special Purpose Vehicle)’의 회사를 만들고, ABS의 기초자산으로서 유동화 대상이 되는 자산을 그 회사로 소유권 이전을 한다.
 
이에 따라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발행기관과는 무관하게 증권의 원리금상환에 사용된다. 원리금상환이 발행기관의 신용과는 완전히 분리되기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ABS에 투자 시 발행기관의 신용보다는 기초자산의 특성을 잘 파악하면서 투자해야 한다.
 
다양한 기초자산의 사례로서, 현대제철이  지난 8월26일에 2000억 원어치 발행한 ABS의 기초자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하이스코 등 39개 거래처가 보유한 '매출채권'이다. 대한해운이 8월19일에 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ABS는 코리아LNG트레이딩과 1척의 선박을 대상으로 체결한 '선박관리수수료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코리아LNG트레이딩은 한국가스공사와 LNG전용선 수송계약을 체결했고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지급받는 운임을 기초로 계약조건에 따라 대한해운에 선박관리수수료를 지급하게 돼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서 9월말에 발행한 1조원 규모의 ABS는 5년·10년 임대주택 1만8800가구의 '임대료와 전환보증금, 분양전환금 등의 채권'이 기초자산이다. 용산 역세권 개발을 담당할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는 '토지' 일부를 담보로 ABS을 발행해 투자비를 조달한바 있다.
 
'PF Loan'이 기초자산인 사례로는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서 '북아현 1-3구역 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채무자로 해서 보유하고 있던 대출채권(원금 14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BS를 지난 5월4일에 발행한 바 있다. 이 외에도 PF ABS로서 △용인보정동 제1차 유동화(650억원) △베스트에메랄드 유동화(1000억원) △송산2산단 유동화(2000억원) △학하리슈빌 제1차 유동화(250억원) △엠에스테전 유동화(250억원) 등이 있다.
 
◆사망채권, 생명보험까지 유동화

ABS의 담보대상인 기초자산이 다양화되면서, 심지어 생명보험도 유동화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생명보험 담보부증권(Life Settlement-backed Security)이 생명보험 가입자의 사망보험금을 투자수단으로 하고 있어서 사망채권(Death bond, Mortality bond)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생명보험 가입자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보험회사에 계약해약을 신청해 돈을 받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보험의 특성상 해약환급금은 사망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에 비해 너무나 적으며, 계약조건과 경과 기간에 따라서는 이미 낸 원금을 거의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명보험 유동화전문회사(Life Settlement Provider)는 사망보험금의 20~40% 금액을 생명보험 가입자에게 주고 보험증서를 사들인다. 가입자를 대신해 매달 보험금을 납입해 주고 가입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타는 자격을 가진다.
 
한편 이들 회사에서는 사들인 보험증서를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에 되팔고 수백개 이상의 보험증서를 모은 헤지펀드가 이를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 것이 사망채권이다.

흔히 65세가 넘는 노인의 보험증서만을 대상으로 하며 건강검진 등을 통해 보험가입자의 예상수명을 측정한 뒤 지급금액을 정한다. 계약자가 기대수명보다 빨리 사망할수록 투자수익은 커지고 오래 살수록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하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거나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가입자가 빨리 사망할수록 수익률이 커지므로 도덕적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그러나 생명보험을 현금화하려는 사람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단이고 투자자들에게는 연 8%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주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필요성도 인정된다.
 
크레디트스위스와 골드만삭스에서는 주가지수와 비슷한 `생명지수`도 개발했다. 미국 생명보험시장 규모가 26조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일부 생명보험만 파생상품을 만드는 데 기초자산으로 사용하더라도 5000억달러 규모의 신종 파생상품 시장이 예상된다.

KDB생명은 해외 투자에서 생명보험 유동화증권에 657억원을 투자했다가 무려 94%의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만기보유증권으로 중도환매가 불가능해 손절매를 못해 손실이 커진 것이다.
 
◆'생존자 조항' 회사채, 살아 남는 자가 챙긴다

생명에 관련된 채권으로서, '생존자 조항'이라는 특이한 조건이 붙는 회사채도 미국에서 발행된다. 할인된 가격에 이러한 채권을 공동 계좌로 구입한 뒤, 한쪽 투자자가 세상을 떠나면 생존한 나머지 투자자가 해당 채권을 액면가에 상환 받는 구조다. 할인된 가격에 구입해 액면가에 상환받기 때문에 수익률이 얻어진다. 이러한 생존자 조항 회사채의 발행기업은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제너럴 일렉트릭(GE) 캐피탈, 카터필러 등이고 시장 규모는 수십억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채권은 원래 채권 만기 전 배우자가 사망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채권투자를 기피하는 노부부 등을 대상으로 판매가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친척 중에서, 또는 심지어 전혀 모르는 사람 중에서도 불치병에 걸렸거나 죽음을 앞둔 환자를 찾아서 공동계좌를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금융위기로 인해 회사채의 할인 매각이 크게 늘어난 이후로 생존자 채권을 매입한 뒤 단기 차익을 실현하려는 전문 투자자들이 늘었다고 한다.
 
한국의 보험시장에서는 고령화시대의 진전에 따라 ‘100세 보험’이 등장하고 있다. 대한생명에서는 중도에 사망하더라도 고인이 100세가 되는 해까지 유가족들에게 연금을 계속 지급하는 보험을 내놓고, 동양생명은 '수호천사 골든라이프 Ⅲ', 교보생명도 '100세시대 변액연금보험', 기타 다른 보험회사 들도 100세까지 돈을 지급해주는 보험들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도 수명이 점점 길어지면서 생명보험시장이 커지고 있어서 언젠가 생명보험 담보부증권(사망채권)이 나오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