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 국내 최초 보험지주회사 설립 선언.
11월17일. 검찰, 본사 압수수색.
12월1일. 지주회사 설립 예비인가 획득.
한 회사가 올 한해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한 내용이다. 이보다 더 파란만장할까. 국내 최초로 보험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메리츠화재 얘기다. 그리고 그 와중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단연 메리츠화재를 5년째 이끌고 있는 원명수 부회장(사진)이다.
원 부회장은 올해 초 실손의료보험을 불완전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CEO 문책경고를 받았다. 임기만료(2011년 6월)를 1년 남짓 앞둔 시점이어서 그 충격이 더 컸다.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음에 따라 연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원 부회장은 성숙한 덕장의 모습을 보여 또 한번 화제가 됐다. CEO인 자신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우고 회사 징계수위는 낮춰달라고 청했고 실제 징계수위로 그가 원하는대로 됐다. 그리고 그는 보험지주회사를 설립하는데 공을 들였다.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이 작업을 성공리에 마친 후 당당하게 물러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한 탓이리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노린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설립되면 국내 최초로 보험사 중심의 금융지주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은행, 증권사 중심의 금융지주회사만 존재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를 중심으로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자산운용,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 리츠파트너스 등 5개사로 구성된다.
원명수 부회장은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선언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계열사의 각 업종 내 위상이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수준이 되지 못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한 수익창출도 미흡한 형편"이라며 "규모를 키우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지배구조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2007년 컨설팅을 시작으로 3년여 간 사전준비를 한 끝에 올 8월5일 지주회사 설립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12월1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인가를 승인받았다.
메리츠화재는 내년 1월11일 회사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고 2월에 본인가를 신청한 후 3월에 지주회사 설립을 마칠 예정이다. 또 4월까지 메리츠화재의 변경 상장과 금융지주회사 재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러한 작업이 순조롭게 완료되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지주회사가 공식 출범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 방법은 메리츠화재를 인적분할하고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우선 메리츠화재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게 된다. 인적분할이란 신설회사의 주식을 기존회사인 메리츠화재의 주주에게 지분율대로 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지주회사 주식을 상장한 후 메리츠화재 주식을 지주회사가 공개매수 할 방침이다. 이렇게 해서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보유요건(상장 30%, 비상장 50%)을 충족할 계획이다.
지주회사 설립 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되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메리츠금융그룹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고객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그룹 브랜드 관리 등도 우선 과제로 정해 세부 실행전략을 세울 방침이다.
지주회사가 설립되면 누릴 효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 원 부회장은 "앞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그룹의 출자여력이 현재 1600여억원에서 3500여억원으로 확대돼 경영안정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새로운 금융산업에 진출할 여력이 생기고 보험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로 비금융 업계로도 진출할 수 있게 돼 사업라인의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A 핵으로 떠오를 듯
원명수 부회장은 5월24일 기자간담회 당시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의 인수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금융그룹 내에 보험, 증권, 운용, 판매 등의 자회사가 있지만 수신 기능이 있는 회사가 빠져있다"며 "저축은행에 관심이 많고 지방은행 인수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메리츠종금증권이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했으나 무산됐다. 이유는 삼화저축은행을 실사한 결과 출자 여력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
이와 관련 원 부회장은 "현재는 지주회사 전환과정에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 설립 이전에는 출자여력이 없어 저축은행이나 기타 금융회사를 인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금융지주회사법상 출자가 가능한 회사는 지주회사와 메리츠화재 뿐이다. 하지만 현재 메리츠화재의 출자여력은 200억원 수준으로 미약하다.
그러나 메리츠금융지주가 탄생하면 언제든지 M&A의 핵이 될 수 있다. 원 부회장도 밝혔듯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출자여력이 현재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은 은행과 생명보험, 저축은행, 신용정보, 여신전문회사가 없다. 따라서 이들 업종에서 매물이 나온다면 인수 가능성 여부를 타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 부회장은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종합금융서비스 지원을 위한 사업라인 다각화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저축은행 등의 인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지주회사 설립 초기에는 지주회사 체제 기반 구축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6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원 부회장은 지주사 설립이라는 큰 사업을 마무리한 후 '아름다운 퇴진'을 할 계획이다. 지난 2005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된 그는 2007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 와중에 제일화재 인수 실패와 RG(선수금환급보증)보험 투자손실 등의 오점도 남겼지만 과감한 추진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지주회사 설립에 큰 몫을 담당했음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원명수 부회장 약력
▷1947년생
▷경기고-미국 델라웨어대 경영학과 졸업
▷1996~97 General Accident Insurance Group Assistant Vice President
▷1997~99 Harleysville Insurance Group Vice President
▷2000~2002 서울은행 부행장(CIO)
▷2003~2004 삼성화재 전무(CIO)
▷2004~2005 PCA생명 전무(COO)
▷2005~2007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사장
▷2007.6~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