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골프. 참 간단하다. 함께 골프치는 사람은 4명. 그런데 나 빼고 3명 중에 내가 골프 잘 치는 것을 구경하러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빨리 눈치채고, 이해하고, 인정하면 된다.

나의 쭉쭉빵빵 드라이버를 구경하고 옆에서 박수 치고 싶어서 새벽 댓바람에 눈 비비며 나온 사람이 있을까? 치기만 하면 핀 옆에 딱딱 붙는 내 아이언샷에 감격하려고 나온 사람, 대면 들어가는 퍼팅에 넋 놓고 감동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은 멀쩡히 잘 치다가 배판에 내가 오비 내는 걸 구경하고 싶은 거고, 발로 차도 들어갈 거리의 짧은 퍼팅을 놓치는 걸 보는 싶은 거다. 이상한 폼의 이상한 구질을 보고 싶은 거다. 너무 잘 쳐도, 너무 폼이 멋있어도 소위 손님이 떨어지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골프가 직업도 아니고 투잡 아르바이트도 아닌데 그걸로 돈을 벌려고 하는 건가? 내 돈으로 캐디 피를 내고 치는 것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건가? 그린피가 하도 비싸서 일부라도 누군가의 보조가 없으면 영 공 칠 맛이 나지 않는다는 심보인가?

물론 이해는 된다. 돈도 좀 따고, 성적도 웬만하고, 캐디피에 저녁까지 살 수 있다면 행복하다. 여기에 내 돈 조금 더 얹어서 골프친다 해도 기분 나쁠 것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내 행복이 어쩌면 젊잖게 앉아서 나의 느긋한 훈수를 귀담아 듣는 척하는 바로 그 사람의 불행이란 생각은 왜 못하나?

모두가 그런 생각으로 나올 때 그렇지 않은 생각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 아닐까? 돈도 적당한 범위 내에서 잃어주고, 유쾌한 스윙으로 웃겨도 주고, 부지런을 떨면서 사진도 좀 찍어주고, 계절에 맞는 소박한 선물도 준비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오늘 골프의 진정한 승리자는 '그 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도록 만드는 사람.

물론 삶의 현장에서 그러기는 정말 쉽지 않다. 생존의 경쟁이 참 섬뜩하다. 나의 조그만 선의가 어느새 비수가 되어 나를 찌를 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나의 여유로움이 뒤처짐이나 퇴보로 끝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너무도 지당한 현실일 수 있다.

그러기에 골프칠 때만이라도 제발 좀 역설적인 여유를 부려보자는 제안이다. 골프마저도 경쟁과 활극의 연장선상에 놓고 보면 우리 삶이 너무 강퍅하지 않는가. '그래 너는 골프마저도 아등바등 해라. 나는 여기서나마 좀 여유를 부려보련다' 바로 이것이 골프가 행복해지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그런 골프 행복이 바이러스가 돼 일상의 삶을 조금이나마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골프가 아무리 비즈니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세상의 짐 진 자들이 한순간만이라도 훌훌 그 짐을 벗어버리고 천진한 모습으로 돌아가서 희희낙락 했으면 좋겠다. 한주에 한번, 혹은 한달에 한번이라도 그런 일이 있어서 이 포성 소리 들리는 이 위험하고 우울한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