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34명, 피해액 4억8000만원.’
최근 롯데백화점이 부산본점에서 벌어진 사기 사건으로 인해 곤욕스런 처지에 몰렸다.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한 협력업체 직원이 고객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중간에서 비용을 가로챈 것. 백화점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을 믿고 찾아간 소비자들에겐 적지않은 충격이다.
◆롯데백화점 왜 몰랐을까?
여성의류 브랜드 브루다문에서 근무하는 A씨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단골고객들에게 현금으로 제품을 판매한 뒤, 이를 중간에서 가로챘다. 현금 판매된 제품의 개수는 고객들의 신용카드를 무단 결제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맞췄다. A씨는 고객들에게 “신용카드 결제를 이용하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며 신용카드를 받아낸 뒤 1500만원씩 수차례에 걸쳐 결제를 진행했다.
지난 11월 말 경찰조사가 시작된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카드 사기 사건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가 이 같은 방식으로 고객의 돈을 챙긴 기간은 지난 9월에서10월 말까지. A씨는 경찰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10월10일 먼저 사표를 낸 뒤 일을 그만 둔 상태였다.
하지만 두달여 만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피해액과 규모가 상당하다. 개인 최고 피해액만 하더라도 5000만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롯데백화점 측에선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이 같은 범행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영호남 홍보팀 최성헌 실장은 “현재 대부분의 백화점 결제는 PDA(전자 결제를 돕는 휴대용 기기) 시스템으로 각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결제가 진행된다”며 “백화점에서는 각 매장의 전표를 받아보는 시스템이어서 미리 확인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A씨가 판매가와 재고를 맞춰 놓은 상태에서 숫자만으로는 이를 알아채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경우 카드전표에 ‘롯데백화점’의 이름이 찍히는 만큼 이 같은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더군다나 브루다문의 경우 제품 판매가가 보통 70만~80만원 정도임을 감안했을 때,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카드결제 고객이 늘어난 데 대한 주의나 경계가 없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책임 통감”…그러나 대책은 미적지근
롯데백화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눈총을 샀다.
피해 고객들은 사기로 인한 카드대금을 부담하는 것은 물론 최근까지 카드 납부기한 압박을 받아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 최성헌 실장은 “카드사와 협의를 통해 고객들의 카드 결제일을 6개월 정도 연장하는 최종 합의안이 완료됐다”며 “고객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 보상 문제는 당장 처리가 어려워 보인다. 경찰에서 사건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다가 브루다문과의 협의 과정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사전 예방과 관련한 직원 교육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롯데백화점 측은 “정기적인 직원 교육은 물론 고객을 가장한 '미스터리쇼퍼' 등을 통해 현장 조사를 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스터리 쇼퍼의 경우 모르는 손님의 일시적인 방문에 그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단골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직원의 범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