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방법 중 부고 테스트(The Obituary Test)라는 게 있다. 만일 기업이 사라지게 됐을 때 소비자들이 기업의 어떤 부분을 그리워할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다. 즉 '기업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내일 기업이 문을 닫는다면 누가, 왜 그 기업을 그리워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 것이다.
 
부고 테스트는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때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부고 테스트와 관련해 코카콜라의 사례가 유명하다. 1980년대 초 코카콜라는 펩시와의 전쟁에서 수세에 몰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60%에 달하던 시장점유율이 1983년에는 24%까지 줄었다. 브라인드 시음테스트에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펩시의 맛을 선택했다. 위기에 몰린 코카콜라는 기존 콜라보다 좀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의 새로운 콜라를 개발했다. 그리고 마침내 1985년 4월 코카콜라는 99년 만에 처음으로 제조방식을 바꿔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기존의 콜라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소비자들은 공황상태가 돼 기존 콜라를 창고에 쌓아 놓기 시작했다. 10만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예전의 콜라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거친 항의를 하기도 했다. 결국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콜라를 다시 판매하기로 했다. 기존 콜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이를 마시면서 자라온 미국인들의 삶 그 자체였음이 이 과정에서 확인됐던 것이다.

여전히 병마와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0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잡스는 췌장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되는 때여서 지금처럼 그의 삶에 죽음이 따라다니던 시기였다. 그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것을 하게 될까?” 곧 죽을 것이라는 걸 생각하는 것은 인생에서 큰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중요한 도구였다고 말했다.

모든 외부의 기대들, 자부심, 좌절과 실패의 두려움, 그런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기게 된다. 잡스는 “시간이 한정돼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에 맞춰 사는 함정에 빠지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견해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가리는 소음이 되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죽음과 부재는 가장 근본적인 본질을 발견하는 유용한 통로다. 투자에서도 이러한 방법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워런 버핏은 “내일 당장 시장이 문을 닫아 향후 5년 동안 개장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좋은 기업을 고르는 데 많은 노력을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좋은 기업을 고르면 설사 5년 동안 시장이 폐쇄되더라도 기업의 내재가치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 투자자들도 내일 당장 외국으로 나가서 향후 5년 뒤에나 돌아온다는 가정하에 펀드나 금융상품을 고른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투자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