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화려했는데….’

최근 경기도 파주에 국내 최대규모의 명품 아울렛을 오픈한 신세계첼시가 지역 상인들의 집단반발로 곤경에 처했다.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상인들의 의사를 전달받은 중소기업청마저 신세계를 다각도로 압박하고 나서면서 여러모로 ‘파주發 쓰나미’에 직면하게 된 것.

지난 3월18일 신세계첼시는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8만6172㎡ 규모의 패션 아울렛을 오픈했다. 2007년 경기도 여주에 이은 두번째 명품 아울렛 개장 행보다. 파주 매장은 해외 명품 브랜드 등 총 165개의 패션브랜드를 보유한데다 서울에서 차로 40분이면 갈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기대 이상으로 소비자들의 뜨거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개장 후 4일 동안 25만명, 보름 후엔 누적 60만명의 고객들이 파주를 들렀고, 주말이 되면 아울렛 진입로인 자유로 인근에선 극심한 교통체증이 벌어지는 등 이색풍경마저 연출될 정도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근지역 동종업계 상인들의 반발세도 그만큼 확산되고 있다. 고양·파주·김포지역 중소 아울렛 상인들이 “신세계아울렛 개장 직후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타도! 신세계'에 하나둘씩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상인들의 의사를 전달받은 중기청도 4월11일 신세계첼시가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개장을 강행한 것에 대해 사업 강제조정을 위한 중소 아울렛 피해조사 착수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강경 움직임을 보이며 상인들을 돕고 나섰다.

◆예견된 갈등…"중소 상인 피해 접수받겠다"

신세계와 지역상인들간의 갈등 조짐은 이미 파주 아울렛이 입점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는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해 5월 파주·고양·김포의 중소상인 400여명으로 구성된 경기도패션아울렛연합회는 "갑작스런 대형 아울렛 입점은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냈었다. 이후 양측은 5회에 걸쳐 자율조정 협의를 시도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올 3월11일 신세계첼시측이 협상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자율조정이 최종 결렬됐던 상황.

이후 중기청이 3월14일 신세계측에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리며 갈등해소에 개입했지만, 나흘뒤인 같은달 18일 신세계는 권고를 무시하고 개장을 강행했다. 중기청은 결국 4월11일 고양·파주·김포지역 50여개 아울렛 매장을 대상으로 신세계 파주아울렛 영업에 따른 피해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사업 강제조정을 하겠다는 초강수를 던졌다.

향후 중기청이 피해조사를 토대로 사업조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양측의 입장을 종합한 사업조정 절충안을 마련해 신세계측에 전달하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신세계는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신세계는 중기청의 이같은 조정안에 대해 “수용가능한 요구가 아니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5차례에 걸친 중기청과의 자율조정 협의에서 일방적으로 협상거절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결코 일방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수용가능한 요청이었다면 조율의사가 있었겠지만 (조율이)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40개 브랜드 겹쳐” vs “우린 수입 브랜드만”

그렇다면 신세계첼시와 지역 상인들을 갈등의 '굴' 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파주 아울렛의 어떤 사업내용 때문이었을까.

일단 파주 프리미엄아울렛에서 취급하는 브랜드가 지역 상인들의 브랜드와 중복된다는 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역 상인들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브랜드와 동일한 것을 신세계가 취급해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빈폴, 나이키 등 아울렛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일산 덕이동의 상인들만 해도 210개 브랜드 가운데 나이키 등 40개가 신세계첼시와 겹쳐 사업조정이 안될 경우, 상품 공급을 못 받아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세계첼시는 “70~80%가 외국 수입브랜드여서 할인매장과 겹치지 않아 사업조정 대상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중기청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맞서고 있다.

여기에 중기청의 사업 조정대상 여부 역시 양측을 갈등의 당사자로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34조)’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중기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하면 중기청은 해당 대기업에 조정심의회 심의결과를 통지할 때까지 사업개시를 일시 정지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이후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신세계첼시가 작년 12월 ‘도소매업·부동산임대업’으로 신고했다 지난 3월 갑자기 ‘부동산임대업’으로 정정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해서다.
 
신세계측은 “같은 업종이어야 사업조정 대상이 되는데 중소상인들은 ‘도소매업’으로 돼 있고, 신세계첼시는 ‘부동산임대업’으로 돼 있어 업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사업조정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하지만 중기청측은 “신세계첼시가 사업자등록상 업태를 부동산임대업으로 변경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중소 아울렛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사업 조정대상이 된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이제 오픈 한달을 갓 넘긴 신세계첼시의 파주 프리미엄아울렛.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파주발 쓰나미’를 어떻게 견뎌낼 지 주목된다.

신세계첼시의 프리미엄아울렛은…

신세계첼시는 신세계그룹의 관계사로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과 사이먼 프로퍼티그룹이 각각 50% 지분을 소유한 합작법인이다. 미국 프리미엄아웃렛의 브랜드 유치, 디자인, 마케팅 노하우와 한국 신세계의 점포 개발, 운영 역량을 접목시켜 2007년 6월 1호점인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을 오픈했다. 올 3월엔 2호점인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을 개장했다. 특히 파주 아웃렛은 영업면적 3만1113㎡(9412평)에 주차대수 1720대, 3층 복층 형태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아웃렛 매장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