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 이곳 삼천리대극장에 홈플러스 임직원 가족 3000여명이 모였다. ‘창립 12주년 기념 착한 가족 페스티벌’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이승한 회장이 밝혔듯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11조원을 넘어설 만큼 괄목한 성장을 이뤘다. 외적인 성장 만큼이나 최근에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사회에 대한 기여가 조화를 이뤄야 존경 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착한 경영’을 앞세울수록 이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표면적인 이미지 제고에만 열을 올릴 뿐 실질적인 기업 운영에 있어서는 ‘착한 기업’ 답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착한 기업’ 앞세워 최고윤리경영인 선정  
 
“나는 ‘착한’ 것이 좋다. 모든 서비스는 착한 것에서 시작된다”
 
지난 4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홈플러스 e파란재단의 어린이 축구클럽 창단식에 참석한 이승한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올해 슬로건을 ‘착한 기업’으로 내걸었다.
 
사실 이 회장이 ‘착한’ 이미지 쌓기에 힘쓰고 있는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9년 말부터 e파란재단을 설립하며 환경, 나눔, 지역, 가족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최초의 네트워크형 사회공헌 연합체인 ‘작은 도움 클럽’도 출범시켰다. 지난 6월1일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제휴사인 ‘나눔굿스’와 함께 사회봉사단체 및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전문 쇼핑몰 ‘홈플러스 나눔굿스 쇼핑몰’ 운영도 시작했다.
 
그 결과 또한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경영혁신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에는 ‘제9회 한국윤리경영대상 최고윤리경영인 부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회장 개인뿐 아니라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한국능률컨설팅이 수여하는 ‘존경 받는 기업 대상-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다. 존경 받는 기업 대상으로 5년 연속으로 수여 받은 기업에 한해 주어지는 명예로운 자리다.
 
◆SSM 지역상인 고소, ‘착한 기업’?
 
지난 5월 중순, 이승한 회장이 서울시의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자문직을 스스로 사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국제경제자문단은 서울시를 동북아 비즈니스 및 금융 중심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2001년 설립된 서울시장 자문기구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울시 관계자가 최근 이 회장을 직접 찾아가 SSM에 대한 반감 정서를 설명하며 자진 사임을 권유했고, 이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착한 기업을 앞세우고 있는 이 회장은 이번 사임을 계기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홈플러스는 최근 SSM과 관련해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들어와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거센 비판에 휩싸여 있다. 유통법과 상생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가맹점 형태로 개점을 추진하는 데 대해 변칙 오픈이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밤시간을 이용한 기습 오픈으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기습 오픈을 했다며 입점을 반대한 주민 10여명이 고소를 당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참여연대 측은 “실질적인 고소 주체는 가맹점주라 홈플러스 본사와는 무관한 형태”라면서도 “하지만 실제 이전에도 홈플러스 본사가 직접 주민들을 고소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2009년 인천 부개동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점하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인천 갈산동에서도 형사소송은 가맹점주가 신청한 형태였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은 가맹점주와 본사가 각각 제기한 바 있다.
 
참여연대 측은 “이후에도 가맹점주를 통해 지역 상인들을 고소한 경우가 적지 않다. 중간에서 합의가 돼 소송까지 진행되지 않은 것까지 더하면 최근까지 대여섯건 정도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SSM과 관련해 지역 상인들에게 고소를 제기한 업체는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SSM 정책만 보더라도 상생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과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의 윤리경영인 수상과 관련해서도 “2009년에도 이 회장의 장애인 비하발언이 문제가 돼 사과를 한 것으로 안다. 상생을 말하는 경영자의 마인드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대외적으로는 사회공헌에 적극적일지 몰라도, 뒤에서는 이중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된 데에는 지역 상인들의 폭력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유독 홈플러스만 지역 상인들과 소송에 휘말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경쟁사 언급 비교광고, ‘착한 마케팅’?
 
이 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착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가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홈플러스의 ‘착한 마케팅’을 둘러싼 업계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지난해 롯데마트가 저가를 앞세운 ‘통큰’ 마케팅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자, 홈플러스는 올 3월 ‘착한 치킨’과 ‘착한 모니터’ 등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았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당시 홈플러스가 내 건 ‘통큰치킨보다 착한 생닭’이라는 캐치프레이즈. 경쟁사의 브랜드를 직접 인용하며 공격적인 비교광고를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판매 개시 7분 만에 하루 물량 250마리가 완판되는 큰 성공을 거뒀다.
 
급기야 롯데마트의 노병용 사장은 지난 4월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따라하더라도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 하루만에 이 회장은 보란 듯이 전국 123개 점포에 14개 주요 먹거리를 한달 내내 ‘착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최근까지도 두 업체는 ‘손큰콩나물’ 1100원과 ‘착한콩나물’ 1000원으로 신경전을 계속하는 중이다. 홈플러스는 이번에도 ‘손큰콩나물보다 싼 착한콩나물’이라는 비교광고를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하다지만 직접적으로 경쟁사의 브랜드를 언급하며 공격적인 비교광고를 펼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홈플러스가 ‘착한’을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지만 ‘착한 마케팅’은 아닌 것 같다”며 “수위조절을 전혀 하지않고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고 깎아 내린다는 건 상도의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홈플러스는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