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더블딥(double dip·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하다 다시 침체되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또다시 금융위기의 공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차분히 돌이켜보면 언제나 위기는 기회와 함께 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혼란의 시기에 어디에 나침반을 맞추고 거친 풍랑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일까. 자산가들은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까. 정태옥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골드센터 PB팀장으로부터 요즘 자산가들의 투자 동향 및 전략을 들어봤다.
◆불안한 글로벌경제 '믿을 건 금 뿐?'
요즘 투자상품 중 이슈를 몰고 다니는 대상은 단연 금(金)이다. 미국발 악재로 불안심리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금 앞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있는 상황. 지난해 온스당 1200달러까지 치솟았을 때 '꼭지' 논란에 휩싸였던 금은 최근 온스당 1600달러도 훌쩍 넘어섰다. 투자자들의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찬란한 금빛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이 최근 금을 25톤이나 사들려 '뒷북 금테크' 논란을 낳고 있다. "제대로 상투 잡았다"는 비난과 동시에 "지탄을 받을지언정 금을 계속 매입해야 한다"는 지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러한 때 과연 자산가들은 요즘 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태옥 팀장은 "자산가들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장기보유 목적으로 금 투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류승희 기자
"고령의 자산가들은 주로 손자를 위해서 실물 금을 100g·200g씩 사고 있습니다. 증여·상속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우가 많죠."
금은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고유가치를 지닌 안전자산이며, 물가가 오를 때 오르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긴' 시간을 묻어두면 그 빛을 찬란히 발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것. 때문에 최근 '고점' 논란과 상관없이 꾸준한 관심이 이어진다.
다만 실물 금은 거래 시 10%의 부가세를 물어야 하는 등 세금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증여·상속 차원이 아닌 투자 관점에서는 통장에 금을 적립하는 골드뱅킹이 더 유리하다. 정 팀장은 "금적립 상품(신한은행의 '골드리슈' 등)을 활용해 적금을 붓듯 금을 매월 또는 매주 적립해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금 테크"라고 말했다.
"올 연말쯤 온스당 2000달러까지 바라보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급등한 금값에 대한 부담으로 단기 조정이 올 수 있지만, 금은 앞으로도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투자대상입니다."
다만 금 상품은 원금보장이 되지 않고 최근 가격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자산의 일부(10% 안팎)를 투자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통장에 금을 적립한다고 해도 금값 상승에 따른 수익 외에는 이자가 따로 붙지 않고,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관심 높은 '수익형 부동산, 선뜻 잡기는 어려워
퇴직을 앞둔 50대 후반의 자산가 박모씨는 노후 준비를 위해 최근 수익형 부동산(오피스텔)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건물에 거주하면서 직접 관리도 하며 노후를 보내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가격이 안 맞고, 가격이 맞는 건물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달째 발품만 팔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은 은퇴를 준비하는 자산가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다. 정태옥 팀장은 "과거 부동산으로 수익을 본 자산가들 중에는 노후를 위해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산가들에게도 수익형 부동산은 접근하기 쉽지 않은 투자 대상이라 고려할 점이 많다. 우선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자산가들이 흔히 투자하기 원하는 수익형 부동산은 30억~50억원 사이인데, 실제 시장에는 100억원대 이상의 고가 부동산들이 주로 매물로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이 오르는 지역만 오르는 특성을 보이면서 입지 선택에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택해야 하는 만큼 우선적으로 역세권과 대학가가 고려 대상이다. 정 팀장은 "2호선 라인은 대학가가 많고 유동인구가 많아 특히 인기가 높은 지역"이라고 전했다. 또한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경우는 강남 지역을, 투자 여력이 다소 낮을 경우 신림동 지역 등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사이클이 짧아졌다는 점도 유의대상이다. 정 팀장은 "운 좋게 맘에 드는 오피스텔을 찾았다고 해도 시간이 흘러 그 옆에 새로운 오피스텔이 생기면 경쟁력을 쉽게 잃어버린다"며 "다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 등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대 수익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원하는 경우는 대부분 매월 고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하며, 예금이자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것. 최근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이 떨어지면서 연 3%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 늘고 있다. 정 팀장은 "예전 같으면 임대 수익이 좀 낮아도 부동산을 사서 몇년 동안 갖고 있으면 부동산 가격 자체가 오르기 때문에 투자할 만했지만, 지금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