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의 한 영화상영관. 오전 시간인데도 객석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관객들은 한눈에 보아도 대부분이 40·50대 중년층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초대권이 배포돼 이른 시간임에도 객석을 가득 메웠다. 예정된 시간 오전 10시. 영화를 상영하는 가 싶더니 재테크 설명회가 시작된다.
 
영화 무료 초대권 뒷면을 잘 보면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아비바생명 협찬으로 재테크 설명회에 대한 고지가 짤막하게 적혀있다. 이 재테크 설명회는 우리아비바생명의 복리저축보험 상품 판촉이다. 상품 설계사의 수려한 말솜씨에 관람객들은 영화 생각보다는 상품 설명에 귀 기울이게 된다.
 
영화는 홍보가 시작된 지 1시간 반이 지나서야 시작했다. 관람객 중에는 금융상품 설명회인지 모르고 단순히 영화 관람을 목적으로 극장 찾아온 이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영화관을 찾은 대부분 관객들은 영화 상영이 지연된 데에 따른 불만보다는 새로운 상품을 알게 된 것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였다. '복리'에 '비과세' 상품이니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하다. 

"영화도 재밌게 잘 봤고 좋은 정보도 얻고 갑니다." 영화가 끝난 후 만난 50대 주부는 이번 설명회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는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지긴 했지만 낭비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 관람객은 보험사에서 홍보한 상품까지 가입했다. 그는 "상품 설명회인지 모르고 왔지만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매달 20만원 씩 노후 대비 차원에서 상품에 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반 영업점에서 가입한 것이 아니라 "문제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안감도 내비쳤다.
 

사진/ 류승희 기자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흔히 '투자 설명회'나 '재테크 설명회'를 구실로 이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단체 마케팅' 혹은 '세미나 마케팅'이라고도 부른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이를 통해 상품을 가입할 때는 자신에게 맞는 상품인지를 반드시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러한 저축성 보험은 초기 사업비용이 많이 드는 상품이어서 상품 가입 이후 6년이 지나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적금만큼의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적금을 부어야 하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비밀>의 저자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이러한 설명회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보험 상품을 파는 불완전 판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이사는 "판매자가 중도 해지의 위험을 제대로 고지했는지, 상품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을 소비자가 따져 보아야 한다"며 "이러한 저축성 보험은 장기간 납입을 해야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재무계획 하에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영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지정한 경품 한도가 있는데 영화 티켓정도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낙 사안별로 내용이 달라서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상품을 판매한 우리아비바 관계자는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점과 제휴한 대리점에서 영업하는 거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