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경길.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지만 꽉 막힌 고속도로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이왕 가족들과 차 몰고 나선 김에 조금 더 여유있고 느긋하게 ‘일탈’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거북이 고속도로에서 답답함을 견디는 것보다는 핸들을 살짝 돌려 국도를 향해 보자.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과 함께 고향 가는 길 곳곳에 숨겨진 여행지를 경유해 고향길에 도착하면 색다른 재미와 추억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석 귀경길 ‘구불구불 신나는 국도여행’을 추천했다.
 
◆ 삼림욕 가득 상쾌한 여행길 – 강원 횡성~평창, 6번 국도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가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반도의 동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이럴 때 고속도로를 나와 나란히 이어지는 6번 국도를 이용해 보자.
 
양평에서 횡성, 평창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각광 받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차창을 열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이 저절로 되는 듯 상쾌함이 이어진다. 그 중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곳은 태기산 너머 평창군의 봉평면과 진부면을 잇는 구간이다. 이효석생가, 평창무이예술관, 달빛극장,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와 상원사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평창 한우와 봉평 메밀국수, 진부의 산나물 등 지역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길이라 더욱 즐겁다.  
 

 
◆ 추억 머금은 ‘타임머신’ 여행- 경기 문산~전곡, 37번 국도
 
파주 문산과 연천 전곡을 잇는 37번 국도는 ‘시간을 거스르는 길’이다. 한국전쟁의 흔적부터 조선, 신라, 고구려, 선사시대의 유적들이 나란히 담겨 있다.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좋은 대표적인 여행지다. 태고적 신비와 선사인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올해 봄 전곡선사 박물관도 문을 열면서 아이들의 학습체험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선사유적지 길 건너 한탄강변에는 어린이 공룡캐릭터원 등이 들어서 있다.
 
37번 국도를 따라 문산방향으로 이동하면 선사시대에서 역사의 한 가운데로 진입한다. 임진강 장남교를 건너면 신라 경순왕릉, 고구려 호로고루성이 위치했고 두지나루터에는 조선시대 황포돛배가 재현돼 있다. 경순왕릉은 신라의 왕릉가운데에서 경주지역을 벗어나 유일하게 경기도에 위치한 릉이다. 인근 법흥읍에는 율곡 이이 선생 유적지도 고즈넉하게 조성돼 있다. 역사의 자취를 두루 만난 뒤 임진각에 서면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염원이 한층 성숙하게 다가선다.
 

 
◆ ‘백제 문화’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충남 서천~부여, 4번 국도
 
충남 부여와 서천을 잇는 4번 국도는 역사유적탐방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에서는 부소산성과 정림사지5층석탑, 궁남지 등을 돌아본다. 부소산성에서는 기분좋은 가을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정림사지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백제탑을 볼 수 있다. 궁남지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으로 유명한 곳. 아이들과 함께라면 국립부여박물관을 돌아보는 것도 권할 만 하다.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보는 여유도 나쁘지 않다.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강바람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능산리 고분군이나 무량사를 함께 돌아보는 것도 더욱 알찬 여행을 만드는 방법이다.
 
서천에서는 지친 몸을 쉬게 할 휴양림이 기다린다. 희리산해송휴양림은 사철 푸른 해송으로만 이뤄진 휴양림. 피톤티드향 가득한 숲속을 걷다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모래찜질로 장항송림삼림욕장도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 예술이 흐른다…전북 전주~완주~임시, 27번 국도
 
설레는 고향길, 아쉬운 귀성길이지만 그 감정을 잠시 접어두고 에둘러가기에 이만한 곳이 있을까. 27번 국도는 우리 전통의 멋과 예술 그리고 자연의 풍광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는 대표적인 길이다.
 
연잎 뒤덮인 덕진공원은 화려한 연꽃 뒤에 오는 열매의 결실을 보게 하고, 옛 멋 그윽한 전주한옥마을과 경기전은 살아있는 역사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모악산자락에는 새로운 명물 전북도립미술관이 자리잡고 있으며, 안덕마을은 생기 있는 산책로로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옥정호반을 따라가는 구불구불 드라이브 코스의 아름다운 곡선이 낭만을 더한다. 흥겨운 장단이 울리는 필봉문화촌에서는 우리네 전통을 이어가려는 젊은이들의 빛나는 땀방울을 덤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숲과 와인의 로맨틱 휴식 공간…경북 대구~청도, 25번 국도
 
대구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25번 국도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지가 숨겨져 있다. 대구의 수목원과 청도의 와인터널이 그 주인공이다.
 
대구수목원은 쓰레기 매립장 위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도시형 수목원이다. 쓰레기 악취 풍기던 장소가 꽃과 나무가 울창한 수목원으로 변모했다. 코스모스가 나폴 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조롱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린 터널도 지나고 싱그런 나무 향이 가득한 숲도 지난다. 각각의 주제를 지닌 21개의 소원에서 하루 종일 꽃과 나무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경부선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옛 남성현 철도터널은 와인을 저장하는 창고로 변신해 와인을 주제로 한 로맨틱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오래된 철도 터널에서 은은한 조명 아래 와인을 마시는 시간은 여행 중 만나는 뜻밖의 선물.   
 

 
◆바다부터 오름까지 자연 속을 달린다…제주 조천~남원, 1118번 국도
 
제주 동쪽 산간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118번 국도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엿볼 수 있는 최적의 여행 코스다.
 
옛 제주의 관문인 연북정부터 시작된 국도 여행은 호젓한 산길을 지나 신기한 화산암들이 가득한 제주돌문화공원과 자연 친화형 테마파크인 에코랜드로 이어진다. 곶자왈 지역에 세워진 에코랜드에서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신비한 숲 속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교래 사거리에서 잠깐 1112번 국도로 갈아타면 가을철 명소인 산굼부리가 나타난다. 거대한 분화구를 가진 산굼부리는 화산 폭발로 이뤄진 섬이다. 다시 1118번 국도로 돌아와 남원 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물영아리 오름을 지나게 된다. 국제적인 습지보호구역(람사르습지)으로 화구호 안에 펼쳐진 신비로운 자연 생태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