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가벼운 복장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요즘에는 뒷동산에 올라도 에베레스트에 가는 복장을 하는 이른바 '장비병'에 걸린 사람들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장비병이란 취미생활 등에 필요 이상으로 장비를 구매하려는 심리를 빗댄 신조어. 취미 삼아 또는 이제 막 운동을 접하는 초급자가 전문가들이나 사용하는 고가의 장비나 용품들을 '풀 세트'로 완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
힌 것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등산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이 없어 돈들여 사 놓은 장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건강에 도움이 되고 기분까지 즐거워지는 등산을 즐기려면 우선 현명한 장비 선택과 등산 시 주의해야 할 부상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비싼 게 다가 아냐" 4대 등산장비 필수
안전한 등산을 위해서는 등산 장비와 등산에 대한 올바른 상식이 필수이건만, 등산을 막 시작한 대다수 초보자들은 산행을 우습게 보고 일상복에 운동화를 신고 나선다.
산행을 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등산의 4대 필수품인 등산복·등산화·등산가방·등산스틱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바람을 막아줄 윈드재킷을 챙기면 더욱 좋다. 산은 높이와 지대에 따라 기온 차가 크며 기후 변화가 심해 바람이 잦기 때문. 윈드재킷의 경우 방풍기능만 되는 것과 방수기능까지 갖춘 것 등 다양하지만 요즘 시중의 웬만한 일반 재킷들은 기본적인 방수 기능을 갖고 있어 굳이 고가제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청바지와 면바지를 입고 산에 오르는 이들도 많은데, 이럴 경우 땀 흡수가 어렵고 잘 마르지 않아 옷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뻣뻣해 진다. 따라서 땀 흡수가 쉬운 나일론 등의 합성섬유나 스판으로 만들어진 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등산화는 등산 양말을 고려해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 양말은 일반 양말과 달리 오래 걸을 때 발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발바닥 부분이 두껍고 다른 부분은 상대적으로 얇게 처리돼 있다. 때문에 평소 신는 운동화보다 새끼손가락 하나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등산을 하다보면 울퉁불퉁한 돌이나 바위를 디디는 경우도 잦기 때문에 깔창 아래 부분이 탄력적이고 발목을 잘 잡아주는 등산화를 선택해야 한다. 발바닥 부담을 덜어주면서 발목 부상도 함께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 가방은 어떨까. 산행 목적에 따라 적당한 크기와 무게의 제품을 골라, 가방길이를 등판에 꼭 맞게 조절해 착용해야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등산 가방의 무게가 1kg이 늘어나면 실제로 무릎이 받는 하중은 5kg 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필요한 용품은 챙기되 가방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초보자들은 등산 스틱을 사용하면 미끄러운 산행길에서 보다 쉽게 균형을 잡을 수 있다. 특히 등산 스틱은 무릎으로만 지탱해야 하는 하중을 상체에 분산시켜 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무릎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등산장비는 다다익선? 상황 맞게 선택해야
장비를 많이 착용한다고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선 본인의 실력에 맞는 등산 코스를 선택한 후, 이에 필요한 장비를 갖춰 착용해야 한다.
4대 기본 등산 장비 외에 착용하는 추가 장비들은 등산 코스와 거리, 일정과 시간, 계절 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천차만별이다.
산행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여름과 겨울에는 각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높은 기온과 습도 때문에 몸이 지치기 쉬운 여름에는 장비보다 탈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물이나 수분이 많은 과일을 챙겨 틈틈이 수분을 보충하고, 약간의 소금을 챙겨 염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비를 만나거나 땀을 많이 흘릴 수 있기 때문에 여벌의 양말과 옷, 가벼운 우비 등도 챙겨야 한다.
겨울에는 어떨까. 땅이 얼어 낙상사고의 우려가 잦은 계절인 만큼 미끄럼 방지를 위해 등산화에 아이젠을 장착하고 눈이 신발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스패치를 착용해 동상으로부터 발을 보호해야 한다.
요즘에는 평일에도 퇴근 후 야간에 등산을 하는 일명 '야등객'들이 많은데, 야간 등산에는 어두운 산길을 비춰주는 헤드랜턴이 필수다. 여분의 건전지도 꼭 챙기길 당부한다.
◆부상 피하려면 '장비욕심' 내려놔야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앞서는 등산 초보자들의 경우 장비 욕심을 내려놔야 부상을 피할 수 있다.
혹시 장비 욕심에 이것 저것 용도도 모른 채 묻지마 구매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싶은 독자들은 이제부터라도 등산용품을 한꺼번에 전부 구매하기보다 한 번에 하나씩,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용품인지 냉정히 따져가며 구매하길 바란다.
초보자라면 처음부터 경사가 급한 암벽이나 높은 산을 선택하기보다는 1~2시간에 왕복할 수 있는 완만한 등산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등산 중 부상을 피하려면 사전에 예방하고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은 기본적으로 오르내리는 동작의 연속이기에 체중이 허리나 무릎에 실려 자칫 관절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때문에 등산을 시작하기 전에는 귀찮더라도 반드시 스트레칭을 통해 충분히 몸을 풀어 관절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등산에 수반되는 오르내림 동작은 척추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허리 근육과 인대가 약해질 수도 있다. 실제 이로 인해 유발되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40~50대의 경우 척추 안의 신경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에 압박이 가해져 통증을 느끼게 되는 '척추관협착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발생 부위에 따라 경추관협착증(목)과 요추관협착증(허리)으로 나뉘며, 척추에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부위의 유착을 제거하는 신경성형술로 치료할 수 있다.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가 '장비병'에 몸져 눕지 말고, 제발 현명한 선택으로 심신의 건강을 업그레이드하는 '제대로 된 등산'을 즐기기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