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과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 쟁쟁한 후보를 꺾고 임 내정자가 낙점된 것은 KB금융을 다시 리딩뱅크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정부의 숙원과제인 우리금융 통합작업도 무난히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 내정자는 심층면접에서 "KB금융이 살아남으려면 체질개선을 하면서 우리금융 인수·합병 참여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모피아'(재무부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 민간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회장 선임과정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임 회장 내정자는 1977년 행정고시(20회) 출신으로 30년간 경제관료를 맡았다. 이후 약 1년 6개월간 한국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2009년 법무법인 충정에서 상임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어 2010년 3월 국민경제자문회의 제2기 민간위원으로 임명되면서 이명박 정부와 인연을 맺고 같은 해 8월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선임됐다.
◆KB금융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임 회장 내정자가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선장으로 우뚝 섰지만 마냥 샴페인만 터뜨릴 수는 없는 입장이다. 당장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다. 핵심과제는 이른바 '줄타기'로 얼룩진 내부조직 추스르기다. 또 저금리 기조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수익성 부분도 서둘러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KB금융은 정권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가 좌지우지되면서 내부 직원들의 이른바 '줄타기'가 이제는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각 후보들과 연줄을 잡은 임원과 부서장들은 차기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직위가 달라질 수 있어 업무보다는 내부 인사에 더 관심을 뒀다. 당연히 금융권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가뜩이나 저금리 기조 등으로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업무공백마저 나타나면서 KB금융의 수익성은 말 그대로 눈에 띄게 줄었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4115억원으로 전년대비 32% 줄었다. KB금융의 최대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순이익(2958억원)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가량 급락했다.
문제는 앞으로 금융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 및 저성장이 지속되고 최근 기준금리마저 인하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 회장 내정자의 리더십으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와 신사업 발굴,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장과 임원 인사도 시험대에 올랐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임 회장 내정자가 선임되자마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민 행장은 "임영록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에서 사퇴를 결정했으며, 어윤대 회장에게 이 같은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물러나면 임 내정자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의미에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우리금융처럼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업무공백을 줄이기 위헤서는 서둘러 차기 행장 선임작업에 나서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자신의 라인에 맞는 인사를 강행할 경우 거센 내부반발이 생길 수 있다"면서 "'임영록호'의 탕평인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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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