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공정위가 설립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의미가 큰 사건으로 '포스코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를 꼽은바 있다. 그외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4건, 기업결합 4건, 카르텔 9건, 불공정거래 행위 7건, 하도급 및 가맹사업 3건, 소비자 관련 3건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사건 중 중요한 의미가 있는 30대 사건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중에는 대리점·가맹점·유통업 등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대변해주는 문제들이 포함돼 있다.
첫번째 사례로는 BBQ의 신제품 홍보를 위한 과도한 판촉물 강매행위를 들 수 있다. 본사에서 가맹점의 매출액에 따라 등급을 매겨 판촉물을 강제로 할당한 것이다. 판촉물 비용은 따로 명시된 계좌번호로 송금해야 했고 남은 것은 반품으로 받아주지도 않았다. 어기면 다음 물량주문에서 가격을 공제했다. 3년 가까이 BBQ 가맹사업을 했던 A씨는 2006년 1월 매장간판을 내려야 했다. 불합리한 판촉물 등에 대해 본부에 항의한 대가다.
그 외에 대리점총판이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산하 대리점에게 판촉물 구입 등을 강요하고 판매촉진 행사에 참여를 거부하면 불이익을 제공한 기업이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일부업체에서 대리점에게 행하는 각종 강요행위가 이미 만연해 있음에도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한 관행으로만 인식해 잘 부각되지 않다가 올해 들어 특정사건을 계기로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됐다.
이미 공정거래법 23조에는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 상대방에게 구입강제(밀어내기), 이익제공 강요(떡값 요구), 불이익 제공(거래중단 위협), 판매목표 강제 등의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양유업 가양대리점을 운영하던 사람이 2006년 본사의 밀어내기 행태에 항의하며 남양유업을 공정위에 신고한 적도 있다. 그해 12월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부당행위가 계속 있었다는 주장이 보도된 바 있다. 이처럼 공정위가 제 역할을 못할 때 을이 공정위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정치권 갑을관계 개선 '잰걸음' =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중소기업인을 비롯해 유관단체, 소상공인 등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박 대통령은 대형유통업체의 밀어내기(강매) 관행에 대해 "공정한 시장경제원칙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새 정부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말 불공정하고 억울한 갑을 관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건강한 경제 생태계가 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은 발붙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공정거래 관련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갑을관계민주화법'(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법안은 갑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면 손해액 3배(악의적이고 반복적인 위반은 최대 10배)를 물어내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고 있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소송에 나서지 않은 이들도 '제외신청'을 하지 않으면 모두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갑을관계 3법(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종걸 의원은 과징금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냈다. 앞으로 공정거래법의 개정으로 갑을 관계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개선돼 유명업체의 대리점과 가맹점을 할 때의 애로사항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현재 편의점업계는 건전한 가맹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자체적으로 나서고 있다. 편의점 가맹점사업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한국편의점협회 소속 각 회원사별로 '사전 자율분쟁 해결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사람 사는 사회는 역학관계가 단순치 않기 때문에 '슈퍼갑'만이 아니라 '슈퍼을'이 존재하는 곳도 있다. 상거래에서 어느 쪽의 힘이 더 우월한지에 관계없이, 힘의 논리에 의한 지배과정보다는 양쪽이 동반성장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때 궁극적으로 서로의 장기적인 발전이 도모된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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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