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에게 "야~"라는 반말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신입 여사원의 일화는 유명하다. 박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편안하게 쉬고 있는데 어느 신입 여사원에게서 카톡이 왔다"는 글과 함께 올린 카카오톡 대화창 사진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신입 여사원은 "회장님 죄송합니다. 카톡을 잘못 보냈어요"라며 사과했고 박 회장은 "죄송해야지. 벽에다 머리를 삼회 강하게 박는다"는 장난스러운 답변으로 그만의 훈훈한(?) 소통방식을 알렸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의 소통방식 역시 남다르다. 최 사장은 삼성카드 사장 시절 수시로 콜센터에 전화해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돌발행동으로 임직원들의 귀감이 됐다. 불만고객과 통화해 불편을 해소하고 상품과 서비스 개선을 제안한 고객에게 감사편지를 보내는 그의 소통은 1년6개월 만에 카드를 신규로 200만장 이상 발급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평소 "고객과 현장 속에 답이 있다"고 강조해온 그의 소통이 빛을 발한 것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사진=머니투데이 최부석 기자)

기업이나 CEO의 다양한 소통방식이 기업 안팎에서 모범이 되고 있다. 특히 CEO들의 독특한 소통방식과 이로 인해 얻는 시너지효과는 2014년 기업들의 소통문화 부피를 더욱 크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살갑게 다가서는 '고객소통'

지난해 10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한 중년신사가 보라색 테이블보가 덮인 작은 탁자 앞에 섰다. 가벼운 손짓과 함께 테이블보를 들어 올리자 앞에 있던 탁자가 둥실 떠올랐다. 지켜보던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검은 양복에 빨간 넥타이 차림의 이 마술사는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였다.

지난해 가을 정기세일을 맞아 마술쇼를 선보인 롯데백화점은 고객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소통방식으로 마술을 선택했다. 롯데그룹 기업문화로 볼 때 CEO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 마술쇼를 포함해 다양한 고객소통을 시도한 롯데백화점은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일부터 10일까지 전체 백화점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8.2% 늘어났다.

기업들의 고객 소통방식은 온라인에서도 활발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한 소통경영 강화로 고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 홈페이지는 그룹 소개, 그룹사 소식, 사회공헌, 채용정보 등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활동 정보와 더불어 여행, 자동차, 문화 등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감성적으로 구성해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이벤트 카테고리를 마련해 골프백 및 모형카 증정, 테마여행권 선물 등을 제공하는 소통방식은 고객과의 거리를 크게 좁혔다.

이로써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홈페이지 방문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약 3만3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이 홈페이지에 접속한 셈이다.

마술사로 변신한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

◆협력사와 '이심전심' 상생소통

기업들이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소통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납품대금 조기결제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정기지급일보다 일주일 앞당겨 지급하고 있다. 귀향비와 상여금 지급 등으로 자금수요가 증가하는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들의 자금운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포스코는 1차 협력사에 이어 2차 협력사에게까지 납품대금 조기결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1차 협력사에서 2차 협력사가 현금을 손에 쥐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두달 정도. 지난해 11월말부터 시행한 터라 구체적인 단축효과는 지켜봐야 하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2차 협력사의 판매대금 회수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가 1차 협력사에 보장하는 대금 결제기일이 2차 협력사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력사 납품대금 조기결제 지원은 삼성그룹과 LG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홈플러스, 한화L&C 등 많은 대기업이 실천하고 있는 공통된 소통방식이다.

직접 현장을 찾아 협력사와 소통하는 경우는 '이심전심'을 극대화시키는 방식 중 하나다. 대우조선해양은 '소통'을 키워드로 협력사와의 상생·동반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협력사들이 털어놓는 애로사항과 창의적 아이디어 등에 귀를 기울이는 것. 조선업계는 협력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협력사와의 원활한 소통이 부족하면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교육지원과 사업 수행 노하우 전수 등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소통을 펼치고 있다. 협력사의 독자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에서 플랜트사업을 진행하면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의 전달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직원은 직접 협력사를 탐방하고 대내외적으로 홍보함으로써 협력사의 자긍심 고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 내 소통하는 CEO 누구?

기업 내에서는 단연 CEO의 소통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크레인 담판'으로 표현되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의 소통방식은 노사의 거리를 좁힌 사례로 회자된다.

지난 2012년 이용근 노사협 위원장이 20미터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 열흘간 고공농성을 벌일 때 일이다. 당시 박 사장이 직접 크레인에 올라가 이 위원장과 면담 끝에 농성을 중단한 에피소드는 꽤 유명하다. '크레인 담판' 이후 노사 대화가 재개됐다.

기업 내부소통이라면 문덕규 SK네트웍스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문 사장은 소통에 대한 경영철학을 공유하고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通(통) 콘서트'를 열고 있다. 콘서트에서는 문 사장의 가족관계와 식생활 습관, 슬럼프 극복법과 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비롯해 구성원 육성방법, 사업별 전망 등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 또한 직원들과 함께 OX퀴즈를 풀고 최신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한편 맥주 등 음료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는 내부에서 해답을 찾는 경영자다. 현대카드는 다른 기업과 조금 다른 소통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팀장, 부장의 허가를 거쳐 사장에서 전달되는 보수적이고 복잡한 하의상달 체계와 얼음 같은 직장 분위기를 타파한 것. 게다가 임원실의 벽과 문은 모두 투명한 유리로 돼 있으며 블라인드도 없다. 임원과 사원 간의 자유로운 소통을 유도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