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료비 증가 속도 ‘급상승’
2012년 세계 남녀 평균 수명은 각각 67.5세, 73.3세로 20년 전보다 4.7세, 5.2세가 늘었다. 우리나라 남녀의 평균 수명은 81세로 일본·스위스(83세), 싱가포르·이탈리아(82세) 등에 버금간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의 기대 수명은 여자 85세, 남자 78세를 넘어섰다. 10년 전에 비해 5년 정도 늘어난 수치다. 앞으로도 평균 수명, 기대 수명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수명 연장은 의식주 개선에 따른 질병 노출빈도 감소에도 기인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의학기술 발전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예방을 통해 생존확률을 끌어올린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각종 치료제와 예방약, 건강보조제 등의 신약 개발과 수술·처치 등 의료기술 향상, 첨단 의료기기 등장 등이 있었기에 수명 연장과 건강 유지가 가능했던 것이다.
인간 수명의 연장은 자연스럽게 고령화를 초래했다. 이는 다시 노인성 질환 증가로 이어져 의약시장의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고령화와 의약산업 간의 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8%에서 12%로 늘었다. 노인의료비도 연평균 15%씩 증가했다. 이는 전체 진료비 증가율 9.2%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노인의료비 비중은 2003년 21.3%에서 2013년 35%를 넘어섰다. 향후 2016년까지 노인인구 비중이 13.4%까지 상승하면서 노인의료비는 연평균 8%씩 증가해 전체 의약시장 성장률을 1.5배 정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시장의 성장축 ‘만성질환 증가’
인간은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위염·간염, 각종 암 등 만성질환 또는 성인성 질환에 시달린다.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은 먹는 양에 비해 활동량이 적고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채식 중심의 식생활이 육식과 가공식품 중심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성질환은 완치까지 거의 평생을 약에 의존하거나 반복 치료가 불가피하다.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만성질환은 암이나 여러 합병증을 유발해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만성질환의 특성상 반복 처방이 요구되기 때문에 관련 의약품 소비는 누적해서 증가한다.
현대에 이르러 만성질환자 수가 노인인구의 증가만큼이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유럽이나 북미지역 등 선진국들은 성인병이 만연한 상황이다. 아시아, 중남미 등 저개발 국가들은 소득 증가, 서구식 생활패턴의 일반화 등으로 만성질환자 증가율이 선진국의 3~4배에 달한다. 결국 이러한 만성질환의 증가가 의약시장의 성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고지혈증, 당뇨병 치료제시장이 각각 80조원, 40조원에 달하는 등 만성질환 치료제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국내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대사성의약품의 원외처방액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4.1%씩 증가했다. 질환별 처방액 중 가장 빠른 성장세다. 2012년과 2013은 전체적인 처방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사성의약품이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정부의 제재 강도, 완화될듯
노인의료비 증가, 만성질환 치료제시장의 성장은 국내 제약시장의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시장의 성장 이면에는 정부의 의료보험재정수지 악화(의료기관의 요양급여 청구액 증가), 보험사들의 수익 저하(의료실비보험의 보험금 지출 증가), 가계의 의료비 부담 증가(가계의 소비여력 위축을 초래) 등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제약시장의 성장이 마냥 달갑지 않을 것이다. 실제 지난 8년간 약가인하율은 평균 10%에 달했다. 2001부터 2004년까지 의료보험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2005년부터 2007년에는 연평균 13% 정도의 약가인하가 단행된 바 있다. 과거 15년간 일본의 약가인하율이 연평균 6%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정부 주도의 약가인하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최근 2~3년 동안 이뤄진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실거래가 상환제도, 리베이트 쌍벌제, 일괄 약가인하 등 제재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점차 시장 중심의 지원정책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료보험재정의 누적수지가 3.7조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있어서다. 특히 신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제약이 선정됐고 신약 연구개발(R&D)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어서 향후 지원 정책이 병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평균 5~6% ‘저성장’ 예상
국내 의약시장은 고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라는 풍부한 소비여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책 효과가 지속되면서 향후 2016년까지 연평균 5~6% 정도의 저성장세 국면이 예상된다. 이는 2012년과 2013년 제약시장 규모가 각각 5%, 2% 정도 감소한 것에 비해서는 플러스 성장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9% 내외의 성장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 것이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전세계의 1.5%에 불과할 정도로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이미 제약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규 출시 의약품 이익기여도가 하락하고 있다. 결국 국내 제약업체들은 성장 한계 극복을 위해 수출 또는 해외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다. 특히 기존의 복제 의약품에서 벗어나 신약이나 개량신약 개발을 서두르고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요구된다.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의 해외법인 실적 기여도 상승과 LG생명과학, 셀트리온 등의 미국 FDA, 유럽 EMA의 허가 취득 등은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제약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체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글로벌시장을 주도할 제약 메이저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