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에서는 상당수의 이사 임기가 단축돼 조직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정준양 회장 시절 무리한 사업투자와 인수합병(M&A) 등으로 악화된 수익성 회복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이사진 전원 실무형 전문가 투입
이사진 선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실무형 전문가들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이는 ‘철강 본업의 경쟁력 회복’과 ‘악화된 수익성 해결’이라는 난제 해결을 위해 포스코 측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는 지난 2월2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과 이영훈 포스코건설 부사장, 윤동준 포스코 전무를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현 사내이사 5명 중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4명이 새롭게 배치되는 것이다. 장인환 포스코 부사장만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
새로운 이사회 멤버 구축은 ‘실무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사내이사뿐만 아니라 유임된 장인환 부사장 역시 실무형 전문가로 통한다.
신임 사내이사 후보인 김진일 사장은 1975년 입사해 포항제철소장과 탄소강사업부문장을 거쳤다. 2011년부터 포스코켐텍 대표이사로 재임하고 있는 철강생산 전문가다. 또한 김 사장은 포스코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권 내정자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인물이다.
이영훈 부사장은 1985년 입사 후 재무실장과 경영전략1실장, 경영전략2실장 등을 거친 기획·재무통이다. 지금은 포스코건설에서 경영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다.
윤동준 전무는 조직인사실장과 인재개발원장 등을 역임한 인사·조직혁신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경영혁신실장, 글로벌HR실장 등을 거쳐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포스코로 복귀해 경영전략2실을 지휘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내이사진 전원이 계열사 근무 경험을 갖고 있는 건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이라며 “전원 출자회사 근무 경험이 있는 인재들로 사내이사가 구성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이사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스코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도 전문성을 가장 중요하게 다뤘다.
포스코 상장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ICT, 포스코켐텍, 포스코엠텍, 포스코플랜텍, 포스코강판 등 6개사는 지난 2월27일 이사회를 열고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결의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전병일 영업2부문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면서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전 사장은 미국, 폴란드, 독일,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에서만 17년을 보낸 정통 ‘영업맨’이다.
포스코ICT는 전국환 경영기획실장을 대표이사 전무로 승진시켰다. 전 전무는 정식 CEO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대행을 하게 된다. 포스코컴텍은 포스코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진일 사장이 물러나고 조봉래 대표이사 사장 체제 바뀐다.
또 포스코엠텍에는 이경목 대표이사 부사장이, 포스코플랜텍에는 유광재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CEO 자리에 앉게 된다. 신정석 포스코강판 대표이사 사장은 유임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사내이사 선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문성이 CEO 발탁의 핵심 키워드”라며 “각자 전공을 찾아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단기 경영성과 위해 임기 단축
이번 포스코 사내이사 선정의 또 다른 특징은 상당수 임원에게 1년의 임기를 부여한 점이다. 김진일 사장과 이영훈 부사장의 임기는 1년이고 윤동준 전무는 2년이다. 일반 기업들의 경우 3년 임기인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유임된 장인환 부사장을 포함한 3명의 사내이사는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를 다시 평가받게 된다. 매년 단기 경영성과를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취지가 녹아 있는 인사다.
앞서 포스코는 유상부 회장 시절인 2002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정관의 등기임원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변경했다. 사내이사 임기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 이후 정준양 회장 취임 때는 사내이사 임기를 3년이 아닌 1년과 2년으로 정했다. 당시 포스코 이사회는 단기 경영성과를 극대화시키고 조직 내 긴장감을 꾸준히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에서 임기를 설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 같은 임기 시스템이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조직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취임 이래 임기 1년으로 신규 선임된 사내이사 중 연임된 경우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권 내정자 선임 과정에서 조직 내 업무 긴장도가 느슨해졌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보직 외에도 해외투자와 인수합병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진이 포스코의 수익성 회복에 있어 단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스코 수익성 악화 해결될까
신임 사내이사 후보가 공개되자 포스코의 수익성 악화 회복으로 업계의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포스코가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해외자원개발과 인수합병사업을 정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및 인수합병에 과도한 투자를 하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정 회장이 취임한 2009년 36개였던 계열사는 2012년에 이르러 71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22개의 계열사를 통폐합하거나 매각하는 정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본업인 철강부문 수익성까지 악화돼 영업이익 감소와 부채비율 상승,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후폭풍에 휩싸였다. ‘군살빼기’와 ‘내실다지기’라는 골격으로 이뤄진 이번 인사 단행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 관심이 높은 이유다.
권 내정자를 비롯한 4명의 후보들은 3월14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이날 새 사외이사 후보인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3명도 함께 선임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