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에이바이크의 도전</b>
2007년에 출시된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접이식 미니벨로 '에이바이크(A-bike)'는 오로지 휴대성만을 바라보고 개발된 자전거의 특수한 사례라 하겠다. 접어서 조그만 가방에 넣어 짊어지고 버스에 오를 때도 전혀 부담감이 없던 5.5kg의 초경량 자전거 에이바이크. 조막만한 6인치 바퀴를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체인을 두 번 감아 증속함으로써 페달 1회전에 3.2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
에이바이크는 탑승자 체중제한인 80kg의 고작 7%에 해당하는 재료로 만들어졌다. 이 무게를 체중의 5%인 4kg까지 낮추더라도, 들어서 휴대하는 특성을 유지하는 한 "무겁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4kg짜리 노트북이 무거운 것과 같다.
이 앙증맞은 자전거에 대한 인터넷 상의 불만이 늘어가면서 "싱클레어 경께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퀴를 발명했네"라는 조롱까지 등장했지만 세계시장을 놓고 볼 때 에이바이크는 일정 규모의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로써 실용성을 전제로 한 이동수단으로서의 자전거 무게를 줄이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b>마크 샌더스의 독보적인 아이디어</b>
대학원생 때 스트라이다의 폴딩 메커니즘을 발명한 영국의 마크 샌더스. 몰튼 박사의 사망이후 이보다 더 유명한 자전거 개발자는 없다. 그리고 자전거 영역에서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할 만큼의 '진정한 발명'을 일생동안 두 가지나 선보인 이는 자전거 역사상 그가 유일하다.
접어 끌면서 어디든 다닐 수 있는 기능은 자체가 다소 무겁더라도 휴대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효과를 제공했다. 아이가 탄 유모차를 움직이는 모습이 힘겨운 인상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b>해외에서 상 받은 우리나라 개발품</b>
지난 6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산하 웰니스융합기술개발단이 개발한 접이식자전거가 '대만 자전거 전시회(Taipei International Cycle Show 2014)'에서 D&I어워드 은상을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서둘러 수상작 소개자료를 받아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디자인이다.
시각을 조금 달리해서 ①싱글포크를 달고 ②한쪽 측면으로 두드러진 체인스테이가 체인커버의 기능을 겸하고 있음에 비중을 두고 보면, 이번에는 카본키네틱스(Karbon Kinetics Ltd.)의 '고사이클(GoCycle)'이 떠오른다. 이때 둘 사이의 차이점은 싱글포크가 내려온 방향이 서로 반대다.
<b>모든 메커니즘은 뿌리가 깊다</b>
특허를 검색해보니 마침 생기원의 공개특허 중 KR10-1232741(2010.06.25출원)이 유사한 아이디어를 기술하고 있으나, 전시회에 출품된 개발품과는 여러 부분에서 다른 특성이 발견된다.
이 수정된 메커니즘은 단번에 접히기로 유명한 바이크프라이데이(Bike Friday)의 미니벨로 '티킷(tikit)'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생기원 특허도면에서도 발견된다. 결론적으로 생기원의 특허 받은 메커니즘은, 발명의 내용에서 브롬튼의 폴딩 메커니즘과 그것의 개선기술들을 제외하면 '프레임 고정장치의 구조'만이 새로울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시된 개발품은 특허내용과 다르다. 아래 사진이 실물인데 이를 토대로 D&I어워드 예선 통과 작품 소개자료를 검토한 결과 생기원이 개발한 접이식 자전거는 ①단 하나의 힌지를 중심으로 프레임을 접어 ②두 바퀴가 하나로 포개지는 폴딩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며, 사진에서 메인프레임 가운데 둥근 원이 그 힌지임이 분명하렷다.
콜럼버스 달걀의 위대함이야 모를 리 있겠냐만 이 아이디어를 그다지 중요치 않은 듯 설명하는 이유는, 이것이 이미 1965년 프랑스에서 발명되었음은 물론 매년 자전거 디자인 대회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채택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b>창조경제는 '융합'과 '짬뽕'의 분별을 원한다</b>
<영화라고는 헐리우드 영화 밖에 구경할 수 없었던 시절, 소싯적부터 천재성을 보여 온 병수(최민수 역)가 일생동안 공들여 작성한 시나리오를 친구인 명길(독고영재 역)이 영화로 제작했는데, 개봉 후 이것이 온갖 헐리우드 영화 속 인상 깊은 장면들의 '짬뽕'으로 밝혀진다. 친구의 속임수에 상처받은 명길이 병수를 찾아가 따지자 병수는 울부짖는다. "나도 내 창작인줄 알았어!">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줄거리다.
창조경제를 위한 노력이 이런 식으로 막을 내리지 않으려면 디자이너든 엔지니어든 더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작품, 자신의 공헌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창조적인 작업을 할 때는 널리 인정받는 남의 아이디어를 섞어 쓸 경우 그것이 새로울수록 나의 순수한 창작을 압도할 위험이 증가함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생산기술연구원 웰니스융합기술사업단이 여러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어렵사리 개발한 접이식자전거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디테일한 부분에 뛰어난 아이디어를 숨기고 있길 기대한다.
<b>놀라움을 선사할 다음 번 메커니즘은?</b>
발명의 어려움은 느낄 때마다 새롭다. 모든 메커니즘은 뿌리가 깊고 촘촘하게 짜여져 어지간해선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질 않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자전거는 '평범한 자전거'다. 접이식자전거는 접는다는 기본 특성 하나로 이미 평범하지 않으니 폴딩 메커니즘 발명으로 자전거시장에 대변혁을 일으킬 수는 없다. 그래도 나는 '뛰어난 아이디어'가 자꾸 기다려진다.
마음이 통하는 이들을 위해 주책없이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나 풀어보자면, 수년전 마크 샌더스는 이메일 대화에서 "더 이상의 새로운 폴딩 메커니즘은 불가능하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래저래 수천 건의 개인이동수단 특허문서를 열람한 나로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대화가 있은 얼마 후 다혼(Dahon)이 지포(Gifo)를 들고 나왔다.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열고 (설령 시장규모가 작더라도) 특허권을 무기삼아 우월한 지배력을 유지함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어렵지만, 누군가 반드시 해낸다. 우리는 평생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놀라기를 반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