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사람을 보고 흔히 하는 말이다. 금은 전통적으로 부의 상징이다. 현재 세계의 기축통화는 달러지만 기원전부터 전세계적으로 통용돼온 화폐는 금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처럼 금은 어디에서나 가치를 인정받는 물품이다.

하지만 금을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금은방에 가서 거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격의 문제를 떠나 순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신하기 힘들다. 확실히 하려면 공인된 기관의 보증서를 받아야 한다. 살 때는 세금이 붙는데 팔 때는 세금이 붙지 않아 가격 차이도 크다.

이러한 금의 '현물'을 일반인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가 지난 3월24일 열렸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이 그것이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 KRX금시장, 누구나 금 거래 가능

이전에도 금을 거래하거나 금에 투자할 때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 은행에서 제공하는 '금통장'(골드뱅킹)이나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금선물', '미니금선물', 혹은 '금 ETF' 등을 통해 거래가 가능했다.

다만 이들은 현물 금을 만지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금선물이나 ETF는 말 그대로 금 관련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들인다 해도 현물로 교환할 수 없다. 골드뱅킹의 경우 금을 실물로 인출할 수 있지만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KRX금시장은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으며 인출 시에만 부가세 10%가 부과된다.

현물을 모아두고 싶다면 금은방에서 금으로 된 장신구, 속칭 금붙이나 금괴 등을 사서 쌓아두면 된다. 하지만 보관이 문제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발표한 '금 현물시장 개설 등을 통한 금거래 양성화 방안'에 따라 열리게 된 KRX금시장을 이용하면 골드뱅킹이나 금은방을 이용할 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KRX금시장에서는 누구나 HTS 등을 통해 금을 '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1kg까지 모을 경우 순도 99.99%(포나인)의 골드바를 인출할 수 있다. KRX금시장의 핵심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포나인 골드바를 이용하며, 현물 상품에 대한 신뢰를 위해 엄격한 품질관리에 나선다는 점이다.

국내 생산금의 경우 적격생산업자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조폐공사가 생산시설을 직접 방문해 검사하며, 이후에도 정기검사와 수시검사를 통해 상시적으로 관리한다. 해외 수입금의 경우 국제적 신뢰도가 있는 제련업자를 선정해 금을 수입하고 보관기관으로 직송한 뒤 한국조폐공사가 샘플을 검사한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KRX금시장 개장식에서 "금 유통업계에서는 세금계산서 등이 발행되지 않는 무자료 거래가 전체 거래의 60% 이상인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금 현물시장의 개설을 통해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RX금시장이 처음 열린 지난달 24일, 금 현물은 기준가격 대비 1.34% 오른 4만6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 기업에 유용한 금시장, 개인은?

KRX금시장은 개인투자자보다도 금을 이용하는 기업에게 더욱 활용도가 높다. 한국거래소는 순도가 높은 포나인 골드바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귀금속산업의 대형화와 고급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세제혜택만 봐도 이번 KRX금시장이 '기업친화적'임을 엿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 공급되는 수입금 관세율은 0%로 감면된다. 여기에 정부는 시장에 참여하는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거래소 이용실적에 따른 소득공제혜택을 부여한다. 또한 장내 거래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또한 이와 관련해 "고품질의 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도화된 원자재시장의 형성은 금 실물사업자의 사업환경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에게는 이번 금 현물시장이 '무용'한 것일까. 서지영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KRX금시장의 장점에 대해 기존의 골드뱅킹보다 저렴한 세금과 수수료, 용이한 접근성을 들었다.

골드뱅킹은 금의 가격과 환율에 따라 예금 금액이 변동되고 배당소득세도 부과되지만 KRX금시장을 통한 거래는 비과세다. 또한 HTS를 통해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장점도 있다.

공도현 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은 "장외 실물(금은방 등)은 디자인과 세공,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으로 거래하지만 장내에서는 부가세 등을 제외한 순수 금가격으로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장외 실물의 매도 시에는 마모나 순도에 따른 할인율이 적용되지만 장내 거래에서는 시세로 직접 매도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에게도 세금 부분에서 장점이 있다. 바로 금의 현물을 인출할 경우 부과되는 부가세를 실제 매수가격을 감안해 이동평균가격으로 매긴다는 점이다. 금을 오래 전부터 꾸준히 매입해왔고 현재 금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면 부가세를 낼 때 과거 금값이 저렴했을 때의 가격이 반영돼 현재의 가격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부과세를 내게 된다는 얘기다.


/사진제공=한국예탁결제원

금 거래하는 법

KRX금시장에서 금을 거래하려면 중개영업을 수행하는 대신증권·대우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 등 9개 증권사(회원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기존에 증권계좌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최초 개설 시에는 투자설명서 작성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계좌 개설 후에는 HTS 등을 통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거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며 1g, 10원 단위로 매매가 가능하다. 실물 인출의 경우 개인은 직접 인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회원만이 인출할 수 있으므로 이들을 통해 각 지점에서 운송 받으면 된다.

실물의 인출이 없는 장내거래에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실물의 인출 시에는 매수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