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지난 3월19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그는 과거 금리 결정과정에서 한은의 실기(失機)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은의 인사시스템에 대해서도 개선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한은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온 평판과 성과, 다수가 수긍하는 객관성을 기준으로 인사를 운용해왔다"면서 "구성원들도 이에 맞춰 자기관리를 했는데 근래에는 이런 원칙이 단기성과에 의해 외면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사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김중수 전 총재의 정책과는 선을 긋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향후 4년간의 소통과 통화정책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35년 정통 한은맨 복귀… 시장서 '호평'
이주열 한은 총재가 4월1일 정식 취임했다. 한은에서 물러난지 2년 만의 화려한 부활이다. 1952년 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한 그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한은에 입행했다.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했으며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등을 거쳐 2009~2012년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를 맡았다.
지난 2012년부터 한은을 떠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은에서의 실질적인 업무기간은 35년이다. 한은은 떠났던 2년 동안 그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과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를 맡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총재가 통화정책 운영, 조직안정,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 등에서 뛰어난 자질을 갖췄다고 호평했다. 평소 온화하고 꼼꼼한 성격이지만 과감한 측면도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피력하는 '소신'도 상당하다는 평이다.
전문성 역시 인정받고 있다. 이 총재는 이성태 전 총재 시절 부총재보와 부총재를 역임하면서 조직경영과 한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운영의 노하우를 쌓았다. 또한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35년간 한은에서 핵심 보직을 거친 '전통 한은맨'의 컴백이라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국내는 물론 해외 경험까지 겸비해 누구보다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성향은 '매파'(강경파)도, '비둘기파'(온건파)도 아닌 '중도파'로 분류된다. 다만 부총재로서 대부분 총재의 의견을 좇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발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불확실성 대비 예측… 수행과제 만만찮아
한은 총재 내정자의 신분으로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이 총재. 하지만 그가 진짜로 넘어야 할 산은 이제 시작이다.
최우선 과제는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정책에 따른 금융시장 격변기를 헤쳐나가는 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달러를 풀어 경기부양에 매진했다. 하지만 올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현재 국제 금융시장은 각국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한 나라의 경제가 삐걱거리거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경우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주요 20개국(G20)과의 정책 공조 등이 중시되는 이유다.
여기에 일본 아베노믹스의 엔저정책과 1000조원을 넘어선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까지 고려해 금리·환율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따라서 이 총재에게는 국제 금융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주요국과 통화정책을 긴밀히 유지하고 동시에 국내경제를 회복기조로 돌려 놓아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주어졌다.
한은의 독립성도 그의 과제로 남겨졌다. 특히 세수 부족을 겪는 정부는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한은에 손을 벌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 2월 한국은행은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가계부채 구조개선안을 지원하고자 영세자영업자의 '바꿔드림론' 자격을 완화하고 주택금융공사에 추가 출자를 하기로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작년에는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정책금융공사에 연 0.5% 금리로 약 3조4590억원 규모의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당장은 비용이 눈에 띄지 않지만 한은의 발권력 동원은 화폐가치의 하락과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밖에 한은 내부에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일도 그의 몫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절간'이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폐쇄적이라는 비판과 시장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바꿔나가야 할 점으로 꼽힌다.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한은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불통'이었다.
35년 관록의 내부 전문가답게 이 총재가 국제상황에 발맞춰 한은 고유의 역할을 충실히 이끌지, 아니면 불협화음으로 또 한번 불통시대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주열 총재 약력
△강원 원주 △원주 대성고-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한국은행 입행 △조사부 국제경제실장 △조사국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강원 원주 △원주 대성고-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한국은행 입행 △조사부 국제경제실장 △조사국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