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와 타협점을 찾으면서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료를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던 국민들도 안정을 되찾았다. 과연 의협과 정부는 2차 집단휴진을 앞두고 어떤 타협을 한 것일까. 또 양측의 타협이 가져온 결과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난 3월24일~29일까지 6일 동안 예고된 2차 집단휴진은 1차 때와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의협의 총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전공의들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상황을 반전시켰기 때문.

2차 집단휴진에 동참하겠다는 전문의들이 계속 늘어나자 정부는 엄정 대응의 '채찍'을 쓰면서도 수정안을 제시하는 '당근' 전략을 내놨다. 정부는 원격의료와 관련 "국회 입법과정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에 재연되는 듯했던 의료대란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의협은 원격진료에 대한 '선(先) 시범사업 후(後) 입법'을 관철시키며 총파업을 철회했다.

다만 정부가 의협과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의료계 발전을 위한 건강보험제도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하려고 한다"며 의료수가인상에 관한 대화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수가인상은 건강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진=뉴스1 DB
실제 2000년 의료대란이 일어난 다음해 의료수가는 전년대비 7.08%나 치솟았다.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었다. 수가인상률은 매년 1~3%에 그쳤다. 당시 정부가 분노한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엄청난 '선물'을 했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했다.

결국 수가인상은 건강보험재정의 악화를 초래했다. 건강보험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국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건강보험료를 올려 건강보험재정을 채운 것이다. 건보료는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몸집을 키워나갔다. 2001년 3.49%였던 건보료율은 ▲2002년 3.63% ▲2003년 3.94% ▲2004년 4.21% ▲2005년 4.31% ▲2006년 4.48% ▲2007년 4.77% ▲2008년 5.08% ▲2010년 5.33% ▲2011년 5.64% ▲2012년 5.80% ▲2013년 5.89% 등으로 매년 인상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와 관련 "정부와 의협의 합의는 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부와 의협은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수가 인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조를 공급자 확대방식으로 개선하는 데 합의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 국장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조는 가입자 8명, 공급자 8명, 공익 대표 8명이었는데, 정부 포함 공익 대표 8명의 목소리 중 절반 이상을 공급자인 의료계의 목소리로 채우겠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도 가입자와 정부가 전문성이나 정보력이 취약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는데 만약 공급자들이 더 확대되면 수가인상이 훨씬 더 용이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