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3일 서울시내에 가스공급을 담당하는 5개사 기술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도시가스를 비롯해 강남도시가스, 대륜E&S, 예스코, 코원에너지서비스 등에 소속된 임원들이었다. 윤리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이들은 ‘윤리청렴 서약서’에 일제히 서명했다.
하지만 이들 5개사의 서약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공염불이 됐다. 고객센터를 향한 서울도시가스의 횡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평소 ‘투명하고 정직한 종합에너지기업'을 만들겠다던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으로선 이번 사태로 경영인생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김 회장은 대성그룹 창업주 고 김수근 회장의 차남이다.
◆ 고객센터 수익금 가로채다 공정위에 '철퇴'
최근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서울도시가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갑의 횡포’ 논란이 도시가스업계에도 고스란히 있어왔다는 정황이 서울도시가스를 통해 밝혀진 셈이다.
서울도시가스가 법을 위반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고객센터가 체납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없음에도, 고객센터에 장기 체납금을 부담토록 하고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위탁 법인인 고객센터는 서울도시가스로부터 가스 안전점검, 사용량 검침, 요금 수납 등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서울도시가스는 1996년 1월부터 2005년 6월까지 56개 고객센터에 가스 사용자가 체납한 요금을 대신 납부하게 했다. 이후 2006년 9월부터 2007년 7월까지 관할 지역 내 19개 고객센터가 미리 대납한 이용자 연체요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1년 이상 된 체납금은 고객센터가 책임지도록 하고 이를 반환하지 않았다.
서울도시가스가 고객센터 대납 체납금을 착복한 중심에는 '책임수납제도'가 관여한다. 사용자가 가스요금을 체납하면 고객센터가 대신 납부하고, 그 대가로 일정액의 수수료(대납금액의 10%내외)를 받게하는 게 이 시스템의 골격.
이후 책임수납제도는 2005년 6월 규정이 바뀌면서 고객센터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서울도시가스는 여전히 체납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고객센터에 1년 이상 장기 체납금을 부담하도록 강제했고 사용자가 가스료를 내는 대로 고객센터에 돌려준다는 조건도 지키지 않았다.
서울도시가스의 위법행위는 더 있었다. 2008년 2월 고객센터 중 한곳인 ‘북부5 고객센터’의 담당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은평뉴타운 1지구)가 들어서자 이 고객센터와 별도 합의없이 관할권을 계열회사인 서울도시개발에 넘긴 사실이 들통났다. 여기에 2010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고객센터에 직원 선물용으로 올리브 오일 등을 구입하라고 강제한 것도 공정위에 적발됐다.
‘빙산의 일각!’ 이번 공정위 제재는 일부 고객센터를 중심으로 서울도시가스의 횡포에 대한 다양한 증언들이 양산된다는 점에서 김 회장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현재 서울도시가스 고객센터는 총 19개로, 기존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다 법인사업자로 통합·전환된 15곳과 서울도시가스의 계열사인 서울도시개발이 운영하는 4곳으로 나뉜다.
그런데 서울도시가스가 지난 2007년 6월부터 3년에 걸쳐 개인고객센터 56곳을 3~4개 단위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기존 고객센터장들의 재산권 행사를 막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고객센터장들에 따르면 서울도시가스는 고객센터를 통합하면서 40%의 지분을 일률적으로 획득하고, 나머지 고객센터장들에게 15~20% 지분만 허용해 경영권을 장악했다. 또한 서울도시가스(갑)와 고객센터장(을) 사이 주주간 협약서를 작성해 고객센터장들이 주식을 자유롭게 매각하지 못하도록 했다. 물론 서울도시가스 측은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일축하는 상황.
한편에선 서울시의 행정명령까지 어기며 서울도시가스가 고객센터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숙직비를 떼먹었다는 얘기도 거론된다.
고객센터는 가스공급 관련 안전관리와 긴급조치 차원에서 1~2명의 직원들을 24시간 상주시키는데 통상 숙직자들에게 2만~3만원의 숙직비를 지급한다. 서울시에서도 고객센터의 숙직비를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1999년부터 도시가스 공급사들에게 숙직비로 일당 1만8000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일부 고객센터들은 서울도시가스를 포함한 도시가스 공급사들이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적정한 숙직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서울도시가스 등의 공급사들은 150개 고객센터에게 인상된 숙직비와 송달료를 지급하지 않고 부당이득을 취해오다가 일부 고객센터장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뒤 패소해 숙직비로 1999년분 657만원을 2003년에 지급하기도 했다는 게 고객센터들의 설명이다.
◆ 상하수도 검침 위탁 입찰담합 의혹까지
김영민 회장의 윤리경영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바로 상하수도 검침업무 위탁사업에 서울도시가스가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 담합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서울도시가스는 2007년부터 상하수도 검침 위탁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고객센터에게 확정된 입찰가격을 주면서 입찰에 참가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고객센터들의 주장이다.
실제 2013년 3월에 실시된 ‘대구광역시 동부사업소 상하수도 검침업무 등 민간위탁’ 입찰의 경우 서울도시가스 계열사들이 사전에 확정해준 입찰가를 갖고 해당 검침업무 위탁사업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당시 서울도시가스 계열사들의 입찰가격은 ▲덕양도시가스서비스가 1908.13원 ▲해피그린서비스는 1909.66원 ▲서부도시가스서비스가 1910.44원 ▲은평도시가스이엔지 1911.23원 ▲서울도시산업 1912원 ▲강서도시가스는 1912.83원 등이다.
앞서 2011년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강서사업소가 실시한 ‘상하수도 검침업무 위탁사업’에서도 서울도시가스 고객센터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이 중 서현이엔지가 위탁업무 최종 입찰자로 결정돼 3억8245만원의 용역비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도시가스 관계자는 입찰담함과 관련 “의혹은 있을 수 있지만 이 건은 명백히 공정위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안"이라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 김영민 회장 프로필
서울대 사학과/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영학/대성탄좌개발 부사장/대성광업개발 부사장/대성산업 부사장/대성산업 해외담당 사장
서울대 사학과/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영학/대성탄좌개발 부사장/대성광업개발 부사장/대성산업 부사장/대성산업 해외담당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