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등반가였던 아버지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의 장애를 갖게 된다. 이러한 아버지를 이해하기보다 갈등을 빚던 아들은 '문제학생 선도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가는 시각장애인 여학생을 만나 풋풋한 감정을 갖게 되고 점차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간다.


인기 아이돌그룹인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 김동준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 <하늘벽에 오르다>의 줄거리다. 평소 장애를 남의 일로만 여겼던 주인공이 후천적인 장애를 갖게 된 아버지와 여자친구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송현동 덕성여중. 이날 시사회에 모인 300여명의 학생들은 인기 연예인을 본다는 마음에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호기심 가득한 청소년들의 얼굴에 진지함이 가득해졌다.

급기야 주인공 태호 역의 동준이 시각장애인 친구(유진 역, 김보라)의 어려움을 느끼려 스포츠 클라이밍 중 눈을 감고 도전하는 장면에선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드라마가 끝난 후 이 학교의 이시연 학생회장은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 유진이와 태호 아버지를 보면서 장애는 우리와는 관련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청소년들이 장애인에게 거리감을 두기보다 먼저 다가가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드라마를 본 소감을 말했다.


드라마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진 건 비단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이 드라마의 유진 역을 맡은 탤런트 김보라는 "촬영 전 시각장애인 언니와 만나 얘기하면서 막연히 가졌던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며 "장애인들을 무조건 안타깝고 불쌍하게 바라봤던 시선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태호 역의 김동준도 "내가 존중 받길 원한다면 먼저 (장애인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예인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장애 이해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삼성화재가 교육부·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공동으로 제작한 특별한 작품이다. 청소년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장애인의 날'(4월20일)에 맞춰 제작·방영해왔다.


2014 장애이해드라마 <하늘벽에 오르다> (백명현 덕성여중 교장 및 학생, 김보라, 김동준, 삼성화재 최상진 감독, 홍보팀장 김규형상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출연부터 제작까지 모두 재능기부로 이뤄진다는 것. 남녀 주연배우는 물론 정선경, 손병호, 최원영, 서신애, 김청, 김민상, 김태형 등 유명 연예인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김동준은 이번 드라마의 주제곡 '내 손을 잡아'를 직접 불렀는데 발생하는 모든 음원수익은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에 기증해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드라마 제작비용은 삼성화재에서 지원했으며, 제작총괄 및 연출도 삼성화재 사내 미디어팀에서 맡아 진행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손해보험업의 특성상 장애를 입는 고객을 접하는 일이 많아 사회공헌사업의 중심을 장애인사업에 집중해왔다"며 "앞으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의미있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국내 대표적인 장애인 친화기업으로 꼽히는 삼성화재는 지난해 8월부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전담 콜센터를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삼성화재 설계사들이 참여하는 장애인생활환경 개선사업,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지원하는 안내견을 양성·기증 활동 등 다양한 장애인 특화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

 

Interview / 드라마 제작 맡은 최상진 삼성화재 책임

 

"장애는 극복대상 아니에요, 오른손·왼손잡이처럼 다름이죠"

 

"촬영 전 한 시각장애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집안이 온통 컴컴한 거예요. 앞을 볼 수 없으니 아예 불을 안 켜고 산다는 거죠."

장애 이해 드라마 <하늘벽에 오르다>를 연출한 최상진 삼성화재 미디어파트 책임은 장애인 인식개선 작품을 촬영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그동안 장애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던 대목"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에 이 부분이 나온다. 여주인공이 깜깜한 방에서 점자책을 읽고 있는데 아버지가 방에 들어오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짧은 순간이나마 시청자들도 간접 경험해봤으면 했다"고 제작과정을 설명했다.


 

최 책임은 이 드라마를 찍고 나서 '장애극복'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를 극복한다는 표현을 곧잘 쓰는데 잘못된 표현인 것 같다. 오른손잡이, 왼손잡이처럼 '장애'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애로 인한 불편은 장애 당사자의 극복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이 그 불편을 덜 수 있도록 배려하는 환경조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 예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문턱을 없애는 등의 노력을 지적했다.


 

재능기부로 연출을 맡은 것에 대해서는 "이 작품을 찍는 동안 삼성화재의 미디어파트 직원들이 본래 내 업무를 분담했다. 삼성화재 직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재능 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또한 삼성화재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비를 지원한 드라마가 전국 초중고생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